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인들이 시간 때우기 아닌 새로운 창조능력 발휘할 분야를 찾고
더욱 활기차게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사회여건 마련돼야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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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은 대다수 인간의 기본 욕구다. 아마도 이생을 마감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라 생각해본다. 한 스님의 말씀을 빌리면 죽음 후 저세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본인이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없다고 여기면 없다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 종교를 떠나서 나에게도 공감을 일으키는 답이라고 여겼다. 어떻든 생이 주어졌으니 마무리할 때가 오는 것은 아무리 의학기술이 발전해도 피할 수 없는 순리이니 그때가 오리라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편하다. 그 경지까지 이르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긴 하지만.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화율(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2년 말 기준 17.5%로 일본보다는 낮다(29.9%). 그러나 22년 뒤인 2045년 한국의 고령화율이 37%로 높아져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령화율을 보일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예측이긴 하지만 지금 나이 먹은 세대와 뒤따라오고 있는 청장년들의 건강상태, 의료, 식품, 섭취 양태를 미루어 볼 때 기대가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노령세대로 기준이 되는 65세는 그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65세가 아니라 70세에도 젊은이 못지 않게 활발히 활동하고 많은 일을 역동적으로 해내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지고 있다. 우리 법에는 공무원의 경우 정년을 60~65세로 지정해 놓았고, 기업은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떠밀려 직장을 그만두는 나이가 50대이니, 은퇴하며 삶을 이어가는 정년 기준으로 보면 이들을 노령인구로 치부할 수는 없다. 강제적으로 떠밀려 평생 일해 왔던 직장에서 밀려났지만 2모작을 꿈꾸고 실제로 직장에서 은퇴 후 자영업이나 타 직장에서 더 활발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심지어 2모작을 넘어 3모작을 구상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평균수명이 80세가 넘어가고 살아갈 날이 늘어난 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3모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는 결코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 국가는 저출산으로 장래 국가운명이 걸려있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혼 인구의 감소는 물론이고 결혼해서도 무자식을 고집하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결혼 후에도 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진 지 오래고 앞으로 더 개선될 가망도 낮은 상황이다. 이제 지금 살아있는, 육체적으로 활동이 가능한 인력을 더 잘 활용하는 방안을 국가 차원에서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노령인구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경험 있고 지혜가 쌓여있는 우수인력을 나에 따라 싹둑 잘라 내버리는 것은 현 장수 시대에 맞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은퇴를 해야 하는 인력을 다시 활용, 그들의 지식과 노하우를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서둘러 우리가 도입해야 할 좋은 사례다.

젊은이들도 직장이 없어 고민인데 늙은이까지 신경 써야 하는가라는 반론도 있으나 경제 발전과 경제 규모의 확대로 결코 우리 젊은이들이 일할 자리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최상의 여건을 갖출 직장이 찾기 어렵다는 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은퇴한 집단과 젊은이들의 직장이 겹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쪽 제조업에서는 구직난에 허덕이고, 특히 지방에 둥지를 튼 기업은 원하는 자격을 갖춘 인력을 구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듣고 있다. 

현재 늘어나고 있는 노령세대, 즉 1000만에 이르는 실버시대는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저력의 바탕이 된다. 흔히 노인 빈곤율이 OECD(경제협력기구) 국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노령세대가 주로 갖고 있는 부동산을 제외하고 소득만을 계산하는 통계의 착시현상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노령층의 자산은 부동산의 비중이 높다. 이 부동산을 전체 소득의 범위로 계산할 경우 국내 총자산의 46%를 보유한 막강한 재력 세력집단이다(조선일보, 23.07.01). 이 세대는 어찌 보면 경제적 안정세대로 이들 자산을 사회에 이바지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도 국가가 검토해야 할 분야이다. 

건강 100세 시대가 가까이 오고 있다. 물론 유병장수는 재앙이 되겠으나 큰 질병 없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장수하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여긴다. 장수인들이 시간 때우기가 아닌 새로운 창조능력을 발휘할 분야를 찾고 더욱 활기차게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사회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수한 인력 자산은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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