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탁거래 관계서 기술자료 제공 시 비밀유지계약 의무화, 위반 시 과태료 
주요 원재료 가격 일정 수준 이상 변동 시 변동분에 연동 납품대금 조정

식품안전과 바른 대응法 68. 

정양훈 변호사<br>​​​​​​​법무법인(유한) 바른
정양훈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한) 바른 식품의약팀 공정거래 전문가 정양훈 변호사입니다. 최근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법’)이 잇달아 개정되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그중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①비밀유지계약 체결을 의무화함으로써 기술탈취를 규제하는 제도와 ②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등이 있습니다. 

상생협력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된 법률이고, 그 직접적인 집행기관은 중소벤처기업부입니다.

위와 같은 목적에 맞게, 상생협력법은 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이루어지는 위ㆍ수탁 거래에 적용됩니다. 즉, 제조, 공사, 가공, 수리, 판매, 용역을 업으로 하는 자가 물품, 부품, 반제품 및 원료 등의 제조, 공사, 가공, 수리 용역 또는 기술 개발을 중소기업에 위탁하는 거래가 전형적인 법의 적용 대상입니다. 

상생협력법은 2006년 제정되었는데, 위 법에 따라 설립된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여 일정 범위 내에서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간접적으로 제한한 것이 대표적인 법 적용 사례입니다.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외에 상생협력법이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고, 실무자 입장에서 볼 때 상생협력법의 존재감이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대ㆍ중소기업 간 거래상 지위의 격차가 크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 끊임없이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대ㆍ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가 차례차례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로 2022. 2.경 상생협력법령이 개정되어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조항이 도입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수위탁거래 관계에서 기술자료 제공 시 비밀유지계약 체결(NDA, Non-Disclosure Agreement)을 의무화하였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기업은 500만원, 중소기업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또한, 기술탈취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서 피해자(원고)의 입증책임을 덜어주기 위하여 수탁자가 자신의 구체적인 행위태양을 제시하도록 규정하였고,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조사 거부 시 과태료를 거부횟수에 따라 1회 1000만원, 2회 2500만원, 3회 이상 5000만 원으로 상향하였습니다. 

특히, 수위탁거래 관계에서 발생한 기술탈취에 대해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도 도입되었습니다. 최대 3배 손해배상 제도 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증거에 의해 입증된 실손해 금액에서 최대 3배까지 배상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종래 우리나라 법제는 실손해 배상의 원칙이라고 하여 엄격한 증거에 의해 입증된 실손해의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이 인정되었고, 이 때문에 피해자 구제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는데, 이러한 현실을 시정하기 위해 전후 사정을 고려하여 실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는 이미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에 도입된 상태이며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사건에서 법원이 3배 손해배상 조항을 적용하여 실손해보다 많은 손해배상금액을 인정함으로써 실손해에 구속되었던 종래 실무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2023년 상생협력법령 개정으로 도입된 납품단가 연동제도가 있습니다. 이는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납품하는 물품 등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는 경우 그 변동분에 연동하여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서면 약정을 체결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입니다. 

여기서 주요 원재료란 수위탁거래에서 사용되는 원재료로서 그 비용이 납품대금의 10% 이상인 원재료를 말합니다. 위탁기업이 납품대금 연동에 관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즉 납품대금 연동 의무를 회피하려는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개선요구, 시정권고 또는 시정명령 등의 행정제재가 부과됩니다. 

다만, 수위탁거래 기간이 90일 이내, 납품대금 1억원 이내 등의 소규모 거래이거나,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납품대금을 연동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이행의무가 부과되지 않으나, 제도 정착을 위한 행정기관의 의지가 상당하므로 이러한 예외사유는 엄격하게 인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에너지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인상됨으로써 대부분 산업현장에서 원자재가 인상 등 물가변동을 거래관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핵심적인 이슈였습니다. 

관급공사의 경우 에스컬레이션 조항이라고 하여 자재비, 임금, 통화가치 변동 등을 계약금액에 반영하는 조항이 도급계약에 규정되어 있었고, 이에 건설사 등은 위 조항에 근거하여 계약금액 조정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민간공사, 기타 대부분의 거래에서는 위와 같은 조항이 계약조건에 규정되어 있지 않거나, 도리어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하는 특례조항이 있어 물가변동 요청의 계약상 근거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상생협력법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납품대금 연동제도를 도입하였는데, 하도급법에도 최근 이와 유사한 내용의 조항이 도입되어 위 제도가 국내 거래에서 정착될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상생협력법의 주요 개정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그간 상생협력법은 존재감이 크지 않은 면이 있었으나, 이러한 개정 내용은 거래 현실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관련 실무자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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