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탓하는 시간에 나를 추스르는데 더 시간을 쓰고 
내 주위 사람들에게 더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아본다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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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래 계절이 바뀌는 기별, 한쪽에서는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네. 눈에 보이는 꽃만 아름답게 느끼던 때를 지나 그 곁에 노닐고 있는 바쁜 곤충들이 눈에 들어오는 나이, 돌 틈에서 연약이 뿌리내리고 노란 꽃잎을 겹겹이 펼치는 민들레를 쪼그리고 앉아 눈 맞춤으로 인사하는 내 모습을 위에서 상상 해 보니 정답다. 살다보면 어쩌다 먼 뒷산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를 듣고 새 계절이 오고 있다는 것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지난날의 기억을 추스른 즐거움을 다시 떠올리면서 지금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머릿속 맡 바닥에 간직한 여러 기억을 회상하면서 즐기고 여유 있게, 그때를 반추해보는 여유는 이 또한 즐거움 아니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세월에 떠밀려서 지내온 시간을 이제 조용히 바라보는 눈이 생겼다는 것을 무척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 나이 듦은 이런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는 시간이 주는 큰 선물이다. 한 순간도 쉼 없이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에서 한껏 물러나 시내 물에  띄운 종이배처럼 그들의 흐름에 그대로 나를 맡기는 여유도 갖는 나이다. 그래 몸 어디 한두 군데 불편하지 않으면 나이 먹음이 아니지, 그 아픔과 고통을 그 정도만인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받아들이고 가없는 자연이 나에게 준 피할 수 없는 선물이라 여기는 여유를 내 마음속으로 넓혀간다. 있는 그대로를 저항 없이 받아들이며 그 아픔을 순화시키는 또 다른 영역의 정신력으로 바꾼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아쉬움과 후회, 그리고 회한으로 얼룩진 삶의 여정과 보람으로 뿌듯했던 기억 등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뒤로하고 앞으로 오는 새 날에는 또 다른 바람과 희망을 놓지 않는 저력을 갖출 수 있다고 다짐 해 본다. 지나온 시간에 갇히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지금을 즐기는 지혜를 스스로 숙성시키고 싶다. 그 바람이 힘이 되어 작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동력으로 오늘을 맞는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오묘한 자연의 모든 변화에 더욱 애착과 마음 씀을 간직하고 이들을 즐길 여유를 갖는 때를 맞고 있다. 없는 것에서 있음을 찾는 지혜를 돋우고 쌓아놓은 경험으로 새롭게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는다. 어찌 노쇠하였는데 젊음의 패기와 저력을 따라갈 수가 있으랴. 그러지 이르지 못함을 스스로 알고 받아들이는 마음을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아픔 없이 어떤 삶이 있겠는가. 시간 속에서 무디어지기도 했지만 헤집지 않는 인내도 또한 갖아야 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들춰내기 보다는 묻어두고 묵직이 삭히는 슬기를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져본다. 쉼 없이 지나가는 이 순간을 영원처럼 느끼고 즐기면서 여유를 부릴 줄 아는 마음의 자세도 필요하다. 매일의 일상에서 내 뜻에 어긋나는 경우도 엷은 미소로 답하고 지나치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질 수도 있다. 가짐과 소유에서 조금 떨어져 놓아버림의 홀가분함을 마음속에서 즐기는 경지를 받아들이는 과정, 그래서 내가 지금 있음을 감사하는 나이, 그래서 더욱 이 시간이 살뜰하고 귀하다.

행복을 준다는 파랑새를 찾아 헤매다가 그것을 잡는 순간 모든 것을 놓쳐버린 우를 범하기보다 손 안에 있는 파랑새를 놓아주고 마음을 비우는 순간을 만끽하고 그 기분을 이어가는 마음의 자세, 그래서 무욕(無慾)의 경지를 서서히 알아간다. 손에 쥐는 것에서 놓는 즐거움, 밖에서 찾는 것보다 내안에 숨어있는 나만의 보물을 발견하고 꺼내어 빛나게 닦아내는 과정, 그것이 진정한 행복임을 알아간다. 소유하면 언젠가 나를 떠나간다는 너무나 단순한 이치를 깨닫고 떠날 때를 아쉬워하지 않는 마음가짐, 놓아버림의 이치를 깨닫고 그것을 즐기게 된다.

남을 탓하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탓하는 시간에 나를 추스르는데 더 마음쓰고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더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아본다. 내 스스로 남아있는 시간을 가늠해보면서 촌각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남은 힘을 써본다. 내가 아닌 내 주위, 그리고 나를 감싸고 있는 이 대자연을 향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있는 것은 있는 것대로, 없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아쉬움을 마음속에 품지 않는 경지, 자유로움을 즐기는 자세를 갖고 싶다. 이 세상에는 3가지 중요한 금이 있다고 한다. 황금, 소금, 지금, 황금과 소금은 언제 떠나는 물질이나, 지금은 정신이고 내 것이다. 그렇다. 과거도 내 것이 아니고 미래는 더더욱 나와는 관계가 없다. 지금 이 순간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이다. 지금도 금방과거로 밀려나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미래가 이 자리를 차지하겠지만, 어쩌나 이 순간에 내가 할 일을 찾아 내 뜻대로 살아가야지. 

과거와 미래를 제쳐놓고 현재를 즐기면서 살아가야 할 나이가 되었다. 미래를 더 이상 예약할 수 없으니 내 손안에 있는 지금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과거로 함몰되기 전에 이 순간을 잡는 것이지. 나이 먹어 좋은 것,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니 육체적으로 욕심 부리지 않고 그 육체가 따라주지 않으니 한계를 스스로 정해서 마음으로 평온을 찾아가는 지금, 의무를 만들지 않아 더 홀가분한 마음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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