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서 서명은 처분 절차 진행 확인하는 중요 자료 맞지만
이것이 영업자를 옭아매는 자료는 될 수 없어

김태민 변호사의 식품 사건 예방과 실전 대책 17. 

김태민 변호사​​​​​​​식품위생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
식품위생법률연구소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역사적인 배경이 아니더라도 감독기관에서 방문한 경우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이론이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행정조사기본법은 물론 식품위생법에서도 영업자 소재지를 방문하는 공무원들은 방문 목적부터 소속 등을 문서로 작성해서 내보이고, 영업자 혹은 종업원들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대응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법령이 있다고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누구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에서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눅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이 징구하는 확인서는 실제 재판에서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경험이다.

상담하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거의 모든 영업자는 이미 공무원의 요청에 따라 확인서에 서명한 상태가 많다. 그래서 도대체 당시에는 왜 지금처럼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주장하면서 확인서에 서명 혹은 날인을 거부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전부 다 당시에는 경황이 없고 공무원이 확인서 서명을 재촉하니 피할 도리가 없었다고 한다. 확인서 서명을 요청하는 공무원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스스로 그런 상황이 되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간혹 공무원 징계 사건을 맡으면서 상담해보면 감사실 등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공무원들 역시 자신의 의지와 달리 진술하는 일이 많다. 이런 이유로 경찰서나 식약처의 소환 요청을 받고 출석해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사를 대동하면 무조건 좋다. 어떤 변호사라도 동행하면 우선 수사관이나 공무원들의 대응 방식과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본인이 정신을 차리지 못해도 변호사가 옆에서 피의자 신문조서나 질의를 정확하게 듣고 이해한 후 답변에 충실하게 조언할 수 있다.

한 주류업자가 식품첨가물로 등록되지 않은 물질을 수입해서 시제품을 만드는데 일시적으로 사용한 것을 적발한 대구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해당 영업자에게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했던 사건에서도 식품위생감시원인 식약청 공무원이 영업자에게 확인서를 징구해서 행정법원에 제출했었다. 그러나 판결문에서 행정처분 취소를 결정하면서 어느 한 곳에서도 확인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확인서대로라면 영업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자백을 한 것이고, 법을 위반했다고 분명하게 서명한 것이지만, 이런 문서는 판단의 참고자료일 뿐이다. 해석의 오류가 있음을 명확하게 지적했다. 이런 것을 법리 오해라고 한다. 사건에서도 실제로 관계에서 영업자가 수입한 원료가 실제 식품 제조에 사용된 것이 아니라 시제품 생산에만 사용된 것이라는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고, 공무원이 받은 확인서는 판단 근거에서 제외되었다. 

확인서 서명은 공무원의 업무 처리를 편하게 해주는 용도일 뿐이다. 대다수 행정처분은 공무원의 올바른 판단으로 영업자의 위반행위를 적발하기 때문에 영업자가 확인서에 서명하면 추가 입증 자료 없이 바로 행정처분이 진행될 수 있다. 또한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도 된다.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폐업 신고가 불가한 현시점에서 단순히 현장 조사로는 절차 진행이라고 보기 어렵고, 행정처분 사전통지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확인서 서명은 처분 절차 진행을 확인하는 중요 자료는 맞다. 그러나 이것으로 영업자를 옭아매는 자료는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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