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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에 대한 관점이 바뀐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조사자료에 의하면, 15~29세 청년층 약 50만명이 취업을 하지 않고 쉬었다는 답변을 하였는데, 그 이유로는 몸이 안 좋아서, 원하는 일자리나 일거리가 없어서 등의 순이였다고 한다. 이에 반해 기업들은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엔데믹 시대가 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한 요식업계에서는 월 300만원을 준다고 해도 직원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니 구인 구직의 불균형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제 취준생이 된 Z세대 청년들은 생업과 직업의 개념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19~59세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Z세대는 ‘일=직업’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17.3%에 불과해 다른 세대의 절반 정도로 낮았다고 한다. 이들에게 직업이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생업이 아니라 ‘지식을 습득하여 발전하고 성장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전문성을 갖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기현상이 벌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30%에 육박하고 있고, ‘퇴사’를 주제로 한 콘텐츠는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부모세대보다 많이 배웠음에도 부모보다 가난한 역사상 첫 세대인 MZ세대는 ‘돈 버는 일’ 때문에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희생해 온 과거의 워크-라이프 스타일에 반감을 갖게 됐다.

미국의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 교수는 200만명 이상이 시청한 그의 TED 강연 <일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무너진다>에서, 이 불행은 산업화 시대에 정착된 ‘인식’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에 따르면 산업혁명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인간 본성이 매우 게을러서 일할 만한 가치를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게으른 인간이 ‘일할 만한 가치’인 ‘돈’을 보상 체계화했다. 그러자 일이란 만족감이나 성장, 행복이 아니라 ‘돈’을 얻는 수단 이라는 인식이 정착했다. 쉽게 말하면 결국 일은 곧 ‘돈 버는 행위’라는 인식이 정착한 셈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워크-라이프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용한 퇴사’란 책을 쓴 이호건 박사는 “이제 선배들이 MZ세대의 꿈과 목표를 돕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직장생활을 하지 않도록, 그들의 관점과 태도를 인정하고 그들에게서 배우면서 융합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이들로부터 미래에 닥칠 위험에 미리 대비하고 유연하게 삶을 살아가는 현명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도 말한다. 일과 삶이 별개로 보지 말고 이를 융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그들을 지원하고 함께 할 것을 주문한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워라밸’에서 이젠 ‘워라블’로
최근 수년간 청년세대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아 온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원격근무가 보편화됨에 따라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란 새로운 개념으로 진화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에서 ‘일과 삶의 적절한 조화’란 개념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인터뷰에서 “워라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이 둘 중 하나를 추구할 경우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거래 관계를 기정사실화하는 셈이다. 일과 사생활을 시소게임으로 봐서는 안된다. 그것은 일과 사생활 중 하나를 택해 플러스(+)가 되면 다른 하나는 마이너스(-)가 되는 거래관계가 되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즉, 퇴근 후의 삶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업무에 임하는 시간이 그저 퇴근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직장의 신입사원이 된 Z세대 청년들은 자신의 성장과 가치관의 실현에 도움을 주는 일자리를 원한다.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심지어는 휴양지에서도 일과 쉼을 동시에 즐기며 효율을 추구하는, 일과 삶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정체성을 구현하기를 원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자신이 가졌던 꿈의 콘텐츠 작업을 하며 ‘워라블’을 실현해 낸 유튜버 ‘드로우앤드류’, 의사로 출발했지만, 유명 웹툰 작가가 된 <내과 박원장> 장봉수 작가 등이 ‘덕업일체(좋아하는 것과 일을 일체화함)’를 이룬 대표적 인물들이다. 기업에서도 이러한 신세대 사원들의 가치관을 고려하여 재택근무를 상시화하고 워케이션(work+vacation) 등의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 ‘워라블’을 달성하는 방법론은 무엇일까? 일과 삶이 별개가 아니라 삶의 일상 속에 일을 녹여내어 적절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자기 주도’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이를 일상의 루틴처럼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면 워라블을 달성한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손세근 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은 ‘트렌드 변화를 주시하며 활기찬 삶을 영위해 가는 베이비부머’를 뜻하는 ‘트렌드부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에서 CCO(고객만족 총괄책임자) 등의 임원을 역임했으며, 트렌드 변화 연구와 청년 멘토링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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