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계를 넘어선 추측성 결론은 과학자의 금기사항

[전문가 진단] 소비자원 GMO 추정 카놀라유 논란 진실과 대책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일 <GMO 표시의무, 모든 가공식품으로 확대해야 _ 수입산 유기농 카놀라유 1개 제품, GMO 원료 사용 추정>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식품저널은 긴급전문가 진단을 통해 한국소비자원 발표내용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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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한국식품안전협회장, 전북대 명예교수

수입산 유기농 카놀라유 제품에 유전자 변형(GM)원료를 사용했다고 추정하는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2014.3.5)를 접하였다. 해묵은 GM 원료의 문제가 다시 카놀라유로 번졌다는 기분이 든다. 카놀라유는 채종유의 일종으로 독성이 있다고 알려진 에루신산(erucic acid)을 제거하기 위하여 새로 육종된 품종에서 얻은 식용유이다. 유전자 변형이 아닌 육종기법을 통하여 캐나다의 연구자에 의해서 새롭게 탄생한 품종이며 수십 년간 세계 각국에서 우수한 식물성 기름으로 애용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식용유지는 연간 총 90만 톤에 이르며, 이 중 콩기름(41만톤)이 가장 많고 채종유(유채유 또는 카놀라유)(8만톤)가 다음을 차지할 정도로 식품산업계 혹은 소비자가 애용하는 식용유로 큰 자리를 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식품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추측성의 정보를 발표하여 불안감을 유발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어느 나라에서도 유전자 변형 작물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GM 원료가 유해한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은 처사이다.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 유기농 카놀라유는 일반 유채품종의 유지 중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없는 지방산 조성으로, 특히 올레산의 함량(73.22%)이 높아 이를 근거로 GMO라고 추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지방산 한 성분의 함량이 이례적으로 높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 검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이것만을 기준으로 GM 유채 씨를 사용했다고 추정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며 과학자로서는 극히 조심해야 할 편견의 발로라고 여겨진다. 특히 공공기관의 발표로서는 너무 성급한 결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과학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그 사실 내에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이 범위를 벗어나 특정 결론을 유도하는 가능성으로 추정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특정 지방산 함량이 높다고 하여 유전자변형 카놀라를 사용했다거나 올레산 강화 GM콩으로 얻은 기름을 카놀라유로 속였다고 추정을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되므로, 더 철저하고 폭넓은 조사 연구를 수행한 후 종합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

유지작물은 품종과 재배여건, 그리고 수확시기에 따라 지방산 조성은 크게 차이 난다는 것은 학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가짜 참기름 혹은 혼합 여부의 판정에서도 지방산의 조성만을 판별 기준으로 삼지 못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카놀라유는 캐나다와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종실에서 추출하거나 원유를 수입하여 정제하여 상품화하고 있다. 수입한 원료나 원유가 GM 작물과 관계가 없다면 국가신용 실추 이유를 들어 수출국과의 외교적 마찰도 크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문제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원료 생산국들에서 수입해가는 모든 나라로 문제가 번지게 되며 결국 원료 생산국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국제적인 파장을 고려하여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실히 확보하여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제적으로 예상되는 문제 제기에 대하여 충분한 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과학자는 확실하고 뚜렷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결과만을 발표하는 것이 정도이며, 사실 한계를 넘어선 추측성 결론은 픽션이 된다. 이는 과학자의 가장 큰 금기사항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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