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중요한 식량자원, 추억의 작물 고구마
현대 우수 식품화하기 위해 용도 확대,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길 열어야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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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에게 주식으로 자리 잡은 쌀, 보리와 함께 가장 친숙한 간식거리는 고구마와 감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밥상 가운데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쌀밥과 보리밥, 근래 이 곡물들도 소비량이 줄어 국내에서 생산되는 곡물이 모두 소비되지 않아 재고로 남아 정부가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 보리는 한때 100만 톤 넘게 생산되어 1950~1960년대 우리 국민의 주린 배를 채워주었던 고마운 주요 곡물인데도, 이제 연간 겨우 10만 톤 내외 생산되는 물량도 모두 소비되지 않아 생산자인 농민이나 관리해야 할 정부 당국의 시름이 깊다. 이들 곡물은 주곡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왔고, 앞으로도 우리나라 토양과 기후 여건으로 봐서 우리 식탁을 지켜줄 든든한 먹을거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들 주곡의 반열에 들지는 못하지만, 고구마는 한동안 우리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해주었던, 큰 신세를 진 작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시대가 변하여 고구마가 허기를 채우던 시절에서 인기 있는 기호식품의 자리로 그 위치가 바뀌면서 더욱 사랑받는 이유는 다양한 기능성이 인증되면서 건강 지킴이 작물로 위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구마가 가진 우수한 성분은 미처 알지 못했을 때는 주린 배를 채우는 구황작물이었으나, 이젠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우수한 건강식품으로 인식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고구마의 원산지는 지구 반대편인 중앙아메리카인 멕시코 유카탄반도와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하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고구마 재배는 8000~10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배가 일반화된 것은 2000년 전쯤으로 추정된다. 고구마가 전 세계로 전파된 것은 15~16세기 스페인과 포르투갈 항해자들이 이 고구마를 가져와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스페인 함대들이 남미를 거쳐 필리핀 등 동남아 일부 국가를 식민지화하면서 선원들의 비상식량으로 사용하며 전파됐다고 알려지고 있다. 일본으로 전파된 것은 1601년경으로 추정되는데, 류큐(현재 오키나와)에서 명나라로 사신 간 노큐니 쇼카넹에 의해서 일본으로 도입됐고, 더욱 재배지가 확대돼 대마도로 유입된 것이 1715년으로 알려져 있다.

고구마의 어원은 일본어 발음인 ‘고귀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고구마가 소비된 것은 영조 39년인 1763년 10월, 조범이 조선통신사를 이끌고 일본으로 떠나면서 기항지인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처음 보고 흉년을 대비한 구황작물로 가치를 알고 고구마 종자를 조선에 보냈다고 알려지고 있다. 조범은 보낸 고구마의 재배와 보관에 대한 자료도 집대성해 고구마 보급에 큰 공을 세웠다. 그 이후 여러 선지자에 의해서 고구마 재배가 동래, 부산 등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지가 확대됐고, 점차 전국으로 퍼져나가 곡류를 대신할 구황작물로 정착했다. 이때 일반에 보급된 고구마는 그 후 진흥청 등 국가 연구기관에서 품종 육종이 진행됐고, 재배방법 개선, 고구마의 용도 개발 등 관련 연구가 활성화돼 우리 고유 농작물로 자리 잡았다.

어릴 때 기억으로는 농가에서 고구마를 많이 생산해 고구마 전분을 생산하는 공장에 납품했고, 이 공장에서 고구마 전분을 생산, 냉면 등 식품가공용 원재료로 널리 사용하게 됐다. 제주도에서도 고구마가 많이 생산돼 당시 정부에서 고구마 용도 개발을 목적으로 고구마 전분을 이용한 포도당 제조공장을 건립, 우리나라 최초로 포도당을 생산하게 됐다. 이후 제당회사로 확대됐으나 고구마 전분을 이용한 포도당 생산은 원가 경쟁과 환경 파괴 주범으로 몰리면서 한 시대를 마감하게 됐다. 그 역사를 한 중소업체가 근근이 이어가고는 있지만.

고구마의 추억은 시골생활에서 겨울과 연관이 된다. 서리가 내리기 전(서리가 내리면 냉해를 입는다) 고구마 두렁에서 호미를 이용, 고구마를 조심스럽게 캐어 가마니에 담아 집안 움막이나 토굴을 만들어 보관했다. 잊지 못하는 것은 방안 윗목에 수숫대로 엮은 동이를 만들어 이 안에서 고구마를 쌓아 놓고 겨우내 깎아 먹거나 삶아서 간식으로 먹었던 기억이다. 수확했을 때보다 따뜻한 방 안에 얼마 동안 저장하면 단맛이 훨씬 더한다. 이후 전공 분야에서 일하면서 알아낸 바에 의하면, 고구마 생체 내에 들어 있는 전분 분해효소가 고구마 전분을 분해해 포도당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고구마를 삶아 놓으면 단맛이 강할 뿐만 아니라 조직이 부드러워져 물감자라 부르는데 맛과 조직이 좋아진다, 물론 물고구마와 밤고구마가 있었으며 품종에 따라 굳기와 물성도 달라진다. 

땅을 파고 왕겨를 켜켜이 넣어가면서 저장한 고구마는 다음 늦은 봄까지 싱싱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 군고구마와 숯불 위에서 구워 놓은 고구마 절편(일본말로 야끼모)은 잊지 못할 추억의 원천이 된다. 근래 고구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서서히 자리를 굳혀가고 있으며, 육류 섭취가 많아지면서 성인병이 많아지자 고구마는 성인병 예방식품으로 눈길을 끌며 간식용 혹은 혼합식 식재료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직도 국내산 고구마를 가지고 꾸준히 고구마 전분을 만들어 공급하는 업체가 있으며, 전분 제조과정에서 생산되는 박을 별도로 말려 우수한 사료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고구마의 장점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비타민과 칼륨 등 양질의 무기질원이며, 특히 현대인의 식단에서 부족한 식이섬유의 좋은 공급원이 되고 있다.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무공해 건강식품이라는 큰 장점이 있다. 또한, 고구마 줄기는 잎이 나물로 이용되며 대단히 우수한 사료 자원이다. 우리의 중요한 식량자원, 추억의 작물을 현대 우수 식품화하기 위해 고구마의 용도를 더욱 확대,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길을 열어야겠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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