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고
그 순간을 내 마음속에 담는 기술이 필요하다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15)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의 기준은 각각 다르지만 많은 사람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행복은 순간순간 내 삶에서 느끼는 자기만족과 보람에서 느끼는 흐뭇함의 감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감정은 한 시점에서의 느낌이고 결코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 행복의 강도는 내가 경험한 일의 경중과는 비례하지 않고 느낌의 강도와 관계된다. 순간의 행복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면서 마음속으로 기쁘게 받아들이며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충만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을 인위적으로 붙잡으려 애쓸수록 우리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같다. 행복은 우리가 행한 행동이나 생각의 부산물이지 목표가 됐을 때는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 행복은 우리 삶의 과정에서 나 스스로 마음속에서 만들어내는 예상외의 감정이다. 그 감정을 느끼기 전에는 내 것이 아니다.

한여름 잘 냉방된 사무실에만 있는 사람은 시원한 바람의 상쾌함을 느끼지 못한다. 하나 무더위 속에서 땀 흘려 일하고 나서 잠시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불어오는 바람에서 느끼는 그 시원함은 아마도 흡족한 행복의 순간이 되지 않겠는가. 이는 마음에서 이는 감정이며 마음은 우리 몸 한가운데 텅 빈 곳을 차지하고 오관을 다스린다고 한다.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내 몸속 어디에선가 이는 충동이다. 

결코, 행복은 큰일에서만 오지 않는다. 매일 만나는 작은 숲에서의 싱싱한 소나무가 내뿜는 솔향을 신비함으로 느끼면서 얻는 기쁨, 길가 작은 공터에서 어제까지 멍울져 있던 장미가 꽃봉오리를 펴내기 시작하면서 내뿜는 매혹스러운 향기를 맡을 때 느끼는 황홀감, 그것을 느끼지 못하면 나에게 주어진 자연의 선물에서 오는 행복의 순간을 놓치는 것이다.

한여름 천둥이 우르릉거리더니 세찬 소나기가 내린다. 쓰윽 잠시 세찬 빗소리를 안기고 지나간 뒤끝, 낮은 앞산에 걸쳐있는 무지개가 고운 색깔로 인사하고 처마 끝 낙숫물 소리는 또 다른 천상의 소리로, 그 소리를 듣는 순간에서 느끼는 경이로움, 이를 느끼는 것이 지금 순간의 행복이 아닐는지. 이 작은 자연의 선물을 느끼고 기뻐하면서 행복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이 내 삶에서 필요하다. 나 스스로 행복을 받아들여 느끼는 삶이 진정한 기쁨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는지. 이런 행복은 느끼는 기술이 있을 때만 찾아온다. 

이 세상은 “고마움과 감사의 연속이다”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했다. 어찌 범인의 경지에서 매사에 고마움과 감사만을 느끼겠는가. 우리가 항상 말하는 마음 먹기 달렸다는 것의 깊은 뜻은 그 말 안에 담고 있다. 불가에서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했는데 아마도 여러 깨친 분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여겨진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은 없다. 내 생에서 지금 맞는 오늘은 결코 다시 맞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제 들었던 잠자리에서 거뜬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나서는 순간, 숨 쉬고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면 모든 것이 행복의 요건이 된다. 같은 일에 대해 무한감사와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덤덤하게 지나쳐버려 그 감정을 행복으로 느끼는 순간을 잃어버리는 아쉬움을 남기는 삶을 사는 경우도 있다. 주어진 삶에 만족하다 보면 그 속에서 행복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나도 모르게 마음에서 인다. 

행복의 순간은 젊음에서 보다는 세월이 축적돼 얻어진 경험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듦은 한 사안에 집착을 끊고 미련을 덜어냄으로써 내 마음의 짐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과정이다. 그래서 조금은 너그러워지고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여유가 마음속에 깃든다. 꽉 쥐었던 것을 놓을 줄 알고 사뿐사뿐 걸을 수 있는 경지를 즐길 수도 있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볼 때 내가 틀리고 상대가 맞을 수 있다는 열린 마음, 겸손함, 그리고 매일매일 맞는 일을 진심으로 새롭게 대하는 진정성, 이런 과정에서 묻어나는 감사함은 나만이 느끼는 행복을 안아 들이는 길이다. 

오랜만에 친정집에 들른 딸이 같이 데려온 손녀를 나에게 안겨줄 때 그리고 그 작은 손을 잡고 내가 평소에 자주 가는 산책길을 같이 걸을 때, 세대를 넘어선 가슴 가득 행복한 마음이 든다. 딸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애틋한 감정, 마음의 여유가 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틈새를 만들어주었나 보다. 어느 날 늦게 퇴근하면서 들린 단골 호떡집 사장님, 혼자 콧노래를 조용히 부른다. 그 즐거움이 나에게도 전달된다. 몇 개 사 온 호떡에 그 사장님의 행복 노래가 베여있어 더욱 맛이 남다르다. 행복은 나도 모르게 스며들고 전파돼 주위 사람들에게도 무언의 느낌이 전달된다. 행복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고 그 순간을 내 마음속에 담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 삶에는 어찌 근심과 걱정, 고통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들이 우리 삶에 부수된 것이다. 본질은 아니다. 인간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고통과 근심에 대처하고 이들을 이기고 해결할 수 있는 존재다. 생존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 환자가 웃음 띤 얼굴로 돌봐온 간호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그 마음속에는 행복이 묻어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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