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의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은 전세계 주요 석학들과 기업인, 지도자들이 모여 범세계적인 주제에 대한 발표와 발전 방향을 토의하는 영향력이 매우 큰 국제회의이다. 특히, 2016년 다보스포럼의 핵심 어젠다는 ‘4차 산업혁명’이었는데, 인공지능과 ICT 기술의 혁신으로 미래에는 많은 일자리가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큰 파문을 던지기도 했다.

인공지능의 위력에 대해 사람들이 실감하게 된 사건은 그해 3월에 발생했는데,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이세돌 9단에 4대 1로 승리하여 바둑 팬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준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이후 스마트폰의 기능과 ICT 기술의 혁신에 힘입어 휴대폰과 노트북만 가지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검색하거나 업무를 할 수 있고, 레스토랑과 마트에서도 쉽게 일하는 로봇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 노마드의 시대
이처럼 인터넷 접속을 통해 디지털 기기(노트북, 스마트폰 등)를 이용하고 공간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디지털 노마드’라고 지칭하는데, 이는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이들은 기업에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기보다는 프리랜서나 파트타임 및 스타트업인 경우가 많다. 

이들 중에는 어학, 취업준비, 부동산 관리 등의 재능을 활용하여 카페 등에서 개인 자문을 해 주는 중장년 컨설턴트나 취미 삼아 부업 삼아 세계 각지로 여행을 다니며 사진, 동영상, 여행 후기 등을 공개하는 여행 블로거와 각종 흥미 있는 이슈로 구독자를 모으는 유튜버 등이 포함된다. 또한, 홍대나 이태원 부근에서 행해지는 외국인 소모임이나 언어교환 프로그램에 참석하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외국인 프리랜서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디지털 노마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들 역시 디지털 기기와 통신기술을 활용하여 공부나 일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해 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인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카페에서 업무를 보거나 공부가 잘되는 이유를 심리학에서는 이른바 ‘관중효과’로 설명한다. 다른 사람이 보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어떤 일의 수행에 영향을 받는 현상을 말하며, 운동선수들이 관중이 있는 경우 경기력이 더욱 향상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는 가수 등 연예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메가 트렌드가 되어가는 워케이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된 원격근무나 재택근무는 엔데믹 환경이 되어서도 돌이킬 수 없는 일상의 업무의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요즘 입사하는 MZ세대 신입사원들은 회사의 성장보다 자신의 성장을 더 중시하고, 일률적인 사무실 출퇴근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롭고 유연한 근무형태를 선호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이들의 성향에 맞추어 성과만 거둘 수 있다면 굳이 재택근무가 아니더라도 카페나 심지어는 휴양지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주도하에 일과 쉼을 병행하는 워라블(Work-Life-Blending)시대에 걸맞는 업무의방식과 제도를 말하며, 종전의 워라밸(Work-Life-Balance)에서 진화된 개념이다. 물론, 워케이션을 모든 기업이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로 ICT기업과 대기업의 사무관리직이 우선 대상인데, 워케이션의 가장 큰 수혜자가 지방자치단체라는 사실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별 인구 분산의 과제를 안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할만한 가치가 있는 어젠다임에는 틀림이 없다.

강원도와 강원도관광재단은 2021년부터 ‘산으로 출근, 바다로 퇴근’이란 슬로건 아래 강원 맞춤형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제주도는 ‘일허멍 쉬멍(일하면서 쉰다는 뜻의 제주도 방언)’, 경상남도는 ‘남해바다로 출근! 경남 워케이션’, 전라남도는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 등의 워케이션 슬로건과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발리섬은 최적의 날씨와 최고의 해변을 갖춘 휴양지로서 전세계의 디지털 노마드들이 가장 선호하는 워케이션의 장소이며, 이에 부응하여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2년 7월에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하기에 이르렀다. 디지털 노마드와 워케이션, 이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메가트렌드를 넘어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있고, 우리는 이를 통해 생산될 새로운 가치와 성과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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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근 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은 ‘트렌드 변화를 주시하며 활기찬 삶을 영위해 가는 베이비부머’를 뜻하는 ‘트렌드부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에서 CCO(고객만족 총괄책임자) 등의 임원을 역임했으며, 트렌드 변화 연구와 청년 멘토링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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