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23) 

지구상에 삶을 같이하는 모든 생명체, 동물, 식물, 미생물까지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고 그들의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지구상에는 실로 가늠할 수 없는 많은 종류의 생명체가 살고 있고, 이들은 생존을 위해 나름대로 처절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거나 혹은 먹이를 가지고 경쟁하는 예도 있고, 혹은 거의 상관이 없는 채 살아가기도 한다. 생명체의 크기로 봐서는 가장 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부터 덩치 큰 코끼리나 조금 더 올라가면 거대한 공룡들이 있었다. 미생물은 가장 작기는 하지만 세포 안에 생명현상을 유지할 모든 생리기능을 갖고 있어서 진화된 다른 동식물보다는 앞선 환경 적응 능력을 갖고 있다. 지구상 또는 우주 어느 별에 존재하는지 모르는 생명체까지 포괄하며 신비의 극치다. 

창세기 1장 26절에는 “하느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라 하시고”라고 하여, 온 세상이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고대 서양철학과 신학에서는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지위에 대하여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였다. 당연히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 중심적 우월주의가 오랫동안 뿌리박고 그렇게 믿었다. 물론 이런 이론에 인간 중심주의가 이기적인 생각이라 주장하기도 하면서 우주의 상태를 더 넓은 시각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보세스 마이모니데스). 심지어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면서 수명을 오래 더 유지하는 다른 창조물과 비교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철학자들이나 종교적으로 어떻게 주장하든 지금 이 지구상 동식물체를 보고 있으면 그 신비함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철학자들이나 종교적 개념에서는 인간 중심적 사고를 하였으나 생명체 중 식물이 빠져 있다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유전자는 원숭이 등과 같은 근친 동물들과는 90% 이상 동일하고 심지어 식물과도 60% 내외 같다고 발표하고 있다. 즉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기본원리는 생명체 간 유사성을 띠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 이 지구상에 삶을 같이하는 모든 생명체, 동물, 식물, 미생물까지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고 그들의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근래 애완동물 붐이 일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개나 고양이, 특히 개에 대한 심리장태를 관찰하는 기록들이 많이 알려졌다. 사고의 폭은 다를는지 모르지만, 인간들이 느끼는 생각들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키우던 개를 버리고 가버린 후 그 개가 버린 장소에서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안타까운 장면을 방영하고 있다. 주인이 자기를 다시 찾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한 자리를 그렇게 오래 지킬 힘을 주고 있다. 얼마 전 공중파에 나온 장면, 이사 가는 집에 키우던 개가 이삿짐을 옮는 것을 보고 한쪽 구석에서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고 한다. 해설자의 설명에 공감이 갔다. 혹 자기를 버리고 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밀려와 그 심정이 몸 떨림으로 나타났다고. 

그래, 이 세상 동물들 모두가 존재하는 의미는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인간만이 우월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련지. 저 먼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인간이라고 하여 다른 동물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이후 지식과 지혜가 축적되면서 타 동물들과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결코 이 지구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물은 어떤가, 물과 공기, 흙 그리고 햇볕만을 먹이로 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자손을 번성시키면서 어느 종보다도 다양한 자기 특성이 있지 않은가. 인간은 이들 식물이 만들어주는 먹이만을 이용할 수 있고 자기 스스로 어느 것 하나 창조할 수 없다. 단지 식물이 잘 만들어 놓는 산물을 활용하고 폐기물만 생산해 내고 있다. 창가에 있는 히아신스의 꽃대가 올라와 븕은 색 꽃다발을 만들더니 기분 좋은 향기를 품어내고 있다. 어느 인간이 이 오묘한 색깔과 향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이 지구상 생명체들은 그들 나름대로 주어진 생을 유지하고 한 공간과 자리를 차지하면서 각자의 역할에 따라 주어진 존재 이유를 스스로 알리고 있다. 단지 우매한 우리가 그 이유를 속속들이 알지 못할 뿐이다. 내가 모른다고 하여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듯이 이들 생명체의 의미를 부여할 의무가 인간에게 있다. 심지어 학자에 따라서는 지각 있는 모든 생물은 인간과 꼭 같은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윤리적 측면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의 생각의 폭을 넓혀 지금, 이 순간에 생을 같이하는 인간,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까지 고귀한 생명체로서 마음속으로 받아들여 이해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 이것이 지구 생명체의 영장이라 말하는 인간이 할 일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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