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에 따라 보관 기준 달리 정할 수 있다

김태민 변호사의 식품 사건 예방과 실전 대책 16. 

김태민 변호사​​​​​​​식품위생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
식품위생법률연구소

같은 문구를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문학적인 표현이 아닌데도 보는 사람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을 이런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특히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자의적인 법 해석을 하게 되면 단속부터 행정처분, 고발 조치까지 진행되고, 이런 상황에 빠진 영업자는 불필요한 시간과 금전 낭비는 물론 잘못하면 폐업에 이르는 경우도 생긴다. 법 해석은 법원에서 해야 하나 실무적으로 개별 행정기관이 할 수밖에 없고, 고민이 생기면 법제처에 해석을 의뢰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법령 해석은 결국 담당자의 몫이라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대두분(콩가루) 수입업체는 원료를 두부 가공업체에 공급하는데, 인천항에 소재한 창고에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의 규정과 달리 진공 포장, 진공 후 질소 충전 또는 냉장유통·보관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적발되었다. 두부에 사용되는 대두분을 상기 방식으로 보관 및 유통하도록 규정한 이유는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대두분의 산패 및 미생물 오염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두부 제조업체가 원료를 관리할 때 이런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마땅하지만 대두분 수입업체까지 적용되어야 하는지는 다툼이 있었다. 

여기서 해석의 원칙이 되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바로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으며, 이러한 법해석의 원리는 그 형벌법규의 적용대상이 행정법규가 규정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경우에 그 행정법규의 규정을 해석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6도4582 판결 등 참조)”라는 내용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두분의 진공 포장 등 보관 및 유통 방법은 모두 두부류 제조기준이지 원료에 대한 기준이 아니다.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는 이미 원료에 대한 일반 기준을 규정하고 있고, 원료를 위생적으로 취급하고, 보관 장소가 불결하지 않으며, 방서 및 방충 관리를 해야 하고, 눈과 비로부터 보호되며, 외부로부터 오염을 방지할 수 있고, 인체에 유해한 화공약품 등과 함께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서는 대두분 수입업체가 두부 제조업체와 동일하게 모든 대두분을 진공 포장 등으로 원료를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고 해석해서 기소한 사안에 대해 법원은 해석의 오류가 있음을 명확하게 지적했다. 이런 것을 법리오해라고 한다. 대두분이 주로 두부 제조에 사용되는 것이 맞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에는 진공 포장 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증거도 없이 두부에 사용될 것이라는 추정만으로 대두분 수입업자에게 두부 제조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수사 사건의 입증 책임은 수사기관에 있고, 행정처분의 입증 책임은 행정기관에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 식품 사건은 오히려 영업자가 자신의 무죄 혹은 과실이 없거나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사람을 죽이지 않은 자가 죽이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하고 어려운 점인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법령 해석은 쉽지 않고, 탄탄한 기본기와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담당자로서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야 하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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