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을 사용하는 큰 인연을 가진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다름을 극복하고 수용함으로써
민족의 발전과 후손의 번영을 위해 생각을 하나로 모아야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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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하고 왁자지껄하다. 바로 바쁜 시장통을 연상하고 그 말소리에서 떠들어대는 감정을 느끼고 공유할 수 있다. 어둠과 밝음, 한밤을 연상하면서 아침을 같이하는 연상 작용이 이어진다. 우리 오감으로 넘어가 본다. 냄새 맡다. 이 말은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는가. 맛있다. 입을 쩝쩝거린다. 그 감정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구리다고 한다. 비린내가 나네, 고소하네, 그렇다. 우리 오각을 활용하는 분야도 맛깔 나는 우리말로 표현해야 드디어 본래의 색깔을 찾는다. 색깔은 어떤가. 빨강과 노란색은 머릿속에 금방 그 색이 떠오른다. 적색(赤色)이나 황색(黃色)은 영상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리 목숨, 목구멍과 숨의 합친 말이라고 한다. 그 목에서는 우리 삶이 생각난다. 더욱 백미는 사랑과 정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그리고 너무나 그리움이 뭉쳐진 말이다.

찰지고 정겨운 우리말을 물려주신 조상님들에게 감사드리고 우리말, 더욱 갈고 닦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그렇다. 우리 감정을 너무 진솔하게 나타낸다. 우리 주위에서 둘러보자. 매일 쓰는 불, 이 불을 한문으로 火라 쓰면 그 뜻이 우리 마음에 전달되는가. 뜨거움과 밝음, 그 뜻은 불로 얘기할 때 금방 피부에 닿는다. 우리 신체의 부위도 다리, 장다리, 발굽, 손목, 손톱, 눈물, 눈곱, 모두가 생생히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 모습이 함께한다. 더 진 맛이 나는 것은 껄껄 웃는 웃음, 잔잔한 미소, 함박웃음 등 즐거움의 진솔한 표현이나 비웃음, 쓴웃음 등은 웃음이되 부정적인 강한 뜻을 나타낸다. 새빨간 거짓말은 왜 새빨간이란 말이 붙었을까. 우리가 모두 잘 아는 말, 실로 진실이 전연 없는 말이다. 빨간색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는지. 

스르르 잠이 든다. 스르르 뱀이 지나간다. 그 모습이 머릿속에 와 닿는다. 구르다는 굴러가는 모습이다. 세차게 움직이는 것보다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낸다. 짐을 나르다는 모두 순수한 우리말이다. 짐에서 여러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무거운 짐, 가벼운 짐, 물질이 아닌 마음의 빚 등으로 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나르다는 짐을 움직이는 동작이나 생각을 나르기도 한다. 우리 음식에서는 너무나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쌓여있다. 김치며 깍두기는 너무 친숙하고 총각김치는 아련한 싱싱함을 뒤에 이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겉절이는 그 말뜻으로 그 상태를 알 수 있으며 간장, 된장, 고추장은 청국장과 과연 다른 언어로 표시하면 그 진정 뜻을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는지. 

곡물로 들어가 보자. 쌀, 보리, 밀, 옥수수, 호밀, 이들을 한문으로 표기하면 그들이 가진 본래의 뜻을 완전히 훼손해 버린다. 쌀은 쌀로써 우리 뇌에 깊이 박혀 있으며 옥수수는 그 밖에 나타난 모습, 알알이 박힌 그 알갱이가 겹친다. 우리 신체 중 가장 많이 접하는 입, 코, 귀, 눈, 볼때기 등은 그 말로 바로 그 모습을 연상할 수 있으며 그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 한문으로 口, 耳, 鼻, 目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감이 오지 않는다. 

순수한 우리말은 우리 민족만이 이해하고 느끼며 감정을 통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 말의 뜻으로 우리는 하나가 되고 생각을 같이할 수 있으며 너와 내가 다른 것이 아니고 하나라는 동질성을 공유한다. 말의 진정한 뜻을 같이한다는 것을 동일 민족의 큰 혜택이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정신자산이다. 우리말을 계속 갈고 닦아 생각을 공유하는 수단으로 발전시켜야 하고 문화 민족으로서 자긍심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모두 몸에 맞지 않는 외래어보다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더욱 새롭게 개발하고 계속하여 자랑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말을 사용하는 큰 인연을 가진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다름을 극복하고 수용함으로써 이 민족의 발전과 후손의 번영을 위하여 생각을 하나로 모아야겠다. 

지금 한창 시끄러운 정치인의 목소리도 말은 달라도 그 뿌리는 같다는 것을 깊이 생각하고 정다운 우리말을 본받아 그 정을 서로 나눠 화합했으면 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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