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97)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가끔 찾았던 선운사 절 입구에 큼지막이 돌에 새겨진 글귀다. “이 뮛꼬”. 스님들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화두로 자주 거론된다는데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도 이 글귀에서 나름대로 가슴 깊게 숨겨놓은 의문을 다시 불러오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주 이 의미를 되새기면서 나에게 묻고 뒤를 돌아본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하여 “이 뭣꼬”하고 물어보면 공허해진다. 뚜렷이 와 닿는 것이 없어 일과성으로 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 행동과 생각에서 본질적인 의문이긴 하지만 과연 시원하고 이해되는 답이 얻어지는 것일까. “이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은 상황에 따라서 여러 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꽤 정성 들여 키워왔던 보기 힘든 겨울 봉선화 화분을 보면서 가끔 “이 뭣꼬”를 뇌여 보면서 봉선화에서 묻는다. 정말 답이 없다. 있는 것은 알겠는데 그 존재의 의미. 왜 여기에 있고 얼마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다시 나를 접할 것인가. 한가한 물음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으나 생각하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만이 제기할 수 있는 물음이고 언제나 나 자신에게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바쁜 일과 속에서도 잠깐 스치는 생각,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함인가 하는 의문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이 의문에 긍정적인 답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여겨진다. 하는 일이 생각대로 이루어지면 그 다음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고 그 목표를 얻고 나면 다음 차례는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결국 이 모든 것이 “이 뭣꼬”라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나를 되돌아보는 질문으로 “이 뭣꼬” 만큼 적절하고 압축된 화두는 없다고 느낀다.
 
내 행동에 대한 당위성, 그 이유 그리고 얻어지는 결과에 대한 나의 반응을 미리 점쳐볼 수 있으니 이 뭣꼬를 계속 생각하다가 내 주위를 둘러본다. 나와 인생 긴 여정을 같이 했던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아 있으나, 긍정적인 답을 받을 수 있고 존경은 아니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면 이 뭣꼬의 답이 나올까? 평생을 같이하고 내 마지막을 지켜줄 아내에게서 “당신은 좋은 사람이었어, 당신과 결혼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 하면서 생의 마지막을 맞으며 이별하면 이 뭣꼬의 답이 되려는지. 이 답을 얻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 

하나 더 바람이 있다면 하나뿐인 딸이 제 아비를 기억할 때 내 삶에서 “본받고 싶은 삶을 사신 분이었어”라고 여긴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그 딸의 딸, 내 외손녀는 지금 외할애비를 알기에는 너무 어리지만, 사리판단을 할 나이가 되었을 때 내가 써놓은 책이나 글을 볼 기회에 내가 조금 일찍 커서 할아버지의 육성을 듣고 사진이 아닌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하고 아쉬워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있겠는가. 내가 남긴 유형•무형의 자취들, 조금 있으면 모든 것이 바닷가 모래 위에 써놓은 글처럼 파도에 밀려 흔적 없이 사라져버릴, 아주 평범한 일생을 살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있고 내 몸뚱이가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보람된 일이 있었구나 하고 스스로, 거짓 없이 마음속 생각이 든다면 가치 있는 일생을 살았다고 치부하고 싶다.

어제에 이어 오늘 이어지는 날을 가늠할 수 있고 또 다른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면 더는 무엇을 바라야 하는가. 지금 앉아있는 의자가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탁자에서 맑은 정신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 무엇에 비교할 수 없는, 나에게 주어진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 지금 내가 함께하고 있는 유형의 물질과 자연, 그리고 정신, 함께하는 이 모든 것이 잔잔한 행복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 뭣꼬”의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너무 큰 주제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마음속에 너무 깊이 자리 잡았다. 말보다는 생각 속에 담는 연습이 필요함을 느끼는 요즈음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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