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83)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잡히지도 않는 이름의 행복을 찾으려 허우적대보지만 우리가 찾아 헤매는 그 행복은 스스로 이미 가슴속에 있는 것을 멀리에서 찾는, 딴짓을 하는 나를 다시 본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뜬다. 익숙한 천장에 붙어있는 낯익은 전등과 줄무늬 벽지가 보이고 옆에는 아내가 잠들어있다. 편안하다. 오늘도 어제와 다르지 않게 나의 생이 이어지고 새롭게 시작됨에 감사하다. 어제와 비교하여 다름이 없이 오늘을 맞고 그 오늘같이 내일도 맞으리라 여기며 산다. 이를 일상이라고 하는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이 평범하다 못해 복제된 날같이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크고 작든 간에 살아가면서 어찌 나에게 찾아오는 어려움이 없겠는가. 재정의 어려움, 건강 걱정, 인간관계, 가족 걱정, 직장이나 내 사업에서 매 순간 부딪치고 마주하는 크고 작은 일들, 그 일들이 전에는 없는 오늘만의 일인가. 눈 뜨고 살면서 항상 맞이하는 일들이고 오늘이 아니고 내일도 또 맞이할 내 익숙해진 손님들이다. 이런 날들이 과연 나를 이룬 것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일상의 하루를 맞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이 먹음의 징표가 아닌가 하고 느낀다. 이런 일상이 나에게 있다는 것에 행복이 찾아든다. 큰 어려움 없이 오늘을 맞고 또 내일을 기다릴 수 있는 희망, 그런 삶이 행복의 근원임을 서서히 알아간다. 지금 이렇게 눈을 뜨고 생각하며 하루를 맞을 수 있으니 지금까지 이어온 긴 내 삶의 고리 하나를 더하는 시간을 맞는 것, 그래서 내 마음속 자서전에 한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그런 의미를 찾고 있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평범한 하루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 때 행복을 찾는 열쇠가 내 손안에 있음을 느낀다. 오는 새날의 생활이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된다면 이것이 불변의 근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매일 매일을 맞는 평범하고 일상의 하루가 나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 서서히 느끼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고 있다. 일상의 주어진 뜻을 나름대로 받아들이며 그 중요함을 스스로 터득하고 알아가는 과정, 시간이 축적되어야 내 삶의 영역도 넓어지고 길어질 것 헛된 욕심, 끝없는 부족함을 채우려는 헛소망, 이들을 넘어 내가 지금 소유하고 있는 이 시간, 이 환경의 가치를 느끼고 나에게 주어진 무한의 혜택을 다시 생각하며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하루가 가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숙성되고 익어간다고 여기고, 가는 세월을 조심히 감상하며 고맙게 생각한다. 그 시간만큼 나에게 쌓여가는 지혜의 시간이 된다는 것을 조용히 생각하면 하늘은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 시간에 따른 늙음을 주었고 언젠가 자기 생을 마무리하도록 죽음을 주었나 보다. 영원한 쉼이긴 하지만 그곳을 향하여 뚜벅뚜벅 일상을 매일 접하고 있다. 또 하루 찾아오는 일상에서도 우리는 어제 보지 못했던 새로움을 접하면서 산다. 한밤중 낮에 보이지 않았던 촘촘한 별을 보면서 새로운 세계가 있음을 알아간다. 내일의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일상에서 벗어나는 새로움을 찾아가는 오늘이 되기도 하다. 그러나 큰 틀에서 일상의 일들이 계속되고 그 일상의 연속에 내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쩔 땐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어디인지를 모를 때가 문득문득 뇌리에 와 닿는다. 엉뚱하게 무엇을 위해 내가 여기에 와있는가, 무엇이 나를 태어나게 했는가, 같은 답이 없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그런 생각들 또한 지금의 나를 만드는 바탕이 되고 있다. 육체를 바탕으로 마음과 정신이 깃들어 있고 이를 통하여 나를 느끼는 순간들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살그머니 나도 몰래 스며드는 봄바람에 설레는 마음을 가질 때도 있었고 스산한 늦가을 바람을 맞으면서도 언뜻 초연한 내색을 해봤으나 이 또한 긴 주어진 여정의 한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잡히지도 않는 이름의 행복을 찾으려 허우적대보지만 우리가 찾아 헤매는 그 행복은 스스로 이미 가슴속에 있는 것을 멀리에서 찾는, 딴짓을 하는 나를 다시 본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은 과연 내 의지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어떤 운명적인 결정이 지금 순서대로 펼쳐지는 것인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의 자연 현상과 비슷하리라 여긴다. 오늘 비가 올지, 하늘이 쾌청할지를 누가 결정하는가. 일기예보는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미리 알아보는 것에 지나지 않으나 그렇게 되는 것은 과연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우리는 이런 것을 자연 현상이라고 하나 자연의 속에서 이 작고 작은 우리 몸뚱이는 이 자연법칙에서 하나라도 벗어나는 것이 있는가. 큰 흐름에 휩쓸려 지나가고 있고 그 속에서 조금 꿈틀거려 자기 의지를 나타내려 하지만 큰 틀에서는 무슨 변화가 주어지는가. 있는 그대로의 현상에서 스스로 그러함에 저항하지 않고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삶이 되고 싶다. 

쾌청한 하늘, 어제까지도 비가 뿌리고 바람에 세찼는데 이렇게 조용함은 무슨 조화인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도 의지가 있고 생각이 머무르는 이 존재는 그 이유를 알기에는 너무 먼 거리에 와 있나 보다. 쉽게 오늘은 일상의 일을 일상답게 맞아드리련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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