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자연과 식품산업 현장 취재기 ② 미식가의 천국 Tertti Manor

핀란드하면 산타클로스의 나라, 공기가 깨끗한 나라, 삶의 질이 높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휘바 휘바 hyväähyvää~” 하는 자일리톨껌 광고 덕분에 핀란드어 ‘휘바’가 우리말로 ‘좋아요’라는 뜻도 기억하고 있다. 식품업계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핀란드를 ‘자일리톨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핀란드의 청정 자연에서 채취한 야생베리류와 식육제품, 곡류가 건강한 식품 소재로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핀란드의 자연환경과 식품산업, 핀란드인의 라이프 스타일, 식품매장 등을 둘러봤다. 현장 취재기를 12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 미식가의 천국으로 불리우는 떼르띠 마노르(Tertti Manor)레스토랑의 요리는 식용꽃을 많이 사용해 화려하고 아름답다. 메뉴에 사용하는 식용꽃은 농장에서 직접 기른 것이다.

겨울이 춥고 길어 병해충 살기 어려운 청정한 환경
셰프의 아침은 농장서 신선 식재료 채취로 시작해요

Tertti Manor는 사본린나(Savonlinna)에서 버스로 100km정도 거리에 있는 미켈리(Mikkeli)라는 도시에 있다.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하는데, 헬싱키에서 가려면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Tertti Manor는 게스트 하우스, 레스토랑과 쇼핑, 회의까지 가능한 복합 공간이다.

Tertti Manor의 대표인 Matti Pylkkanen씨는 이곳은 대를 이어가며 가족이 경영해왔는데, 자신의 선대 할아버지가 소유권을 갖게 된 지 120년이 넘었고, 산림은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고 했다. 이곳은 위도가 높아서 겨울이 춥고 길어 병해충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어서 농약이나 살충제가 필요 없다고 한다. 게스트 하우스는 러시아풍 엔틱 가구로 꾸며놓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오래된 피아노와 가구, 가지런히 정돈된 액자와 기념패는 역사를, 야생조류와 산짐승 박제품은 주변 환경을 말해주고 있었다.

부인 Pepita Pylkkanen는 베리류로 만든 음료와 술, 봄에 채취한 블랙커런트 잎사귀로 만든 차를 시식하길 권하며, 만드는 법까지 설명해 주었다. “농원에서 식재료를 직접 채취하면 신선하고, 원재료비가 적게 들어요. 셰프의 하루는 농장에서 시작하지요.” Pylkkanen씨는 말했다.

▲ Tertti Manor 레스토랑 메뉴에 사용한 숲에서 채취한 식재료 버섯. 왼쪽은 표고, 오른쪽 노란색은 살구버섯(샹트렐, Chanterelle). 크림ㆍ수프ㆍ소스 등에 많이 사용하며,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렵지만 핀란드에서 가장 많이 본 버섯이다.
▲ Tertti Manor의 잔디 정원.
▲ Tertti Manor 레스토랑은 후식에도 허브와 꽃 장식을 많이 해 입맛을 돌게 한다.

허브 농원과 게스트 하우스, 레스토랑과 카페
요리 체험과 쇼핑, 회의까지 가능한 복합 공간

게스트 하우스는 곳곳마다 꽃 장식을 해놓았다. 양파와 완두콩, 비트, 무 등의 식재료로 작고 앙증맞게 해놓은 것, 꽃이나 열매를 말린 것, 생화 등으로 다양했다. 장식물에는 조형미보다는 자연을 그대로 실내로 옮겨놓은 편안함을 담았다. 시음을 마치자 안주인 Pepita씨는 기념품 가게로 안내했다. Tertti Manor에서 직접 만들었음직한 상품 외에도 액세서리, 음료, 잡화류, 캐릭터 상품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볼거리가 가득했다.

구경거리에 빠져있는 우리 일행에게 ‘쿠킹 타임’이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레스토랑 방향으로 갔더니 건물 바깥쪽에 요리 실습실이 있었다. 두 팀으로 나누어 다양한 베리류로 스무디와 잼을 만들었다. 조리 실습을 마치자 베리의 기능성을 설명하기 위해 헬싱키대학에서 나온 Marjo SarkkaTirkkonen씨가 우리 네 명에게 디플로마(수료증)를 주었다. 산학협력이 잘 되고 있고, 준비가 철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레스토랑에서 나온 음식은 호밀이나 귀리로 만든 빵과 시리얼, 육류요리, 감자, 어류, 치즈를 이용한 요리, 버섯요리, 샐러드류 등 다양했다. 거의 모든 요리에 허브와 식용꽃이 많이 사용되었다. Pepita씨는 손님에게 보다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귀리 등 곡물, 채소류, 버섯, 베리 등 대부분의 식재료는 농원에서 직접 재배한 것을 사용하고, 원재료의 풍미를 최대한 살리고, 양념은 강하게 하지 않는 것이 핀란드의 전통이라고 했다.

레스토랑 앞뜰에는 호박, 상추, 로메인, 메밀, 로즈마리, 라벤더, 한련화, 팬지, 해바라기 등이 자라고 있었다.

▲ 레스토랑 정문 앞에 허브농원이 있다.
▲ Tertti Manor 기념품 가게. 요리책, 과자류, 통조림,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판매한다.

Tertti에는 인원수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규모의 회의실을 갖추고 있었다. 점심을 마친 후에 알코올음료 생산업체 Lignell & Piispanen과 야생베리류 가공업체인 kiantama 관계자가 자기네 회사를 브리핑하기 위해 회의실로 왔다.

브리핑이 끝나자 안주인 Pepita씨는 핀란드는 겨울이 길고 춥기 때문에 식재료가 생산되지 않는 계절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해 놓은 창고를 보여줬다. 창고 안은 냉장상태인데, 베리류로 담근 술과 음료를 만들기 위한 당절임 등으로 가득했다. 농원에는 사과ㆍ링곤베리ㆍ레드베리ㆍ아로니아 등이 주렁주렁했고, 꿀벌도 키우고 있었다. 죽은 나무에는 차가버섯이 붙어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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