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쪽은 아내가 해결해 줄 수 있지만
정신적 가려움은 과연 누가 시원히 해결해줄 수 있을까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48)  귀 후비기

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만 가끔 귓속이 간지럽다. 특별히 불편한 것이 없으니 아마도 귀지가 끼어서 그런가 보다. 어릴 때는 가끔 누나들이 눕혀놓고 머리핀 꼭지로 귀지를 파내 준 기억이 생생하다. 얼마 전 조금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아내와 모처럼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가서 밥을 먹다가 갑자기 귀가 간지러워 참기가 어려웠다. 무의식적으로 손에 잡히는 젓가락 뒤꽁무니를 귀에 넣어 후벼본다. 시원하다. 그런데, 아차 앞에 아내가 앉아 있다.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다. 기본 예의에 어긋난 현장을 그대로 들키고 말았으니 어쩌랴. 겸연쩍게 웃음으로 때우려 하나 일은 이미 끝났고 내 귓속은 시원하다.

간지러움은 우리 인체가 어느 변화가 있을 때 그를 알리는 신호이다. 간지러울 때 긁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은 소소하지만 실로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나는 팔이 짧아 시시때때로 느끼는 등 안쪽에서 간지럽다는 불편을 긁어 해소할 길이 없다. 효자손이 있기는 하지만 이 녀석을 매번 들고 다닐 수도 없고 집에서는 안사람이 효자손 대신을 톡톡히 한다. 이럴 때 시원함과 흡족함은 당해본 사람은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 느낀다. 조금 서글픈 얘기지만 불의의 사고로 한쪽 팔이나 다리를 잃은 사람이 잃은 쪽의 가려움을 호소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쪽으로 뻗어있는 신경이 아직도 그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은 육체적 감각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답답하고 숨이 막혀 시원스럽게 긁어주듯 풀어주었으면 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세상사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먹고 사는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안쓰러움을 시원스럽게 해결해줄 수 있는 효자손이 있는가. 수해로 모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시원스레 긁어주어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는가. 취업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 젊은 금 같은 날을 허송세월하며 신세 한탄을 하는 젊은이들의 등을 긁어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효자손이 필요한 때이다.

육체적인 가려움은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나 이 사회에 만연한 어려움은 어찌 해결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어디 이 세대만의 문제이겠는가. 인류 역사상 어려움이 없는 때는 없었고 끔찍한 전쟁이 멈춘 기간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인류가 출현한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이 지구에 각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그 수에 비례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물난리에 태풍의 피해, 교통사고, 심지어 멀쩡한 외모를 갖춘 젊은이가 칼을 휘둘러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육체가 아니라 마음속 답답함 또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 그렇게 발작하는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나는 등 뒤 가운데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아내의 도움으로 시원히 해결하였다. 많은 사람이 참기 어려운 마음의 가려움은 과연 누가 이 아픈 증상을 해결해줄 수가 있을까.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있을 답답함, 어찌 보면 가려움증 같은 증상을 서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겠다. 서로의 도움과 따뜻한 손길만이 마음속 답답함과 가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남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가려움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자꾸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안타깝다. 

더욱 이런 사회적 갈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해결해주어야 할 정치권에 속하는, 소위 국민의 대변인이라는 집단은 매일 제 밥 챙기기에 바쁘고 내 앞길 다지기에 온 힘을 쏟고 있으니, 어찌 그들이 자기를 선택해준 많은 유권자의 가려움을 이해하고 해결해줄 수 있겠는가. 참을 수 없는 가려움, 등 쪽은 아내가 해결해주지만, 이 사회에 만연한 정신적 가려움은 과연 누가 시원히 해결해줄 수 있을까. 답답함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으니.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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