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밀레니얼 세대라고 하면 보통 1980~2000년생으로, 2018년 기준 약 149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8.8%를 차지한다고 한다. 나이로 보면 20세에서 40세에 이르는 청년층이며, 우리 사회의 핵심 경제인구로 부상하고 있어, 이들의 가치관과 행동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필자의 자녀 둘 다 80년대생인데, 가족 모임을 하게 되면 일정과 장소를 정하기 전에 항상 그들의 의견을 먼저 확인한다. 그들이 필자보다 더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정에서 외식 약속 등 소소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대체로 부모보다 자녀 세대 의견을 더 중시하게 되는 경향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쇠퇴
우리나라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성기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볼 수 있다. 80년대생 자녀 세대가 부모 손에 이끌려 기념일이나 모처럼 가족 외식 때 자주 다녔던 추억의 장소가 바로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자가용을 타고 넓은 주차장에 편안하게 주차하고, 종업원의 축하 퍼포먼스를 받으며 피자ㆍ파스타ㆍ스테이크 등을 즐기며 담소하는 것이 대중적인 외식문화로 정착됐다. 특히 가성비가 높았던 어린이용 메뉴에 대한 추억은 지금까지도 자녀들의 머릿속에 남아있을 정도로 당시 외식 장소로서 상당히 매력이 있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처럼 전성기를 누렸던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이 최근 심각한 영업 부진에 빠진 이유는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1인 가구 급증에 따라 HMR(가정간편식) 등 간편식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필자는 또 다른 잠재요인이 숨어있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밀레니얼 세대가 핵심 고객층으로 등장하면서 고객 니즈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맛있는 메뉴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렵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맛있는 먹거리는 기본이고, 재미있는 나만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려야 자기만족이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레스토랑은 찍을 거리와 즐길 거리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종전 패밀리 레스토랑은 그들에게 매력적인 장소가 아닐 수 있고, 패밀리 레스토랑의 부진과 쇠퇴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됐다고 본다. 젊은 커플 고객들이 주로 찾아 사진을 올리는 레스토랑은 규모는 작지만, 화젯거리와 스토리가 있는 곳이 대다수다.
 
필자가 멘토링해주고 있는 90년대생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끼는 것은 그들은 80년대생과는 또 다른 면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추억이 그렇게 깊지 않다. 이제 막 사회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에게 취업과 결혼 등 사회의 벽은 너무나 높고 험난하다.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에서 정의한 내용을 인용하면, 그들은 복잡함을 싫어하고 재미있어야 하며, 솔직함을 추구한다고 한다. 주변 여건이 힘들고 어려우니까 나만의 소확행을 추구하며, 이런 가치관과 행동이 외식문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된다.

▲ 이제 맛있는 메뉴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렵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맛있는 먹거리는 기본이고, 재미있는 나만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려야 자기만족이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레스토랑은 찍을 거리와 즐길 거리가 함께 있어야 한다.

새롭게 주목받는 식문화 트렌드
그럼,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력이 커지는 우리 식문화는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가? 이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몇 가지 트렌드를 보면 그 방향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홈메이드 푸드의 혁신이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 주부들은 식문화와 연결되는 첨단 가전제품 즉, 새로운 가전제품에도 잘 적응해 간편함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건강까지 추구하는 새로운 식문화를 창조해 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에어프라이어 사용이다. 기름에 튀기는 요리가 불편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인식과 함께 간편함을 추구하는 니즈에 맞춰 개발된 에어프라이어는 젊은 주부들에게는 이미 필수품이 됐다고 한다. 더구나, 작년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에어프라이어 전용 브랜드까지 속속 개발되고 있다.

혼밥ㆍ혼술 트렌드에 따라 커피에 이어 맥주도 캡슐 형태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마시는 홈브루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초기 단계로 법적 요건, 높은 가격 등 개선되고 정리돼야 할 것들이 남아있지만, 수제맥주를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마시는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았다고 본다.

가장 기대되는 홈메이드 푸드 분야는 3D 음식프린터 개발이다. 초콜릿 등 단순한 형태와 포뮬러의 고형제품 중심으로만 개발돼 있지만, 기술혁신에 따라 우리 일상 음식을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날이 아주 먼 미래는 아닌 것 같다. 4년 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최한 ‘푸드플러스 2015’에서 이미 3D 프린터를 이용해 피자ㆍ파스타 등 여러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시연됐고, 일본의 IT회사 오픈밀즈는 재작년에 초밥을 출력하는 ‘픽셀 푸드 프린터’를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SXSW 페스티벌에서 공개했다고 한다. 3D 프린터의 기술혁신으로 조만간 음식을 음악처럼 다운받는 시대가 될 것이며, 오픈밀즈는 2020년 도쿄에 3D 프린터 콘셉트 레스토랑인 ‘스시 싱귤레이러티’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건강과 품질을 중시하는 트렌드다. 저출산 고령화로 자녀에 대한 부모 관심과 투자는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100세 시대에 대비해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망은 건강기능식품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어린이용 식품에서부터 고령친화식품에 이르기까지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 또한 뜨거운 이슈다. 현재 정부와 산업계, 소비자단체가 함께 TF를 만들어 구체적인 법제화 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고 하니 조만간 우리 식생활에서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변수가 될 것이다.

최근 3년간 63%나 성장해 3조5000억 원에 이른 HMR 시장도 이제부터는 편의성 외에도 맛 품질과 친환경 요소를 겸비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에어프라이어 사용에 따라 집에서도 전문점 수준의 음식을 해 먹는 경향이 높아진 것이 최근 냉동피자 시장의 급격한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배달받아 사용 후 버려지는 포장재가 지나쳐 친환경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것이 밀키트 상품이 극복해야 할 중요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바로 이 세 번째 트렌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은 평생 현역을 추구하는 AND의 의미로 “N칼럼니스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식품안전과 CS(고객만족) 총괄임원을 역임했으며, 미래변화와 인생다모작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을 통해 칼럼의 소재를 넓히는 등 왕성한 활동을 끊임없이 해 나가고 있다(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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