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ㆍ통상ㆍ검증문제 모두 미해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6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정한 품목에 한해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는 고도 정제 식품까지도 GMO(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이른바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식품업계는 “소비자의 알권리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학적 근거와 산업 현실을 무시한 채 빠른 속도로 처리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8월 27일 복지위 제2법안심사소위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사회적 합의 부재, 산업경쟁력 약화, 물가 상승 우려 등을 제기하며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으나, 식약처의 수정안을 근거로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이 처리됐다.
국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산업계, WTO 회원국 다수가 표시제 확대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으나, 이 같은 내용은 심의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문제는 이번 법안이 과학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한 식품까지 표시대상으로 포함시킨다는 점이다. 식용유, 전분당, 간장 등은 제조공정상 DNA와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아 GMO 여부를 분석할 수 없는 데도 표시 의무가 부과된다.
업계는 “검출이 불가능한 식품에 표시를 강제하는 것은 행정 집행과 통상 분쟁의 불씨를 동시에 안는 것”이라며, 실효성보다 소비자 혼란을 키울 가능성을 경고한다.
또, 비의도적 혼입기준을 ‘식약처장이 정한다’고 규정한 부분은 향후 법적 예측 가능성과 명확성 측면에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어 제도 설계 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제도가 시행되면 원료를 Non-GMO로 전환해야 하는데, 현재 국내 식품기업이 사용하는 대두, 옥수수, 카놀라 등 주요 원료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Non-GMO 원료 확보가 쉽지 않은 구조다.
또한, 원료 가격은 20~70%까지 급등하고, 가공식품 전반의 제조원가와 소비자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특히,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용유, 전분당, 간장 등의 산업은 즉각적인 공급망 불안과 원가 상승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물가 안정, 민생경제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제통상 리스크도 우려된다. 캐나다·미국·브라질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은 이미 한국의 GMO 표시제 강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표시 의무 확대는 WTO TBT(무역기술장벽) 협정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러한 이유로 법사위에 보류 의견을 제출했으며, 식약처와 입장 차이로 법안이 한 차례 계류된 바 있다.
업계는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번 법안을 단순한 형식적 심사에 그치지 말고, 제도의 합리성과 집행 가능성 그리고 통상ㆍ경제적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식품산업협회를 비롯한 한국대두가공협회, 한국전분당협회, 한국장류협동조합 등 단체들은 “GMO 완전표시제는 국민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검증 불가능·수급 불안·물가 불안이라는 3중 리스크를 동반한 졸속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도입하면 소비자 신뢰마저 훼손될 수 있다”며, “법사위가 정책적 일관성과 산업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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