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ㆍ공유ㆍ소통ㆍ협력 ‘정부 3.0’ 패러다임 시대…소비자원 답해야

한국소비자원이 설립 목적대로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소비생활의 향상을 도모하며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소비자원은 그동안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심도 있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등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금도 어느 기관보다 소비자원은 공명정대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분야에 한정해서 특히, 최근 소비자원이 한 수입 유기농 카놀라유가 GM 원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진회수를 권유하고 수입업체가 전량 회수 조치했다는 발표 후 전문가들의 의견을 접하면서는 갸우뚱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원이 지목한 카놀라유는 GM기술로 개발한 원료로 만든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식품저널 인터넷식품신문(food news)은 업계 전문가와 학계가 GM 추정 발표에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보도했다. 또한 식품안전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당자의 의견도 보도했다.

“불확실한 내용으로 파장...‘유감’” _ GM 전문가
육종과 GM 전문가로 알려진 한지학 농우바이오 R&D본부장은 이번 소비자원의 발표에 대해 “GMO처럼 양극적으로 대립되어 있는 이슈에 대해 소비자원이 불확실한 내용을 가지고 보도자료를 내어 파장을 일으킨 것이 문제”라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생각과 판단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소비자원의 정보가 이번 일로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특정 결론 유도하는 가능성으로 추정한 것은 위험한 발상” _ 원로 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과학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그 사실 내에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이 범위를 벗어나 특정 결론을 유도하는 가능성으로 추정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을 하면서 “특정 지방산 함량이 높다고 하여 유전자변형 카놀라를 사용했다거나 올레산 강화 GM콩으로 얻은 기름을 카놀라유로 속였다고 추정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되므로, 더 철저하고 폭넓은 조사 연구를 수행한 후 종합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간 협력 강조하는 정부에서 이런 일 발생 안타깝다” _ 원로 교수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소비자원이 잘못된 보도자료를 냈다면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과 경제적 손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원의 일부 인원들이 유전자변형이나 이온화조사기술과 같은 첨단 식품기술에 대해 집요하게 부정적 의견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소비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일이 소비자원의 업무 중에 하나이므로 신기술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강한 선입견이 이번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을 일으킨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식약처와 상호협력 MOU를 맺은 소비자원이 식약처와 사전 협의 없이 섣부른 보도에 급급했던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부처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팩트를 아니라고 한다해서 아닌 것이 되는 것 아니다” _ 식약처 담당자
주무부처인 식약처 담당자도 “올레산을 강화한 GM 고올레산 카놀라는 전 세계적으로 개발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수입될 가능성이 없으며, 또 (올레산 강화 GM콩은) 상업화가 안 되었기 때문에 올레산 강화 GM콩을 섞었을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면서, “세미나에서 결론이 났다고 본다. 이것을 가지고 소비자원과 갑론을박 할 얘기는 아니다”고 말해 사실상 소비자원의 추정은 잘못됐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팩트를 아니라고 한다고 해서 아닌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GMO를 가지고 강의하는 분들이나 이 문제에 대해 가장 톱클래스에 계신 분들이 다 동일하게 이야기한다”며, “논쟁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소비자원의 추정발표가 이례적으로 전문가와 학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식약처는 아예 결론이 난 문제이기 때문에 논쟁의 대상조차 안 된다는 입장인 것이다.

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 GM 콩으로 만든 제품을 카놀라유로 속여 국내로 수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추정을 근거로 자진회수를 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이 근거가 확실치 않은 추정을 토대로 공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이 합당한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소비자원 권고로 GM 추정 수입 유기농 카놀라유가 전량 회수됐다고 밝혔는데, 수입은 됐는데 하나도 팔리지 않았다는 얘긴지, 어느 나라로부터 어느 업체가 얼마를 수입한 것인지 등 기본적인 내용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자진회수된 유기농 카놀라유는 수입금지가 된 것도 아니라면, 또 다시 수입이 안 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강조하는 소비자원이 아니라도 어떤 문제로 회수를 했다면 기본적인 사실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된다.

박근혜 정부는 규제개혁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공개ㆍ공유ㆍ소통ㆍ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정부 3.0’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GM 추정 카놀라유와 관련해서는 최근 정부의 패러다임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소비자원은 왜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이 이번 발표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지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공식입장을 밝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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