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52)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몇 년을 코로나에 밀려 이 나라 모든 사회활동이 침체하였고 경제 사정, 특히 사람이 모여야 장사가 되는 음식점, 숙박업, 관광사업 등이 크게 피해를 보았다. 많은 직업종사자가 재택근무로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다시 회사 출근 근무를 많이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사람들이 서로 모여서 상의하고 협의하며 공동으로 일할 때 더 효율이 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이나 시를 쓰는 문학인의 경우 완전히 개인 영역이 되겠으나 이런 문학 활동도 기회가 있을 때 서로 모여 작품 활동결과를 나누고 상대의 비평을 듣는 것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물며 같이 일을 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제조업이야 어찌 재택근무만으로 모든 일이 다 되겠는가.

코로나가 처음 중국에서 들어 왔다고 주장했을 때는 2급 전염병으로 그 피해가 대단하였다. 감염속도가 아주 빨랐고 심한 증상과 함께 생명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워낙 감염속도가 빠르다 보니 코로나로 사망하면 가족 면회도 하지도 못하고 바로 화장하여 유골만을 넘겨받는 끔찍한 경우도 우리는 거쳤다. 이런 극한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제는 일반 감기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같이 여러 사람이 겪은 어려운 고비를 나는 용케도 피하여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다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체온이 38℃가 넘고 기침, 가래가 나오기 시작한다. 심각한 시기였다면 당장 입원하여 격리해야겠지만 이미 그 위상이 떨어졌으니 하룻밤을 새우고 아침 간이 검사를 하니 양성이다. 

이비인후과에 들러 확진 판정을 받고 4일분 처방을 받았다. 코로나를 2급으로 관리할 때는 모든 병원경비를 국가에서 분담하였으나 이후 본인이 부담하게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도 65세 이상은 약값의 상당 부분을 감면해 준다니 그것이라도 감사해야지. 

처방받은 약을 4일간 먹고 나니 피로감 등 후유증은 약간 있으나 큰 어려움은 없이 고비를 지났다고 여기고 있다. 물론 집에서는 쫓겨나 별도 독방 신세를 지면서 먹는 것, 입는 것은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독신생활을 경험하는 1주일이었다.

코로나에 걸렸다고 얘기하니, 아니 이제야 걸렸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긴 국민의 거의 90%가 코로나에 걸렸다 하니. 심지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째 걸린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고 있다. 이제 한국 사람이라면 코로나 걸리지 않는 것이 별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걸리고 나니 제일 큰 걱정은 둘이 살고 있는 안사람이 나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 저녁에 확진이 되었으니 밤중에 다른 곳으로 나갈 수도 없고, 딴방을 쓰긴 했지만 공기 전염이니 안심할 수도 없지 않겠는가. 

아침 서둘러 침구와 꼭 필요한 옷가지만 챙겨 거처를 옮기고 그곳에서 칩거 생활을 한동안 하였다. 증상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 누워 앓을 정도는 아니고 글을 쓰거나 읽는 정도는 가능하였다. 그러나 책을 읽어도 이해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나 스스로가 느끼고 글 쓰려니 어찌 단어가 머릿속에서 맴맴 돈다. 그 과정을 일주일을 겪었다.

어제 나를 확진했던 의사에게 완치 판정을 받고 가족이 함께할 자격을 얻었다. 가벼운 증상의 코로나라 하더라도 높은 체온에 기침과 가래가 끼는 기본증상은 있으니 어찌 편안하겠는가. 가벼운 증상을 거치기는 했지만, 다시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나 자신에게 느끼게 해준 이 코로나에 감사하고 있다.

더욱 집사람에게 감염시키지 않고 지나가게 되었으니. 건강을 잃고 나서 후회한다는데 코로나는 내 의지와는 전연 상관없이 무작위로 찾아오니 단지 운을 믿을 수밖에. 코로나를 통하여 나의 건강, 나를 다시 뒤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제 두 번 다시 나를 찾지 않도록 무슨 조치를 해야 하나, 별로 신통한 처방이 없다.

감염된 이 기회를 감사하게 여기고 내 관리를 더 잘해야겠는 다짐하는데 오늘도 또 모임이 있으니 피할 길이 없네. 내 삶이 꼭 내 마음대로 만 되지 않으니 이 또한 새로운 것을 맞는 마음 설레는 일 아닌가.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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