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관리와 함께 마음에 두껍게 낀, 이기심의 묵은 때 닦아내는 기회 더 가져야 할 때
건전하고 올바른 정신이 육체에 우선해야 살맛 나는 인간사회 될 것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56) 

목욕하면 옛일을 금방 떠올린다. 목욕이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목욕은 이제 필수가 되었다. 개인 집은 물론이고 아파트 건설에서도 어떻게 목욕탕을 꾸미느냐가 큰 관심 대상이다. 우리 건강을 지키고 몸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서 목욕은 필수가 되었고 각자 집안에 온수가 구비된 목욕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 되었다. 여의치 않는 경우 근처에 공중목욕탕이 있어 손쉽게 따뜻한 물로 몸 씻는 것은 물론 따뜻하게 피로를 풀 수도 있다. 아직도 이런 편리한 시설을 갖추지 못한 계층도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나 생활 여유가 생기면 아마도 먼저 몸을 씻을 시설을 갖추려 할 것이다. 
 
얼마 전 보도된 내용을 보면 그 유명한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스컹크’ 족이라 부른다는 글을 읽었다. 하도 바쁘다 보니 목욕할 시간이 없어 쌓인 체취가 비슷한 동물의 냄새를 닮았다는 뜻이리라. 이런 경우는 개인의 사정에 속하고 목욕시설이 미흡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얘기로 탈북민이 우리나라에 정착하여 가장 놀라는 것은 아무 때나 따뜻한 물로 몸을 씻을 수 있다는 것이라 들었다. 그만큼 떠나온 고향에서는 기본적인 어려움을 겪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편리한 환경에 이미 젖어있는 경우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혜택이 얼마나 축복인가를 잊고 사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갖춰져야 할 필수요건이라 여기고 있다. 이 여건은 힘들여 갖춰놓지 않는 한 결코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같이 힘써서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편리함을 갖춘 결과를 이와 같이 당연한 일상처럼 지금 이용하고 있다.
 
내 고향은 넓지 않은 평야의 한가운데 터를 잡았고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한 낙향한 선비가 맨 처음 집을 지었고 그 집안이 주축이 되어 한 40여 가구가 한 가족처럼 어깨를 맞대고 사는, 농사가 주업인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다. 들판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내장산과 방장산에서 내려오는 시냇물이 마주치는 두물머리가 있고 그 내는 우리들의 좋은 물놀이터요 물고기와 경주하는 씨름판이었다. 왼쪽 내는 좀 차갑고 오른쪽 내는 먼 거리를 흘러와 따뜻하였다. 여름이 시작되면 우리들의 취향대로 자리를 바꿔가며 물놀이를 하였다. 그러니 매일 목욕하는 것이고 여자들은 어둠 발이 들면 삼삼오오 몰려나와 다리 밑 공터를 목욕 터로 삼는다. 그러니 가을 찬바람이 불 때까지는 물과 함께 살았고 매일 목욕하는 셈이다. 어머님은 그렇게 매일 물속에 있다 보면 물때가 낀다고 걱정하셨지만, 그것이 무슨 대수이랴. 즐기고 살았으니.
 
여름이 지나고 가을, 겨울이 되면 따뜻한 물이 별도로 준비되지 않으면 목욕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별도로 물을 데워 세수나 따듯한 물을 쓰면 다행이지. 그래도 조상을 모실 명절이 가까이 오면 정갈한 몸으로 경건히 모셔야 하는 기본예절로 날 잡아서 큰 가마솥에 가득 물을 끓이고 목욕탕은 쇠구지(소 여물통)가 적격이다. 차례로 순서를 정하여 밀린 때를 벗겨내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 이제 그런 정취는 옛일이 되었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목욕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낀다. 대가족이 모여 살았던 옛적, 겨울 목욕하는 것도 한 집안의 큰 행사였다. 어머님은 그 전날부터 무쇠솥을 준비하고 여물통을 씻는 등 준비가 부산하다. 이제 옛 추억이 되었지만 그래도 물 데워 목욕하던 그때 그리고 외기의 그 서늘함, 찬 기운을 지금도 느낄 수가 있다.
 
생활환경 변화에 따라 우리 습관도 변하지만, 지금의 생활이 더욱 편리해졌으니 옛일은 기억 저 밑에 남아있는 추억으로 되새겨본다. 그래도 내 삶의 자산, 그 추억이 있어 어린 나이의 나와 그때의 생활이 그리움으로 남는다. 예부터 인간의 속성으로 편함을 뻗치는 것은 끝이 없다고 했는데 말을 사서 타다 보면 말잡이를 원한다고 했던가. 편함은 결국 끝없는 욕심으로 이어지나 보다. 이제 물 데워 목욕할 필요는 없지만, 그때가 있어 지금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삶을 살고 있다. 비교치를 내 가슴에 안겨준 어린 시절을 고맙게 여기고 있다. 
 
이제 대부분 몸을 씻는 목욕은 자유로워 옛날보다 육체적으로는 깨끗하고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으나 우리 정신과 마음은 어떤가? 더욱 각박하고 여유 없이 팍팍해지면서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이 충만해 가는 세태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몸 관리와 함께 마음에 두껍게 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심의 묵은 때를 닦아내는 기회를 더 가져야 할 때이다. 건전하고 올바른 정신이 육체에 우선해야 살맛이 나는 인간사회가 될 것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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