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라고 평가받는 영화 국제시장(2014년 12월 개봉)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우리 시대의 아버지 ‘덕수(황정민 분)’를 중심으로 삶의 애환을 실감이 나게 보여 준다. 전쟁 후 열악한 환경을 헤쳐 나가며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를 보며 젊은 세대들은 크게 감동해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극장에 가는 진풍경이 많이 펼쳐져 결국 천만 관객으로 이어졌다는 후일담이다.

그런데, 이 영화 속에 등장한 부산 국제시장의 먹자골목 장면이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쟁 중의 폐허가 된 상황 속에서도 모락모락 김을 피우며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전통시장 먹거리인 씨앗호떡, 충무김밥, 순대, 유부 주머니 등은 부모님 세대에게는 만감이 교차하는 추억의 먹거리이지만, 젊은 세대에겐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의 소재가 되었다. 젊은이들은 영화 국제시장에서 은연 중에 느낀 윗세대 문화의 정겨운 감성을 통해 나도 모르게 ‘위로’ 받은 느낌을 받게 되었고, 윗세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 창구가 열리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전통시장에도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아졌고, 음식을 물론 의류, 액세서리 등에서도 윗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가 많이 개발되고 상품화되고 있다.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이 트렌드를 ‘할매니얼’이라고 칭한다. ‘할매니얼’은 할머니의 사투리로 친숙한 표현인 ‘할매’와 MZ세대를 뜻하는 ‘밀레니얼’의 합성어이다. 할매니얼 디저트를 중심으로 살펴 본다.

할매니얼 대표 디저트 ‘약과’
데이터 기반 디지털 마케팅 업체 ‘인크로스데이터랩(IDL)’에서 2023년 7월에 발간한 할매니얼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4월 약과의 소셜미디어 언급량은 3만8657회에서 8만7686회로 2.27배 가량 증가하는 등 입소문을 타며 디저트 분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약과는 맛이 달고 형태가 단순하며, 너무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아 다른 디저트와 조합하기 쉽다”며, “자신만의 것을 발견하고 공유하길 선호하는 MZ세대의 성향과 잘 맞아 떨어진 음식”이라고 분석했다. 약과 열풍은 2030 여성, 특히 30대 여성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디저트와 조합한 퓨전 약과를 선호하며, 약과의 기존 소비층인 엄마 세대와 약과를 나누어 먹으려는 심리가 있다. 수제 약과를 사기 위해 오픈런(영업시간 전부터 대기)을 불사하는 일도 벌어지고, 약과와 마케팅을 합성한 ‘약케팅’이 경쟁적으로 펼쳐지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통업계에서도 소비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관련 상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CU는 지난 4~5월 신상품으로 약과 아이스크림과 약과 타르트, 약과 쿠키 등 약과 관련 상품 3가지를 연달아 출시했고, GS25, SPC삼립, CJ 올리브영 등 대형 유통업체도 신제품을 출시하며 약과 열풍에 부응하고 있다. 

또한, 약과 인기에 힘입어 디저트 업계에서는 약과를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나라의 디저트와 접목시켰다. 약과 쿠키는 물론, 마카롱, 휘낭시에, 와플, 빙수, 케이크, 라떼 등 심지어는 약과 스무디까지 등장했다.

관심받는 ‘블랙푸드’
할매니얼 디저트는 검정콩, 흑미와 같은 고소한 맛의 전통 식재료에 관심이 커지면서 이런 식재료를 활용한 블랙푸드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블랙푸드는 검은색을 띤 자연식품 또는 이것으로 만든 음식을 말한다. 주로 검정콩, 흑미, 검정깨 등을 활용한 식품을 총칭한다. 블랙푸드의 검은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성분은 활성 산소를 제거해 신체 기능을 활성화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건강에도 좋은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블랙푸드에 주목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식사 대용식, 음료, 빙수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도 개발, 출시되고 있는데, 현대약품의 ‘365MEAL’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는 검정깨, 검정콩, 흑미 등 블랙푸드의 고소한 맛과 귀리 크런치 볼의 씹히는 식감이 어우러진 제품이며, 단백질 대사와 에너지 생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비오틴이 750μg 들어있다고 한다. 단백질, 식이섬유 등의 함유량이 높고, 칼로리와 당 함유가 적어 식이 조절과 바쁜 현대인의 식사 대용으로 먹기 좋다. 

식품업계의 관련 신제품 출시도 많아지고 있다. 해태제과는 ’구운감자’의 새로운 맛으로 ‘구운두유 까망콩’을, 파리바게트는 ‘인절미 쉐이크’와 ‘흑임자 쉐이크’를 출시했으며, 풀무원식품은 식사대용 떡 ‘우리쌀 단백절미&단백설기’, 국내산 쌀가루로 만든 ‘순쌀도나스’ 등을 선보였다. ‘옛것이 오히려 가장 세련됐다’는 인식이 되면서 전통 간식이 젊은 취향과 감각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손세근 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은 ‘트렌드 변화를 주시하며 활기찬 삶을 영위해 가는 베이비부머’를 뜻하는 ‘트렌드부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에서 CCO(고객만족 총괄책임자) 등의 임원을 역임했으며, 트렌드 변화 연구와 청년 멘토링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