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91)
인공지능(AI)이 우리 시대 여러 영역에서 활용범위를 넓이고 있으며 세계인의 깊은 관심사다. 각종 정보는 챗 지피티(Chat GPT)에 물어보면 즉각 관련되는 대답이 나온다. 얼마 전 한 주제를 던져주고 수필을 써달라고 요구했더니 그럴듯하게 금방 한 편을 작성하여 제시한다. 과학정보는 물론이요. 정신영역에 속하는 문학 분야에까지 범위를 넓혀 답을 내놓고 있다. 그럼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할 수 있는 분야는 어디에 있을까. 요사이는 그 범위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지식이나 정보에 관한 한 인공지능이 훨씬 더 아주 빠르고 폭넓게 답을 내놓을 수 있다. 통계도 정보망을 통하여 최신의 것을 슬슬 풀어내 주고 있다. 결코, 인간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제 인간이 AI의 범위를 넘어 고유의 영역이 어디일까를 찾아 내야만 하는 절박한 처지에 몰려있다. 물론 AI나 챗 지피티도 인간의 머리에서 나왔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이용영역을 넓히는 것도 인간의 능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도구가 인간 사고의 영역까지를 넘보고 있다.
근본적으로 AI는 문자화되어 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이들은 모두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이다. 최근에는 만들어진 정보나 자료를 모집단으로 하여 다시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동시통역이나 번역 등도 기초자료를 활용하지만 이런 발전 속도라면 언제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의 단계로 진화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MIT에서도 2024년 10대 혁신기술로 1위로 AI를 선정하였다. 이 분야의 발전 속도를 보면 우리 인간이 이제 AI 시스템과 경쟁해야 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느껴진다. 오롯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분야, 그것을 찾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기서 지식과 지혜를 생각해봐야겠다. 학원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입시공부를 하는 것은 지식을 얻기 위한 수단이고 정보를 수집하여 지식화하는 단계이다. 그러나 학교나 서당은 선생님을 모시고, 스승으로부터 지식을 넘어 지혜를 습득하는 인생 공부를 하는 곳이다. 공자의 두드러진 기본철학은 인(仁)으로 집약된다고 한다. 仁은 사람(人)과 “二”의 두 글자가 합해서 만들어진 글자로, 친하다는 것의 의미라고 한다. 어질고 선의 근원이며 행동의 기본이라고 여겼다. 일체의 덕목을 포괄하는 인(仁)의 개념을 제시하며 인간으로서 따라야 할 덕목을 제시하고 있다. 그 근본은 사랑이라고 간파하고 있다. 과연 AI로서 이런 정신영역의 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지식은 무한대로 넓혀갈 수 있으나 그 지식을 삭히고 다시 교합하면서 발효하여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 여겨진다. 문자의 조합이 이런 정신영역의 산물인 지혜를 AI에게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바람이 아닐까 한다.
인간의 고뇌와 깊은 사색, 그리고 다양한 경험과 역경에서 스스로 터득한 정신영역의 산물인 지혜는 결코 지식의 축적만으로 얻어질 수는 없다. 지식은 바탕이 될 뿐이고 그 지식을 소화하고 흡수하여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은 오롯이 인간의 몫이고 이 과정을 거쳐 나오는 것이 지혜다. 지혜의 창출은 발효식품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다. 여러 식재료(정보)를 바탕으로 깔리고 여기에 미생물(수단)이 작용하여 실로 다양한 산물(지혜)을 만들어 낸다. 다양한 원료는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밑바탕이 되나 그것 자체로는 물질로 존재하여 자연산물에 불과하나 이를 익히고 숙성하여 얻는 산물은 원재료와는 다른 특성을 갖게 된다. 인간만이 향유할 수 있는 지혜는 시각을 동원하여 알 수 있는, 기호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이를 소재로 하면서 정신영역에서 소화하고 담금질하여 다른 영역, 즉 새로움의 창조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지혜로 탈바꿈한다.
한국의 대표 음식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비빔밥은 밥을 중심으로 수십 가지의 부재료, 조미료가 섞이고 이들을 비벼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독창적인 음식이다. 이 비빔밥이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극명하게 설명해 준다. 원료만이 아닌 이 원료들이 모여 새로움을 창조하고 다시 인체 내로 들어가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생명현상을 유지하게 도와준다. 존재하는 것에서 생명을 이어주는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AI로는 비빔밥의 최적 조합과 비빔의 조건을 제시할 수 있으나 이 음식이 소화되어 생명현상을 유지하도록 하는 다른 역할을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이 세상은 AI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과도한 기대를 하고 있으나 이 분야가 발전할 수 있도록 인간만이 고유하게 갖고 있는 정신, 윤리, 도덕, 감정 등은 결코 AI에 미룰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아이쿠, 이 분야까지 AI가 침범할까, 상상하니 끔찍스럽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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