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갖고 있지 않은 정신을 갖고 있고
그 정신력으로 자기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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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모시잎과의 만남은 우연 중의 우연이고 필연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점이 많다. 어찌하려 다른 화초를 심어놓은 내 화분 흙에 씨가 떨어져 싹이 났으며 어린싹이 눈에 띄었을까. 그렇다. 어린싹이 나 있을 때 잡초구나 하고 뽑아 내버렸다면 지금 틀스럽게 자라고 있는 이 녀석은 없었겠지. 그리고 매일 새로운 잎을 내밀며 덩치를 키워가는 모습을 즐기는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우연이 필연으로 다가오는 인연인가 보다 하고 매일 이 생명체를 돌보고 있다. 

줄기와 잎이 번성해지니 매일 물을 주지 않으면 나에게만 통하는 신호를 보낸다. 어떤 때 깜빡 잊고 있으면 우연히 창가에 서고 싶다. 아 이 녀석이 나를 불렀구나. 잎이 축 처져있네. 미안, 미안, 서둘러 컵 가득 물을 쏟아주어 목마름을 달래준다. 그러면 뽕모시잎은 그저 잠깐인데 생기를 되찾는다. 신기하고 대견하다. 뽕모시잎은 이들이 갖는 이름이 있으니 어찌 잡초로 분류할 것인가. 잡초란 이름을 모르거나 그냥 쉽게 뭉뚱그려 낮춰 부르는 경우일 뿐이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같은 모양의 식물이 가끔 눈에 띈다. 내가 관심을 갖는 풀이니 자연히 눈길이 가고, 내가 키우고 있는 녀석과 어떻게 다른가를 살핀다. 길가의 여건이 내 방 안 화분과는 달라서인지 줄기의 굵기와 잎의 크기 등이 조금은 초라하다.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여건이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는 여건에서 성장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식물과 사람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식물은 의지가 없이 자연에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그 여건에 맞게 자기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 사람은 상당히 다르다. 주어진 여건이 좋지 않다고 하여 그 상황에 굴복하여 그에 비례하지 않는다. 좋지 않은 여건은 성공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바꿔 피나는 노력으로 자기 생을 성공으로 이끌기도 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어려운 환경에서 성공한 사람이 탄생할 수 있다는 비유이며, 유복하게 태어났으나 초라한 마무리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인간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갖고 있지 않은 정신을 갖고 있고, 그 정신력으로 자기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라는 것을 느낀다. 내 지식이 일천하여 다른 동물이나 식물에도 자기 계발의 의지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인간만큼 그 결과가 두드러지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내가 보살피는 뽕모시잎의 경우도 자기에게 주어진 여건, 즉 화분 흙과 창가에서 받아들이는 햇빛의 양에 의해서 성장이 결정되고, 내가 보살피지 않으면 생명을 다하는 운명이다. 내 보살핌을 받는 뽕모시잎, 지난달부터 맺히기 시작하는 꽃모습,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일반적인 꽃모습은 아니지만, 잎겨드랑이에서 줄기가 뻗어 나와 한 뭉치의 꽃송이가 맺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뭉치 속 작디작은 송이들이 알알이 박혀서 무리를 만들고 있다. 얼핏 보면 꽃이라기보다는 작은 덩어리로 보인다. 

꽃이 피는지도 안 피는지도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특징이 없다. 그렇다고 향기가 있는 것도 아니니 자기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는, 아주 평이한 녀석이다. 그러니 나를 빼놓고 누가 이 녀석을 화분에 심어놓고 매일 물을 주며 아침 인사를 하겠는가. 아! 하나의 특징이 있다. 아주 작은 검고 둥그런 씨앗을 똑똑 튀겨 멀리 날려 보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요즈음은 화분을 놓아준 선반 주위와 바닥을 쓸어내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아침 일과의 하나가 되었다. 이 씨가 자연에서 땅에 떨어졌더라면 또 다른 생명체가 내년에 태어날 터인데, 아쉬움을 안고 쓰레기통에 쏟아 넣는다.
 
뽕모시풀은 한해살이이다. 잎자루가 길게 자라며 어긋나게 나오는 데, 가는 털이 온 잎사귀를 덮고 있다. 모시잎이란 이름은 모시 잎과 닮았기 때문에 얻은 이름으로 보이나, 뽕이 앞에 붙은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내가 우연히 접한 뽕모시잎과 생활을 같이 해오고 있는데, 그 싱싱한 초록의 잎사귀와 줄기차게 뻗어 나오는 꽃송이 그리고 씨앗들, 생명체로서 모두가 신비하다. 

자연에서 우리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식물, 앞으로 차가워지는 날씨에 이 뽕모시풀은 과연 어떻게 제 운명을 결정할 것인지 궁금하다. 식물도감에는 일년초라고 했는데, 방 안이 따듯하면 다년생이 되려는지. 우리 삶도 이런 식물처럼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으니 이런 식물에서 교훈을 얻고 싶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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