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현대인
언제부터인가 극장에서 젊은 관객들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로 ‘두 시간 동안 휴대폰을 꺼놔야 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는 리서치 결과가 있다(출처: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지음).

이처럼 휴대폰을 통한 연결과 소통을 일상으로 하는 젊은 세대는 번거로움을 싫어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거나 고객센터에 전화하는 것보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로 검색하는데 더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기업 마케팅도 평범한 고객 만족 전략에서 벗어나 고객의 번거로움을 덜고 편리미엄을 느끼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고객 니즈의 트렌드 변화는 비단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 세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오팔 세대로 일컬어지는 5060 베이비 부머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인 자녀로부터 얻는 생생한 정보, 사용 후기를 바탕으로 한 ‘젊은 소비’를 학습해 가며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시장의 큰 축으로 등장하고 있다. 소비문화가 이제는 세대 간 대물림이 아닌 대올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언택트 소비의 확산
고객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객과 점원이 서로 만날 필요가 없게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패턴을 ‘언택트(untact) 소비’라고 하는데, 최근 온라인 구매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키오스크, 금융사의 간편결제 앱 등 무인주문 결제서비스가 매장 내 인건비 절감 과제까지 충족시키는 효과적인 서비스 모듈로 빠르게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점원들과 서로 마주보며 어색하고 불편한 소통을 하는 대신에 터치스크린 또는 휴대폰 클릭을 통해 주문과 결제를 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고 고객들은 느끼기 때문인 것이다. 택시도 모바일앱으로 호출 하면 목적지를 미리 입력하고 결제도 해 놓았기 때문에 탑승 후 기사와 불편한 대화를 안 해도 되고, 탑승기록도 남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이점까지 얻게 된다. 또한, 최근 인터넷 은행이 뜨는 이유도 은행 직원과 불편한 상담 없이 대출 등 민감한 금융거래까지 모바일로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모두 언택트 소비가 선호되는 이유이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는 2018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의 하나로 ‘언택트 기술’을 꼽기도 했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은 ‘언택트 마케팅’을 실현해 내는 플랫폼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언택트 기술로 연결성은 매우 좋아졌는데, 막상 고객들은 이처럼 과도한 연결을 피곤하게 여기고 대면하지 않는 서비스를 편안하게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이렌 오더
S커피에서 최초로 시작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로 모바일 앱을 통해 미리 주문과 결제를 하고, 매장에서는 긴 줄을 서지 않고도 주문한 제품을 받아갈 수 있어서 부담스런 대화보다 휴대폰 클릭을 선호하는 젊은 고객층의 압도적인 선택을 받고 있다.

두 종류의 쇼핑바구니
대형 화장품매장, 스포츠용품매장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시스템으로, 매장 입구에 비치된 쇼핑바구니에 ‘혼자 볼게요’, ‘도움이 필요해요’ 등 두 가지 종류의 라벨이 붙어 있어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점원이 말을 거는 걸 싫어하는 고객들을 위해 일본 의류매장에서 처음 시작했다는 이른바 ‘침묵 마케팅’의 사례라고도 한다.

디지털 체험공간
화장품 편집매장인 O사 등에서 선보인 서비스로, 스마트 미러 등 디지털 기기의 도움을 받아 직원과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고객의 피부 나이와 상태에 적합한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신기술 체험공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소비 가속화 예상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는 본래 햄버거, 커피 등을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사전에 주문한 제품을 신속하게 받아갈 수 있도록 개발된 시스템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는 코로나19 검사량이 많아지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바이러스 검사에도 적용하여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외국에서 벤치 마킹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강요된 칩거’는 우리의 일상과 소비패턴을 통째로 뒤바꾸고 있다. 대면을 극도로 꺼리게 되는 현상이 심해지고, 외출과 만남을 자제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보편화 되었으며, 택배 물건도 대면 전달을 피하고 문 앞에 두고 가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잠시 마트에 가는 것마저 꺼려지다 보니 그동안 오프라인 구매만 고집했던 중장년층까지도 이젠 온라인으로 구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G마켓의 경우, 50대 이상의 온라인 식품, 생필품 주문 건 수가 전년 동기보다 각각 73%, 84%가 증가됨, 2/2~3/3 기준. 출처: 한국경제). 이처럼 온라인 구매의 매력을 경험한 중장년층의 소비패턴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후에도 변화된 트렌드로 정착되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은 평생 현역을 추구하는 AND의 의미로 “N칼럼니스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식품안전과 CS(고객만족) 총괄임원을 역임했으며, 미래변화와 인생다모작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을 통해 칼럼의 소재를 넓히는 등 왕성한 활동을 끊임없이 해 나가고 있다(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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