1인당 연간 쌀 소비량 머지않아 40kg대로 떨어질 것이라 우려
우리 모두 걱정해야 할 우리 식량, 식문화의 문제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94)
쌀밥은 우리 한민족의 생명줄이었고 지금도 쌀 없이는 우리 식생활을 거론할 수 없다. 이 민족이 번성하게 뒷받침한 주식의 자리를 수천 년 쌀이 굳건히 지켜왔다.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갓 지은 쌀밥 한 보시기 앞에 놓고 잘 익은 김치와 애호박을 썰어 넣은 구수한 된장국을 곁들인 한상차림은 어찌 구미를 당기지 않겠는가. 세대에 따라 쌀밥에 대한 느낌은 다르겠지만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에는 쌀과 쌀밥을 선호하는 감정이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 먹어왔던 곡류나 채소류, 과실, 그리고 동물자원은 다양하겠으나 물질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원시시대에는 자연에서 생산되는 천연물을 그대로 먹었고 이후 지혜가 발달하면서 작물을 스스로 키우고 동물을 가축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다. 호모사피엔스인 인류의 발생기원은 약 250만 년 전이라 생각하는데 스스로 작물을 생산하는 농경이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겨우 1만~1.5만 년 전이라 여기고 있다. 처음에는 지역과 환경에 따라 100~200가지 식물을 재배해 먹었으나 오늘에 이르러 주식으로 재배하고 있는 작물을 10여 가지에 불과하고 그것도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쌀, 밀, 옥수수 정도이고 일부 보리가 지역에 따라 재배,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사실 옥수수는 식용작물이라기보다는 사료나 식품산업 소재로 이용하는 비율이 훨씬 높으므로. 결국, 주식은 쌀과 밀에 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지와 기후가 쌀 재배에 적당하고 강수량이 벼 재배에 적당하여 오래전부터 쌀이 재배되었고 주식으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단위면적 당 벼 생산량이 많지 않아 주곡인 쌀 부족으로 고통을 받았으며 부족한 식량자원은 보리 등 잡곡으로 대체하였다. 다행히 보리는 겨울작물로 봄 벼를 심기 전인 6월쯤에서 수확 후 이어서 벼를 심을 수 있어 이모작으로 부족한 우리 식량을 보충해주는 효자 역할을 하였다. 쌀이 독에서 떨어질 때쯤 보리가 익어 허기진 우리 배를 채워주었고 이때 배고픔의 아픔을 보릿고개로 표현하기로 하였다. 이때 보리는 제2의 주식이었고 식량난을 해결해 준 효자 곡물이었다. 나도 아련히 초등학교 때까지 도시락은 꽁보리밥이었고 점심때쯤이면 검은색으로 변하여 식감을 떨어뜨리기도 하였으나 그 보리밥의 덕으로 굶지 않고 오늘이 있게 되었으니 보리에 감사하고 있다.
이제 보리밥은 건강식으로만 인식되어 소비량은 급격히 감소하였으나 우리 식량안보 차원에서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되는 작물이다. 식량자원은 비상시를 대비하여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고 생산여건은 꾸준히 보호,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시 쌀로 돌아가서 벼의 재배 기원은 인도 갠지스강 유역인 아삼(Assam)에서 버마, 태국, 라완, 중국 운남 지방에 걸쳐 재배되었다고 알려졌다. 농업을 시작할 때 밀, 수수 등 야생성이 강한 작물과 함께 벼가 재배 품목에 들어갔고 이때는 단위면적 당 생산량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동남아 지역에서는 주식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벼를 지배한 흔적은 중국 하남 가호유적, 호남성의 팽주산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지금부터 11,500년 전 양쯔강 유역에서 쌀 경작이 시작되었다는 보고들이 있다. 이때는 야생종 벼였고 기술 발달로 야생종을 개량하여 재배종(순화된)으로 변화시키는 데는 5,000년이 흘렀고 근래 도입된 생물공학기술에 의해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급격히 늘었고, 생산되는 쌀의 품질이나 특성도 다양해져 식용과 가공품으로 구분, 생산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래 충북 청원군 소로리 유적에서 12,500년 된 볍씨가 출토되었는데 이 지역은 금강의 물줄기가 흐르고 넓은 평야가 있어 벼 재배에 적지라고 여겨진다. 이 볍씨를 통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적어도 1만 년 전에 벼를 재배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볍씨는 인디카 품종의 벼가 도입되었다고 추정된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쌀은 우리 민족의 삶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식탁을 지킬 것이라 여겨진다. 우려스러운 것은 근래 식생활의 변화로 쌀 소비량이 급격히 감소하여 1인당 1년 50kg대로 떨어졌으며 머지않아 40kg대로 떨어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실로 당황스러운 일이다. 아침 쌀밥 먹기 운동도 하고 있으나 도도하게 밀려오는 식생활의 변화를 어찌 변화시킬 것인가. 우리가 모두 걱정해야 할 우리 식량, 식문화의 문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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