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코로나19(COVID-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일환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지난주까지 100명 내외이던 하루 확진자 수가 엊그제는 20명대까지 줄어 이제 안정화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도 방심은 금물이라고 한다. 봄나들이 관광객이 모이는 것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유채꽃밭을 갈아엎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문득 5년 전에 지인의 초청으로 배꽃이 만개한 남양주 농원을 방문했던 일이 떠올라 그때 블로그에 기록해 두었던 방문기를 토대로 그 날의 추억을 소환해 보며 대리만족을 청해본다.

자연 속에서 배우는 생명과 인생
“높은 하늘, 맑은 구름, 상큼한 대기,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도롱뇽알과 하얀 배꽃들의 4부 합창도 준비해 놓겠습니다. 새들의 중창단도 함께하겠다고 하네요. OO농원 드림”이처럼 맛깔나는 김 원장의 초대장을 받고 우리 일행은 남양주 배꽃단지 농원을 방문했다. 2015년 4월 25일이었다. 연초록의 나뭇잎, 훈훈한 봄바람과 함께 정말로 멋진 자연 속에서 생명과 인생을 배우고, 사람의 향기에도 취해 마음껏 힐링된 하루였다고 기억된다.

농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밥집에서 들깨수제비, 된장국밥, 감자떡 등으로 맛있고 건강한 점심을 먹은 우리 일행은 궁금함과 부푼 기대로 국도에서 바로 연결되는 농원 입구를 조심스레 들어 갔다. 몇 미터 차이로 이렇게 도시와 시골이 갈라질 수 있는 건가?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진 숲과 과수원, 원두막은 순간적으로 감동과 여운을 깊게 전달해 주었다.

“30년 전 길도 나지 않은 땅을 산다고 했을 땐 주위의 모든 사람이 이상하게 바라보곤 했지. 가족들한테도 호응을 받지 못했으니까. 어둠이 깔린 저녁에 이곳에 왔다가 새소리 들으며 별을 바라보는 순간 바로 이거야 하며 곧바로 계약하러 달려갔어요. 이후 20년 가까이 매년 조금씩 조금씩 단지를 조성해 왔고 2005년에야 겨우 농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돈을 벌려면 캠핑장을 하면 되지만, 난 자연 체험 학습장을 만들어 항상 어린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70대 초반의 김 원장이지만, 건강한 구릿빛 광채의 얼굴에서는 표현하기 힘든 멋스러운 풍류가 녹아 있는 느낌을 준다. 최근 김 원장은 귀농ㆍ귀촌 특강을 하여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 30년간 몸소 겪은 체험사례를 중심으로 강의하다 보니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 속에 큰 울림을 준다. 귀농ㆍ귀촌을 하려면 최소 10년 이상 준비를 해야 한다며 면밀하게 준비할 사항을 꼼꼼히 알려주는 특강은 정말로 살아있는 교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원의 한 가운데를 자리 잡고 있는 배나무 단지에서 작년 가을에 수확해 놓은 먹골배는 연중 온도조절이 1도 내외로 되는 항온창고 안에서 여름까지도 보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혹시 먹골배에 얽힌 비화를 아세요? 조선시대 단종이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귀양을 갈 때 호송을 책임졌던 왕방연이란 사람이 갈증을 호소하던 단종에게 물 한 그릇 올리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어 그 훌륭한 관직을 그만두고 배나무를 가꾸며 살았는데...” 시원한 배와 미리 준비된 쑥떡을 함께 먹어 가며 김 원장의 유머 섞인 맛깔스러운 경험담과 옛 비화들을 듣는 건 정말로 천국에서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이런 느낌을 잊고 살았네!
1만 평이나 되는 단지 안에는 숲과 논밭, 과수원, 연못 등이 있고 표고버섯장, 비닐하우스, 원두막, 산책로와 함께 밧줄로 매듭짓는 방법을 교육받는 밧줄교육장도 있었다. 그래서 유치원들과 자매결연으로 주기적으로 농원을 단체로 방문하여 체험학습을 하는데 봄에는 모종 심기, 여름엔 수생물 관찰하기, 가을에는 고구마 캐기, 겨울엔 눈사람 만들기와 얼음 썰매 타기 등 계절별로 특화된 놀이를 통해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오랜만에 밟은 흙의 감촉은 색다르고 고마웠다. 그동안 이런 느낌을 잊고 살았네! 귀농ㆍ귀촌을 실행에 옮기기는 정말 쉽지 않지만, 가끔은 이렇게 농원에 들러서 정신적으로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서 자란 나로서는 어제 난생 처음 본 도롱뇽알도 신기했고, 하얀 배꽃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것도 두릅이 높은 나무 위에서 생겨 난다는 것도 처음 눈으로 보았다. 단지 안 원두막 옆에는 족히 70년은 되어 보이는 옛날 탈곡기도 있었고, 해충을 잡기 위해 오랜 연구 끝에 고안된 장치도 볼 수 있었다. 역시 귀농ㆍ귀촌을 하려면 끈질긴 집념과 준비, 그리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선해 가는 근면함이 뒷받침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겠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농촌놀이 마음껏 해 본 하루
우리는 동심으로 돌아가 밧줄놀이도 해 보고 그네도 타며 옹달샘에 쪼그리고 앉아 물속에 보이는 소금쟁이 등 수생동물도 관찰하고, 배꽃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는 등 정말로 평소에 해볼 수 없는 농촌놀이를 마음껏 해 본 하루였다.

촌철살인의 유머와 해학을 섞어가며 방문자들과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함께 교감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함께 소통하며 보람된 삶을 살아가는 김 원장의 평온해 보이는 모습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도 머릿속에 깊게 남아 있었다. 반나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무척 길면서도 소중하게 느껴졌던 글자 그대로 ‘어느 봄날의 힐링캠프’였다.

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은 평생 현역을 추구하는 AND의 의미로 “N칼럼니스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식품안전과 CS(고객만족) 총괄임원을 역임했으며, 미래변화와 인생다모작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을 통해 칼럼의 소재를 넓히는 등 왕성한 활동을 끊임없이 해 나가고 있다(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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