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바쁘신 몸, QR코드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강화하면서 각 식당에 출입자 기록을 수기로 작성하는 명부가 생겼다. 그러나 누구나 볼 수 있게 방치된 출입자 명부엔 이름,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남아있어 정보 유출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조금 규모가 큰 점포에서는 QR코드 체크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QR코드로 스캔된 정보는 사회보장정보원으로 자동 전송되어 보관되어 있다가 역학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만 방문기록과 결합하여 활용하게 되고 수집된 정보는 4주가 지나면 자동 파기되므로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가 없는 것이다. 또한 9월 3일부터 한국미니스톱에서는 QR코드를 찍으면 거스름돈을 은행 계좌로 즉시 입금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한 번에 만원, 하루에 10만원까지 가능하며, 현대백화점과 이마트24도 조만간 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QR코드의 QR은 ‘Quick Response’의 약자로 기존 바코드보다 더 빠른 응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바코드는 가로 배열에 최대 20여 자 숫자 정보만 넣을 수 있는 1차원적 구성이지만, QR코드는 가로, 세로를 활용한 2차원적 구성으로 숫자 7089개, 문자 4296자, 한자 1817자를 기록할 수 있어 사진, 동영상, 지도 등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가 있어,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QR코드의 기원과 장단점
QR코드는 일본의 덴소웨이브가 1994년에 처음 개발하였는데,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여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인터넷 포털에서 QR코드 제작 페이지에 들어가면 누구나 쉽게 제작하여 쓸 수도 있다. 그래서 명함이나 개인 블로그, 청첩장 등에 QR코드를 넣어 사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QR코드는 기존 바코드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나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오류 복원기능이 있어 인식률이 우수하고 1/4 크기로 줄인 마이크로 QR코드로도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홍보, 판촉물에 삽입할 수도 있다. 특히, 농수축산물 분야에서는 QR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상품에 관한 생산자, 상품 정보, 품질인증 내용, 배송 정보 등을 알 수 있는 이력정보 추적시스템(Tracability)의 활용을 바코드보다 훨씬 더 심도있게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소설 등 종이책에 QR코드를 첨부하여 본문 내용과 관련된 음악이나 동영상을 재생하여 볼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부가 서비스도 적용되고 있다. QR코드 활용이 가장 활발한 일본에서는 자국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에 QR코드 리더기를 탑재하고 있어 기업 홍보와 금융권 결제 서비스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고, 애완동물이 길을 잃은 경우를 대비한 QR코드 목걸이 등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못하여 약간의 위험요소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컴퓨터, 인터넷 악성 코드나 유해 웹사이트 주소 등이 QR코드에 포함되어 전파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나 기업이 아닌 곳에서 제공하는 QR코드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또 하나의 단점은 사용하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너무 많다 점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켜고 QR코드 앱을 실행한 뒤 개인정보 수집동의를 하고, QR코드를 카메라에 비춰야 하는 다소 번거로움이 있지만, 향후 카메라가 부착된 스마트 시계가 대중화되고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스마트 안경)가 개발, 보급되면 이러한 단점은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QR코드 활용이 현금 없는 사회를 앞당길까?
지난 봄에 각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경제 위축에 대한 대책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들에게 지급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본은 국민 개개인에게 현금이 전달되는 속도가 다른 선진국들보다 상당히 느린 허점이 노출되었다. 국가별 현금결제 비중을 보면(2018년 기준), 스웨덴 13%, 한국 19.8%, 미국 26%인데, 일본은 무려 48.2%에 달하고 있어 과거 IT강국이었던 명성이 퇴색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접촉이 선호되고 바이러스 균이 묻어 전파될 위험이 큰 동전 사용은 급격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거스름돈 받는 일에 번거로움을 느낀 현대인의 바쁜 일상으로 인해 현금 없는 사회로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 확실해졌다.

앞서 언급한 QR코드를 활용한 거스름돈 입금 서비스 도입이 동전 없는 사회로 빠른 정책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국은행은 밝히고 있지만, 화폐 제조비용은 지난해 역대 최소를 기록했고, 장기적으로 이런 추세로 가기 위한 인프라를 꾸준하게 마련해 가고 있는 단계인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다만, 고령층과 벽지지역 거주자 등 금융 인프라 소외계층과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을 때 지급수단에 대한 대책 등에 대해 충분한 고려와 제도적 장치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은 ‘트렌드를 연구하는 베이비부머’를 뜻하는 ‘트렌드부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CS(고객만족) 총괄임원을 역임했으며, 미래 트렌드 변화와 인생이모작 등 다양한 학습을 통해 칼럼의 소재를 넓히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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