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기를 이용하여 바쁘게, 옆을 둘러볼 시간도 없이 사는 삶과
여유를 갖고 자연을 즐기며 살아왔던 우리 조상의 삶 중
어느 쪽이 인간에게 행복을 더 가져다주었는가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07)

생명체인 인간에게 숙명으로 주어진 조건,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자연의 이치이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다. 탄생이 있으면 소멸의 단계를 거쳐 스러지는 현상이다. 건강하게 나이 들기라는 바람은 어찌 보면 역설적인 의미로 들린다. 늙어 가는데 어찌 건강하겠는가, 건강하면 늙음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같은 나이라 하더라도 외형으로 보이는 나이 듦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젊음의 모습을 잃어가면서 노쇠의 과정으로 변하는 것은, 바로 30~40년 전만 해도 환갑잔치가 큰 축하의 모임이었고 장수에 따른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나, 이제 환갑 맞은 나이 사람은 농촌에서는 청년이고 노인정에서 심부름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노인 축에 끼일 수가 없다.
 
건강하고 수명이 늘어난 이유는 양질의 식이에 따른 영양 개선과 잘 갖춰진 의료 시스템 그리고 경제 여유에 따른 개개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합해져 이룬 결과다. 국가적으로는 출산율이 줄면서 인구는 감소하는 데, 반대로 노령 인구는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임신 적령기 여성의 결혼 기피와 독신주의 성향이 짙어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흐름의 변화가 있기 전에는 우리 인구 감소와 노령화 경향은 막기가 힘들 것 같다.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신생아 수가 많아지면 노령화 비율은 자연히 떨어질 터인데,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에 접근하는 고령사회가 되었고, 이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을 앞두고 있다. 더욱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은 세계 최고로 알려진 일본을 5년 이내에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되어 초고령사회 진입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30년 65세 이상 인구는 1306만명, 2040년 1725만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생산 가능 인구가 현재 3738만명에서 2030년이 되면 350만명이 사라진다는 추계이다.
 
이렇게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노인들의 삶은 일상생활을 하기에도 점점 더 힘들게 되어간다. 사실 나이 들면서 자식들은 떨어져 자기 살기 바쁘고 집에 덩그러니 남는 것은 부분뿐이고, 그것도 부부가 같이 생존하면 천만다행이고 언젠가 어느 쪽이든 혼자되어야 할 터인데, 그 상황을 상상하면 막막하다. 거기에 사회의 모든 제도는 노인이 따라가기에는 너무나 버겁다. 

며칠 전 금리가 올라가서 그래도 조금 높은 쪽 은행을 찾아가 정기 예금하려 했더니 핸드폰으로 해야 가장 높은 이율이 적용된다는 직원의 말. “앱을 깔고 그것으로 가입하면 돼요”, 그렇다 앱이란 말이 생소한데 어찌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인가. 이제는 전자기기를 이용하지 못하면 일상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무인점포가 일반화되어 있고 식당에서는 전자기기를 이용하여 주문해야 내 돈 내고 밥을 얻어먹을 수 있다. 음식배달은 어떤가. 손쉽게 핸드폰에서 신청하고 편히 앉아서 배달된 음식을 먹는 시대가 되었고, 여행에서 가장 값싼 호텔도 핸드폰에서 찾아주며 맛집의 위치와 음식, 가격까지 알려준다. 이렇다는 말을 들었을 뿐 내가 직접 할 수 없으니, 그림의 떡으로 이 사회에서 완전히 제외된, 구석기인이 된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요사이는 계속 늘어나는 노령 인구를 연구하는 노인학(Gerontology)이 학문의 한 분야로 들어와 있으며, 이 분야에서는 더 편하고 삶의 질이 나은 노년의 삶을 위해서 여러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의도는 노년층은 첨단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습득하고 그대로 사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주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이다. 이들을 위한 산업도 발전하여 실버산업, 시니어산업, 시니어비즈라고 불리고 있으며, 요즈음은 고령친화산업이란 용어로 더 많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재산관리인데, 이 영역을 담당하여 연수하는 제론테크(gerontech)라는 말까지 지어내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조 500년은 최고의 교육과정이 성균관과 향교 또는 서당에서 사서삼경(四書三經)을 공부하고 외우며 수양하여 과거 급제하면 최고의 명예를 얻는 것이었다. 이런 사회제도가 수백 년을 이어왔고, 의식주나 생활양식도 변화가 심하지 않았다. 그냥 보통인으로 살아가는 데 불편이 없었다. 특히 노인은 나이에 따른 존경의 대상이었고, 그 덕으로 편안한 노후를 즐길 수 있었다. 

지금 이 시대는 어떤가. 노인은 모든 첨단기기 사용에서 밀리면서 기본 삶까지 위협받고, 여러 면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제 나이 먹음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기피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겨우 버티던 직장에서 은퇴하면 용도 폐기가 된 대상으로 전락하고, 재정적으로 심리적으로 고립되는 외로움을 겪는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행복이다. 과연 이런 첨단기기를 이용하여 바쁘게, 옆을 둘러볼 시간도 없이 사는 삶과 여유를 갖고 자연을 즐기며 살아왔던 우리 조상의 삶 중 어느 쪽이 인간에게 행복을 더 가져다주었는가. 이 시대는 노인으로 살아가기가 두렵고 겁난다. 이런 말도 허공에 대고 노인이 넋두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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