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성, 공정거래저해성, 소비자오인성 등 인정돼

식품안전과 바른 대응法 74.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최근 규제 동향

슈링크플레이션 규제
기만성, 공정거래저해성, 소비자오인성 등 세부 요건 없이
미표시ㆍ미기재 그 자체가 규제 대상이 되는지 생각해 볼 문제

정양훈 변호사법무법인(유한) 바른
정양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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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한) 바른 식품의약팀의 정양훈 변호사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 등의 정의와 이에 대해 최근 강화되고 있는 규제의 추세를 살펴보겠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란,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의 수량이나 크기, 품질을 낮춰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 물가는 오르는데 상품, 서비스의 양과 질이 눈에 띄지 않게 하락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도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이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품목으로 식료품, 생필품 등이 있는데, 이러한 품목에서 직접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부담되니 제품의 크기나 수량을 줄임으로써 우회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령(이하, ‘식품표시광고법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용량 등의 변경으로 단위가격(출고가격 기준)이 상승하는 경우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변경전 용량 → 변경후 용량) 표시’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즉, 내용량을 표시하는 것에 더 나아가 내용량의 전후 변경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또한,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한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안은 용량 등 중요사항 변경에 관한 정보를 포장 등에 표시하지 않으면,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과태료의 부과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간 식료품 업계에서 슈링크플레이션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포장에 비해 내용물이 빈약한 과자 제품을 풍자하기 위해 ‘질소과자’라는 용어가 등장한 점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국소비자원은 가격정보 종합포털사이트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과 신고센터 등에 접수된 상품 등을 대상으로 슈링크플레이션 실태를 조사하였는데, 그 결과 2022. 12. ~ 2023. 11. 9개 품목 37개 상품의 용량이 실제로 감소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슈링크플레이션은 반길만한 현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슈링크플레이션 과정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면 이를 규제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① 슈링크플레이션을 법률로 규제하는 것 그 자체와 ② 법률로 규제할 때 그 수단으로서 식품표시광고법령, 소비자기본법 등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여러모로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하여 원가인상 요인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는 식료품 업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발생하는 현상인데, 예를 들어 몇 년 전부터 빈발하고 있는 공사대금 증액에 관한 분쟁도 그 근본적인 원인은 원가인상에 있습니다. 

그런데 식료품, 생활필수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품목으로서 다른 어떤 제품, 서비스보다 가격 인상에 민감한 품목이다보니, 정부 당국도 그 물가 변동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2023. 6.경 보도에 따르면, 원가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라면, 제과, 제빵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5~10% 정도 인하하였고, 주류업체들은 가격 인상 계획을 전면 보류하였습니다.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 및 정부 당국이 식료품 가격 변동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이 때문에 업계는 가격을 직접적으로 인상하는 대신 슈링크플레이션 등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식료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논란을 넘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여러 규제를 촉발시키기도 합니다. 그러한 예로 과거 여러 언론은 ‘A라면 블랙’이라는 제품에 대해서 공정위가 표시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 과징금 납부명령 등의 제재를 부과한 배경을 신제품 출시를 빌미로 기존 A라면 제품에 비해 가격을 1.7배나 인상한 것이 괘씸죄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분석에 따르면, A라면 블랙 사건에서 표시광고법은 물가안정의 수단으로 활용된 면이 없지 않으나, 그래도 그 사건에서는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광고 문구에 대해서 기만성, 공정거래저해성, 소비자오인성 등 부당광고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지 여부가 정밀하게 심사되었고, 그 심사결과 부당성이 인정되었기 때문에 제재처분까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소비자기본법 고시, 표시광고법 고시 등의 내용을 보면, 위와 같은 세부 요건에 대한 심사 없이 내용량 전후 변경 표시만 없으면 그 자체로 행정제재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되어 규제의 정도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수준의 정도가 심한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그 규제의 합리성이 이해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만성, 공정거래저해성, 소비자오인성 등 세부 요건 없이 미표시ㆍ미기재 그 자체가 규제 대상이 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특히, 식품표시광고법은 부당광고의 유형으로 질병의 예방ㆍ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 의약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 거짓ㆍ과장 광고, 기만 광고, 비방 광고, 부당 비교 광고, 사행심 조장 광고 등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부당광고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내용량 전후 변경 단순 미표시’의 경우 그 자체로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관련 사건에서 주요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식료품 업계는 오죽했으면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고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용량과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 당국은 관련 법령이 제정된 목적과 취지에 맞춰 법을 집행하여 물가 안정의 수단으로 법령을 적용한다는 오해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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