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한 모습을 하고 있다가 금방 다른 모양으로 변하는 것이
우리 삶의 변화를 닮아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06)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하늘은 그 넓은 화판에 구름으로 매일 그림을 끊임없이 그리고 있다. 어떨 때는 파란 바탕, 다른 때는 온통 회색, 무궁무진한 변화, 한 번도 같지 않다. 빌딩의 숲, 대도시에 살다 보면 도대체 하늘을 찬찬히 둘러보고 감상할 기회가 없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골, 신비하고 무한한 하늘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볼 수 있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아마도 하늘을 배경으로 한 구름이 있지 않나 한다. 가을,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만은 꽃 없는 정원과 같다. 넓으면서도 한쪽에 흰 구름, 새털구름, 뭉게구름이 일고 있으면 더 좋은, 금상첨화의 조화를 이룬다.
 
아름다운 석양은 구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계절마다 달라지는 하늘과 거기에 온갖 모양으로 수놓아져 있는 구름, 구름의 이름도 여러 가지다. 지구로부터 떨어진 거리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달라진다. 보통 6000m 이상을 상층운, 2000~6000m 사이에 나타나는 구름을 중층운, 2000m 이하는 하층운으로 구분하고 있다. 상층운(권적운)에는 양털구름, 뭉게구름이 속하고, 중층운에는 줄 모양의 엷은 흑색 운, 양떼구름 등이 있고, 하층운은 두껍고 평평한 덩어리 모양의 충적운이 있으며, 비를 내리는 검은 회색 구름(먹구름) 등이 있다. 구름은 지상에서 올라간 수증기가 응결하여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이 하늘에 떠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 밑을 배려다 볼 때 가끔 만나는 뭉게구름은 목화송이를 틀어놓은 것 같은 모양에 훌쩍 뛰어내리면 푹신한 이불처럼 나를 받아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구름은 이 대자연이 만들어낸 진정 오묘한 작품이면서, 누구에게나 상황에 따라서 서로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도와준다. 한여름 갑자기 먹구름이 만들어지면서 소나기를 뿌릴 때, 그 순간을 접할 때는 대자연의 기기묘묘한 변화에 경외감이 인다. 마음이 한가한 조용한 시간에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모양을 보고 있으면, 그 모양의 변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느 짐승의 모양을 펼치는가 하면, 시간의 흐름에 아스라이 사라졌던 옛 추억 속 여인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아마도 구름을 감상하는 가장 어울리는 장소는 멀리 낮은 산이 있고 넓은 들이 펼쳐져 있으며 그 한쪽에 잔디가 깔린 고즈넉한 곳이 아닐까 한다. 
 
서서 구름을 감상하는 것과 편히 잔디 위에 누워 팔베개하고 위를 쳐다 모습은 크게 다르다. 서 있는 상태는 눈이 앞으로만 보이나, 눕게 되면 드넓은 하늘이 한꺼번에 눈 안에 들어와 거기에 같이 있는 구름들이 제 모습대로 보인다. 한여름의 뭉게구름이 가장 독특하기는 하나, 사계절마다 달라지는 구름의 모습은 그 나름대로 특색이 있다. 하늘의 구름을 관찰하다 보면 시간의 개념이 없어 무아의 경지에 빠진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양, 바람의 방향에 따라 흐르는 모습과 형태가 달라지니. 우리 삶은 부운(浮雲)과 같다고 비유하는데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잠깐 한 모습을 하고 있다가 금방 다른 모양으로 변하는 것이 우리 삶의 변화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시간은 어찌 보면 자의에 의해서 그 느낌이 달라지는데, 구름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모습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니, 내 마음속 그리는 모습이 구름에 투영되나 보다. 소나기가 우르르, 후드득 소리를 내며 지나간 후 남은 구름 사이로 찬란하게 비치는 햇빛은 경이 그 자체이다. 조금 전까지 어두웠던 하늘이 맑게 개면서 밝음으로 돌아왔으니. 이 모두가 구름의 장난이라고 생각하니, 구름 너머 태양은 조금도 변함이 없이 그 모습을 갖추고 있었겠지. 태양이 다시 얼굴을 내밀 때 그 자리를 알게 된다.
 
오늘의 내 모습도 내 삶의 한순간이지만, 구름과 같은 변화의 한순간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 구름과는 매일 무심히 접하면서도 그 구름이 안겨주는 교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상으로 지나온 삶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자연현상이 나에게 매일 무언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지만,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일상, 언제쯤 이런 현상이 내 안에 깊게 스며들 수 있을는지. 나이 먹음은 이런 자연현상에 무디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예민해지는 것이 아닐까.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그 유명한 박목월 시인의 대표작, 구름이 주인이 되고 달이 지나는 정경, 가슴에 그 전경이 보는 듯 다가온다. 
 
구름과의 인연은 내가 자란 농촌 마을, 앞 들판에 펼쳐진 잔디에 팔베개하고 누워 정감을 나눴던 구름이 시작이었다. 그때가, 그 구름과 함께 한 순간이 가슴 저미게 그립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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