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멀티 페르소나
“Yo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나란 놈을 고작 말 몇 개로 답할 수 있었다면 신께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을 담아주시진 않았겠지.” 이는 BTS의 ‘페르소나’라는 노래 도입부의 가사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소크라테스 이후 오랫동안 인간의 원초적 질문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미를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페르소나란 원래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며,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오늘날에는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비추어진 외적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점차 복잡해지고 개인화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페르소나란 말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알린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를 갖고 있고, 상황에 맞게 꺼내 쓴다”고 하였다. 즉, 누구나 멀티 페르소나의 성향을 갖고 있으며, 이처럼 다원화된 정체성 때문에 기업들은 고객 대응에 0.1명 규모로 세분화 해야 하는 초개인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전망한 ‘트렌드코리아 2020’의 표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이 멀티 페르소나의 현대적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이제 나 자신을 뜻하는 myself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 즉 myselves가 되어야 맞다. 현대인들이 다양하게 분리되는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평소와 덕질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며, 일상에서와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SNS에서도 그것이 카카오톡이냐 유튜브냐 트위터냐 인스타그램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정체성으로 소통을 하고, 심지어는 하나의 SNS에서 동시에 여러 계정을 쓰며 자신의 모습을 이리 저리 바꾼다. 마치 중국의 변검 배우가 가면을 순간순간 바꿔 쓰듯 이 현대 소비자는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이 가면을 학술적으로 ‘페르소나’라고 한다.”

가성비, 가심비, 편리미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최근 수년간 가성비를 추구해 왔던 소비자의 실용적 욕구는 이제 가심비(마음속에 위안을 주는 무형적 가치를 추구)와 편리미엄(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는 편리성과 프리미엄을 동시에 추구)의 개념으로 승화되어 가고 있다. 평상시에는 가성비가 높은 초저가 상품을 주로 즐기지만, 때와 상황에 따라서는 프리미엄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게 되는 양면적 소비, 즉 야누스적 소비 개념에 따라 앞으로는 초저가와 프리미엄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최근 코로나19로 보편화된 집콕과 재택근무로 수요가 급증한 HMR(가정간편식) 제품도 초기엔 빨리 배송되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편의식품을 선호하였으나, 최근에는 밀키트(재료 손질이 다 되어 있는 식사 세트)나 고급 품질의 RMR(유명 셰프가 개발한 레스토랑 간편식) 제품을 원하는 시간에 꼭 맞춰 배송받고 싶어하는 쪽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바로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고객 트렌드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부캐 열풍
요즘 연예계에는 이른바 부캐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부캐’란 ‘부캐릭터’의 약어로 팬들이 쉽게 싫증을 내기 쉬운 본캐(본캐릭터)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신선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많은 연예인들이 부캐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성공적인 변신을 보여주고 있는 스타는 역시 유재석 씨이며, 첫 도전이었던 유고스타(드러머) 이후 대히트를 친 유산슬(트로트 가수)이 가수 이효리, 비와 함께 아이돌 혼성그룹으로 데뷔한 유두래곤(싹쓰리)까지 무려 7개의 부캐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스타 연예인들의 무한변신은 신선하고 재미있는 감동과 함께 코로나19와 경제 침체로 매일 긴장되고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하는 국민들에게 용기와 도전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고 평가된다.

 

프리랜서에 도전하기
얼마 전 MBC에서 방송한 밀레니얼 세대의 다양한 직업 갖기 프로그램인 ‘아무튼 출근’에서는 작가, 1인 출판사 대표, 강사 등 쓰리잡을 하는 프리랜서가 소개된 것을 인상 깊게 보았다. 노트북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금도 언제 어디서나 웬만한 사무적인 일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최근 홀로 독립하는 1인 기업가들의 명함에는 사무실 주소가 없고 휴대폰 번호만 적혀 있음을 본다.

많은 사람이 도전 모습을 지켜볼수록 인간의 잠재능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느끼고 있다. 연예인들의 부캐 만들기 열풍은 이제 우리 일반인들에게도 또 다른 자아, 나의 잠재역량을 개발하여 미래 트렌드에 맞는 다양하고 개성이 있는 ‘프리랜서에 도전하기’로 승화시켜 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은 ‘트렌드를 연구하는 베이비부머’를 뜻하는 ‘트렌드부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CS(고객만족) 총괄임원을 역임했으며, 미래 트렌드 변화와 인생이모작 등 다양한 학습을 통해 칼럼의 소재를 넓히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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