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요즘엔 아침에 집을 나서며 가장 먼저 챙기는 필수품이 바로 마스크이다. 10월 13일부터는 법적으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며, 한 달의 계도기간을 거쳐 11월 13일부터는 위반하면 최고 1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는 마스크가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 수립된 정책이라고 생각되며, 이에 반해 마스크 착용을 극도로 싫어하는 유럽,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코로나19에 크게 고전하고 있는 양상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공적 마스크에서 패션 마스크까지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던 3월 초의 힘들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는 마스크를 자신의 여건과 취향에 맞게 골라 쓰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건용 마스크(KF94, 80), 비말차단용 마스크(AF), 덴탈(수술용) 마스크, 1회용 마스크, 패션 마스크 등 참으로 다양한 마스크들을 온오프라인에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3월 9일 약 700만 장의 공적 마스크가 처음으로 공급되었는데, 8월 말 현재 전국 생산량은 약 8천만장에 이르러 수요대비 2배가 넘는 공급과잉 현상이다.

산업 단지 공장설립정보망(팩토리온)에 따르면, 2월 말 380개이던 마스크 생산공장이 8월 말에는 1090개에 달해 6개월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한때 국민적 여망을 업고 삼성전자의 생산성 향상 지도 프로그램까지 도움을 받으며 활기 넘쳤던 마스크 업계가 이제는 부직포와 MB필터 등 핵심 원부재료의 조달 문제와 아울러 중국을 대체할 수출시장 개척 등의 과제를 안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레드오션에 빠져 영세업자나 신규 사업자의 경우에는 자칫 도산까지 우려되는 생존의 위기를 느끼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마스크의 기능과 역사
수년 전 미세먼지가 급증하게 되면서 사회적 관심사가 된 황사마스크는 생각보다는 대중적 확산이 약했는데, 갑자기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이하게 되면서 그 전파의 원인인 비말을 차단하는 데 보건용 마스크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알려지면서 이제 마스크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보건용 마스크는 KF94, KF80이다. 여기서 ‘KF’란 ‘Korea Filter’의 약자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았다는 표시이고, KF 뒤 숫자는 미세먼지 차단율을 의미한다. 차단율이 높을수록 안전성은 더 증가하지만, 호흡이 불편한 단점이 있으며, 차단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스크를 얼굴에 밀착되게 쓰고 벗거나 착용할 때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스크의 역사를 찾아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전쟁할 때 적이 연기를 피울 때 들이마시지 않도록 스펀지로 만든 마스크를 썼다고 하며, 로마시대 때는 광부들이 산화된 납 먼지를 흡입하지 않도록 동물의 방광을 사용해 마스크를 만들었다고 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흑사병 등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게 되자 긴 부리 부분에 허브와 향료를 넣어 공기를 정화시키는 새 부리 모양의 마스크를 만들어 착용했고,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부직포와 유리섬유 등을 사용한 필터형 방독마스크가 개발되었으며, 이후 스페인 독감(1918년), 런던 대형 스모그(1952년) 등의 사건을 거치면서 마스크는 현재의 모습으로 점차 진화해 왔다고 한다.

마스크의 긍정적 기능과 역할
1994년에 개봉된 짐 캐리 주연의 영화 ‘마스크’에서는 소심한 성격으로 각종 스트레스에 짓눌려 살던 한 은행원이 우연히 거리에서 마치 고대의 유물일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의 마스크를 줍게 되고, 그 마스크를 쓰면 초인적인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성격이 와일드하게 변하게 된다. 그래서 평소 말도 걸지 못하던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그 과정에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까지 털게 되고 갱단과 경찰에까지 가게 되는 등 예측 불허의 상황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한편, 6년째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의 장수 음악 프로그램인 ‘복면가왕(King of Mask Singer)’은 마스크를 쓰고 경연을 펼치며 탈락하는 사람이 마스크를 벗고 정체를 밝히게 되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아직도 11%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평소 무대에 설 자신이 없던 사람도 마스크를 쓰면 자신감이 생긴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에게 용기와 도전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단순 오락물이 아니라 상당한 인간적 의미를 준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인다.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이 되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제3의 마스크를 쓰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가면)를 갖고 있고, 상황에 맞게 꺼내 쓴다”고 하였다. 이처럼 마스크(가면)는 실제 물건이든 마음속의 가면이든 내가 처한 상황에서 좀 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본래 마스크는 위험에서 나를 보호하고 나를 숨기는 수동적, 부정적 기능으로 출발한 것이지만, 나 자신의 잠재역량을 표출해 긍정적 기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마스크의 새로운 발견과 좌표 설정에 초점을 맞춰갈 필요가 있다.

예로부터 ‘탈’을 쓰고 해학과 풍류를 즐겨온 우리 민족, 코로나19의 위기상황을 철저한 마스크 착용 습관화로 극복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나 자신의 잠재역량을 표출하고, 개발해 가는 긍정적 기능을 주는 마음속의 마스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한 단계 더 높은 발전의 계기로 승화시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은 ‘트렌드를 연구하는 베이비부머’를 뜻하는 ‘트렌드부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CS(고객만족) 총괄임원을 역임했으며, 미래 트렌드 변화와 인생이모작 등 다양한 학습을 통해 칼럼의 소재를 넓히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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