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한 죽음 돕는 호스피스 의료 운영 
국가적 과제로 적극 활성화해야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16)

<br>

장자의 글에 하늘은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늙음을, 편히 쉬게 하기 위해서 죽음을 주었다는 말이 있다. 생각해보니 공감이 가는 얘기다. 늙어가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능력이 미치지 못하니 욕심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놓아버리는 편안함이 찾아온다. 이 세상 누구도 경험을 통하여 죽음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탄생이 있으니 마감,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단지 얼굴을 돌려 외면하면서 나에게 닥칠 일이 아니라고 금기시할 뿐이다. 젊은 사람인 경우 죽음을 얘기하면 남의 일로 여기고 관심을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북해하거나 재수 없는 얘기라고 밀쳐버리기도 한다. 살다가 어느 날 초대하지 않아도 불쑥 찾아와 나를 데려가려 앞장서는 인도자인데. 
 
이제 죽음과 이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에 대하여 여러 의료기관이나 국가에서도 서서히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다. 태어나는 것이 우리 삶의 시작이듯 죽음은 그 삶을 마무리하는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순환법칙이다. 죽음이란 생명을 갖고 태어나는 존재에게는 결코 비켜나갈 수 없는 운명적 과정이지만 죽을 수 있는 것은, 잘 살았던 생명체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기도 하다. 결국, 삶은 죽음으로 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마무리하게 되므로 죽음이 있기에 삶이 깊은 의미를 갖게 되는 상호 의존적 관계이다. 죽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삶의 의미가 부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생명이 부여된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어 하면서 불가능한 영생을 꿈꾼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내가 살아왔던 모든 것, 가족, 재산, 명예 등과의 단절이며 나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리는 허망함이 엄습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생이 저승보다 낫다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이다. 모든 종교가 죽음을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으며 도가에서는 기가 모이면 사는 것이고 흩어지면 죽는 것이라 말하였다. 이렇듯 여러 말로 설명하고는 있으나 일반인은 견고하게 배척의 대상이 되었던 죽음에 대한 인식이 요즈음 많이 변하고 있다. 죽음을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회피해야 할 사건이 아니라 죽음의 가치를 깊이 성찰해보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필연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죽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삶은 뜻 있게 마무리를 할 수 없는, 의미 없는 삶을 사는 것이고 공허하며 알찬 삶의 기본을 잃는 것이다. 언젠가 닥칠 마무리에 대하여 미리 생각함으로써 당황하지 않고 맞아들이는 마음의 자세를 갖춰야 지금을 더 알차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태어난 것은 내 의지와는 전연 무관한 일이나 죽음은 내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내 결정권이 주어진 영역으로 다가서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를 보면 2020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1위인 일본 (849년)에 이어 두 번째이다. 중요한 것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을 못 하는 기간이 17.2년으로 이 기간을 뺀 건강수명은 66.3년이다. 즉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평균 수명은 66.3세라는 계산이다. 따라서 상당 기간 질병을 안고 고통을 감수하면서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있다. 이런 고통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 의식이 있을 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의식에 따라 안락사나 의사 조력 자살 합법화에 대한 국민 인식이 크게 높아져 2021년 3~4월에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입법화에 81%가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는 비율을 19%에 불과하였다. 즉 국민의 대다수가 생의 마감을 자의로 결정하고 싶다는 의견이다. 자의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법을 안락사, 조력 존엄사(의사 조력 자살), 존엄사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연명의료 중단인 존엄사만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 콜롬비아는 조력 존엄사와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그중 일부만을 허용하고 있다. 

의사 조력 자살은 2018년 5월 호주 생태학자인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스위스에서 조력자살로 가족들 입회하에 죽음을 맞이하였다. 이런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삶을 선택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긴 하나 투병 기간이 길어지고 이 기간은 사실 고통과 시련의 시간으로 환자에게도 큰 정신적, 육체적 부담을 주게 된다. 환자의 의지가 확실하고 소생할 가망이 없으며 소생한 다해도 그저 생명 유지 기간만을 연장시킨다면, 과연 의술을 동원하여 생명 연장이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방법인가는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일이다.

생명에 관계되는 일이므로 신중하고 심도 있게 전문가들과 많은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고 최종적으로 법적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죽음을 인간답게 맞을 수 있는 경우는 자연사이나 그렇지 않으면 최소한 안락한 죽음을 돕는 호스피스 의료 운영도 국가적 과제로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