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없는 사회는 혼란과 혼돈만이 설치고
정의가 사라져진 약육강식의 짐승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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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쓸쓸함을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입구에 들어섰다고 여긴다. 가슴에서 시시때때로 이는 분노를 안으로 삭일 줄 아는 사람, 공감 능력이 향상되는 것, 불이익을 조용히 안으로 삭이는 마음을 갖는 여유로움과 너그러움 그리고 오늘 하루를 숨 쉬고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할 줄 아는 여유가 생길 때 어른이 된다. 내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 세상의 결코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면서 다름을 받아들일 때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주거나 받을 때를 알아차리는 분별력은 나이와 상관이 되고 내면의 삶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갖출 때 어른이 되었다고 여긴다. 무심하게 스쳤던 가족이 점점 중요해짐을 스스로 느낄 때, 주위에서 어려움을 보고 측은지심을 품는 나이, 설혹 고통과 시련이 있다 해도 이에 굴하지 않고 오해와 억울함에 변명보다는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나를 다스리는 담담함과 여유를 보일 때가 생에서 한 고비를 넘기는 과정이다.
 
쥐었으면 펼 줄도 아는 분별의 경지를 알아갈 때, 산을 오르면서 다시 내려가는 길이 온다는 사실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면 어른스럽다. 행복을 소소한 일상생활 속에서 느끼고 삶의 보람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는 어른이 된다. 그리고 내가 고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가면서 그 값진 고귀함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으면 어른답다. 생활에서 만나는 옳고 그름을 육감으로 알아차리는 감각을 가질 때. 나이 들어 철이 든다고 한다.
 
나이 먹음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향기롭게 익어가는 것을 증명하면 어른이다. Here and now를 중요한 삶의 잣대로 받아들이는 나이, 앞산의 숲이 아름답고 꽃에 벌이 노니는 것을 보는 것이 경이롭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어른스러움의 시작이다. 과거를 다시 보고 내일을 설계할 수 있으면 그 능력으로 어른으로 대우받을 수 있다. 남의 아픔, 고달픔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되어야 어른이 된 것이다.
 
오늘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나 스스로 깨닫고 그 주어진 시간을 행복으로 바꾸는 슬기를 발휘하는 나이. 지금에 온 힘을 쏟고 그 일을 해내려 노력하는 나를 칭찬하며 이웃이 어려움에 부닥치는 모습을 보고 같은 아픔을 느낄 때, 오월의 신록같이 싱싱하고 푸릇푸릇한 젊음을 보고 더 나은 우리나라 장래가 그려지는 나이, 그러면서 조금은 못다 한 아쉬움이 마음이 밑에 깔리는 순간이 있을 때가 어른이 된다. 후손보다도 내 웃어른들의 말씀과 행동이 가끔은 내 마음에 머물며 나를 반성해보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눈에 보이는 다른 사람의 흉허물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그 이유를 알고 이해 폭을 넓히려 마음먹고, 그 이유에 공감하며 위로하는 여유가 생길 때, 가족을 어제와 다른 눈으로 관찰하고 그들이 옆에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내가 이들 가족과 함께 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는 때, 슬프고 기쁠 때 공감하는 능력이 커질 때는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다. 남의 아픔을 그대로는 아니되 쓰림을 같이 하는 경험, 그래서 연민의 정이 생기기도 한다. 어른은 나이로 구분되지는 않는다. 육체가 아니라 오롯이 정신이다. 보통 애늙은이라는 말을 쓴다. 나이는 어리나 행동이 듬직하고 진득하면서도 쉽사리 주위 여건에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나로서 있다는 것을 무언으로 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어른답기는 쉽지 않다. 어찌 보면 가장 평범하고 옳은 것을 옳다고 생각하며 그른 것이 있을 때 그름을 밝히는 것, 간단하면서도 쉬울 것 같으나 대부분 사람은 그 어른스러움을 쉽게 박차버리는 행동을 한다.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밑바닥에라도 있으면 그래도 다행이다. 지금 사는 이 사회는 많은 사람이 어른, 어른다움을 상실한 불행한 시기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중심을 잃지 않고 옳은 것에 편을 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

세월이 흘러 나이는 먹었어도 아직 10대의 미숙하고 철이 들지 않은 어린이로 살아간다. 내가 쥐고 있는 것을 뺏겼을 때 울음을 참지 못하고 그 아쉬움을 큰 소리로 불만을 토해낸다. 주위에 이는 따가운 눈총이 있다 하더라도 나만의 슬픔과 손실이 어느 것보다도 크다는 생각이 전체를 뒤덮어 버린다. 어른이 없는 사회는 혼란과 혼돈만이 설치고 정의가 사라져진 약육강식의 짐승 사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런 사회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는 현상을 지금 목도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퍼지는 현상이다. 언제쯤 어른이 어른으로 역할을 하고 잘못을 꾸짖고 옳은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할 것인지 답답하다. 우선 나부터 어른 흉내라도 내 봐야겠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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