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팬데믹 이후엔 큰 변화가 뒤따른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가 5개월만에 세계 184개국에서 400만명 이상의 확진자와 30만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기록하며(2020.5.10. 현재) 금세기 최악의 팬데믹 상황으로 지구촌 전체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세계 외교의 거장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2020.4.4.)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세계는 그 이전과는 전혀 같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인류의 역사와 미래를 다룬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등의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역사학 교수인 유발하라리는 “팬데믹 시대의 최대 위험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증오ㆍ탐욕ㆍ무지이며, 의료진과 과학자들이 우리의 희망이다. 코로나19 이후 전염병 감염 위험이 없는 로봇과 컴퓨터가 인간을 대신하고 노동시장의 구조가 바뀔 것”이라고 하였다.

2002년에 발생한 사스(SARS)를 겪으면서 중국에서는 인터넷 쇼핑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이때 탄생한 글로벌기업이 바로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이다. 우리나라도 2009년 신종플루를 겪으면서 TV홈쇼핑 매출이 40% 이상 증가했으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재난 상황에서 생필품을 공급해 주는 생명줄 역할을 담당해 준 편의점과 로켓배송을 도입해 온라인 장보기의 선풍을 일으킨 쿠팡이 급성장하게 되었다.

이처럼 커다란 사건 이후에는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큰 변화가 뒤따랐고 새로운 시대 표준, 즉 뉴노멀이 정립돼왔으며, 이를 기회로 잘 활용한 기업은 단숨에 업계 선두로 올라서게 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되는 ‘언택트’ 서비스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보다 치명률은 낮지만, 전염속도가 매우 빠르고 무증상 감염이 많아 사람과 접촉을 극도로 줄이는 것이 기본 수칙이 되었고, 많은 기관이나 기업이 재택근무 방식을 도입함에 따라 배달앱으로 먹거리를 주문해 먹고 운동도 헬스장에 가는 대신에 동영상을 보면서 따라서 하는 온라인 피트니스가 각광을 받는 등 그간 보조수단에 불과했던 비대면(언택트) 서비스가 주요 자리를 차지해가는 추세로 보인다.

트렌드코리아 2018(서울대 김난도 교수팀 발표)에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던 ‘언택트 기술’은 대인관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기술혁신과 맞물리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본격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예상되는 뉴노멀 사례
1977년 설립되어 2000여 개의 식음료 제품과 수백 개의 레스토랑 메뉴를 만드는 데 기여한 컨설팅 회사인 Mattson(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난 4월에 전문가 대상 설문을 통해 조사한 ‘코로나19가 식음료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내용이 있다.

“50%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장기적으로 식음료 산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믿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먹고 지내도록 강요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가족과 강력한 연대를 경험하면서도 지루한 삶과 제한된 선택에 싫증을 느껴 좀 더 안락하고 흥미진진한 니즈를 충족시킬 메뉴를 찾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안정이 내년쯤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과 유통업자들은 향후 2년간 혁신에 집중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그간 지속적으로 중시되어 온 식물기반(Plant-based)과 기능성(Functional) 식품이 향후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다.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가장 강하게 각인된 키워드는 ‘면역력’이고, 이에 따라 건강관리에 관심이 더욱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가정간편식의 최근 판매상황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어 ‘집콕’을 하게 되면서 초기에는 즉시 섭취가 가능한 도시락, 김밥 등의 즉석섭취식품 위주로 증가되던 것이 상황, 장기화되면서 좀 더 제대로 식사를 하자는 니즈가 많아져 구이, 볶음 등 즉석조리식품의 증가세가 커지고 있다. 또, 이러한 간편식을 배송받는 데도 무조건 빨리 받기 보다는 내가 꼭 필요한 날짜와 시간에 받길 원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여기에 신선식품의 선도관리에 특히 중점을 둔 마켓컬리의 최근 급성장이 눈에 띈다. 한편, 함께 지내게 된 자녀들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을 하게 된 5060 세대의 경험은 코로나19 이후에도 효과적이고 매력 있는 구매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여서 향후 트렌드 변화를 예상하게 한다.

가족 단위로 멀리 드라이브를 나가서 여유 있게 외식하던 습관은 이제 당분간은 가까운 동네상권에서 간단한 외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외식 빈도는 전보다 현저하게 줄어들고, 한 번 외식하려면 그에 합당한 차별화된 맛,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배달음식이나 편의점 음식의 품질 수준이 최근에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형 상권이 아니더라도 개성과 특색이 있는 식당이라면 지역상권에서도 이용이 늘어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으로 매출 하락의 위기를 맞고 있는 백화점에서는 최근 고객을 대신하여 매장을 돌며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시도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고객의 의견이 채팅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개진되어 매장에 나가지 않고서도 꼼꼼하게 살펴보며 선택할 수 있어 쇼핑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코로나19로 강요된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출퇴근 시간 절약, 불필요한 대인관계가 줄어 직장 스트레스 감소, 사무공간 효율화 등의 장점이 발견되면서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업종 특성에 따라 적절히 배분하는 등의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

연예오락 분야에서도 연초 베트남 공연 이후 출장을 가지 못하게 된 트롯신 가수들이 세계 각 국 팬들을 초청한 랜선 콘서트를 통해 수백 개의 모니터 영상을 보며 소통하며 흥을 함께 나누는 장면은 언택트 기술이 만들어 낸 새로운 감동적 사례로 평가된다.

코로나19 이후에 본격적으로 닥쳐올 정치 경제적 위기상황은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예상치 못한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며, 우리는 그 변화에 대응하고 미리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달 ‘집콕’을 하면서 감상했던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를 상기해 본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은 평생 현역을 추구하는 AND의 의미로 “N칼럼니스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식품안전과 CS(고객만족) 총괄임원을 역임했으며, 미래변화와 인생다모작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을 통해 칼럼의 소재를 넓히는 등 왕성한 활동을 끊임없이 해 나가고 있다(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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