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가공기준ㆍ성분규격 고시서 정하는 일반 기준이나 
식육추출가공품 개별기준서 정하는 가공기준ㆍ성분규격에
성분배합비율에 관한 사항 포함되지 않아

김태민 변호사의 식품 사건 예방과 실전 대책 11. 

김태민 변호사​​​​​​​식품위생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
식품위생법률연구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그렇고, 제도가 그렇고, 법도 그렇습니다. 수많은 전문가와 실무자가 노력해서 만든 법이고, 입법과정에서 여러 단계 검수를 거치지만, 여전히 오류가 있습니다. 실제로 법령을 제정 혹은 개정해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든 경우의 수를 예견할 수 없어서 간혹 어처구니 없는 결과 때문에 소송의 승패가 바뀌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영업자들은 행정처분을 받았다고 무조건 포기할 필요는 없고,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받아야 합니다.

식품위생법이나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는 영업자가 식품을 제조하기 전에 관할 행정기관에 품목제조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원재료명과 성분명, 배합비율을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영업자가 관청에 신고한 배합비율과 다르게 제품을 생산해 판매할 경우 품목제조보고상 내용이 그대로 표시돼 소비자를 속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런 행위를 감독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신고된 배합비율과 다르게 생산된 가공품은 지금으로 하면 식품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실과 다른 표시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년 전 식품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 한 축산물가공품을 제조하는 회사가 경쟁업체의 신고로 제품의 품목제조보고신고서와 다른 배합비율로 원료를 사용했다가 적발됐고, 그로 인해 축산물위생관리법 제4조(축산물의 기준 및 규격) 위반으로 품목제조정지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담당공무원은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 [별표11] 행정처분 기준에 규정된 내용에 따라 품목제조보고한 성분배합비율을 위반했다고 판단, 그에 따라 처분을 내렸습니다. 1심에서는 영업자가 패소했지만, 2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행정처분문서에 적시된 사유는 구 축산물위생관리법 제4조 제5항, 제6항 위반라고 했으나, 축산물의 가공기준 및 성분규격에 관한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일반 기준이나 이 사건 제품과 같은 식육추출가공품에 관한 개별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가공기준 및 성분규격에는 성분배합비율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지 않으므로, 영업자가 설사 품목제조보고 시에 보고한 성분배합비율에 위배해 제품을 생산했다하더라도 그 행위가 구 축산물위생관리법 제4조 제5항 또는 제6항을 위반한 것이 되는 것은 아니고, 구 축산물위생관리법과 그 시행령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아도 ‘품목제조보고 시에 보고한 성분배합비율을 위배하여 축산물을 가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만한 근거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1심 판결을 뒤집어 영업자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이 사건은 어찌보면 위반한 것은 맞는데 수사를 하면서 법령을 잘못 적용해 무죄를 받은 형사사건과 유사합니다. 하나의 행위가 두 개의 처벌 조항을 위반한 경우도 있고, 어떤 법률에만 위반인 경우지만, 담당자 실수로 법령을 잘못 적용해서 이번 사건처럼 행정력만 낭비할 수도 있습니다. 

법령에 오류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이 바로 소송입니다. 소송을 통해서 기존 법률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고, 행정기관은 사건 이후 개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업자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송이라는 제도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니, 행정기관 공무원도 방어적 자세보다 잘못도 인정할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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