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 명예총장<br>식품안전상생재단
손세근 명예총장
식품안전상생재단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이 가성비, 가심비를 넘어 이젠 가실비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짠 소비, 현명한 소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MZ세대는 이젠 사치스럽게 여겨지는 욜로(YOLO)나 플렉스(FLEX)를 버리고 ‘갓생살기’를 선도적으로 시도해 나가고 있고, 그 중심에는 가실비라는 새로운 소비기준의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갓생’은 영어의 ‘갓(God)’과 한자의 ‘생(生)’을 조합한 신조어인데, 여기서는 ‘갓’이 특별하다는 의미보다는 모범적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갓생살기’란 현실생활에 집중해 성실하게 과정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삶을 뜻하며, ‘소확성(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을 추구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율)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판단기준은 가성비이다. 즉, 같은 가격으로 성능이 좋은, 또는 성능이 같아도 가격이 더 싸다면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원래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에서 나온 개념으로, V=F/C(V:Value, F:Function, C:Cost)의 산식으로 정의된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은 최소화하고 성능은 높여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매출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가성비의 개념은 상품뿐만 아니라 외식이나 호텔 등 서비스산업에서도 적용된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가성비가 ‘가격 대비 객관적 품질’의 판단기준이라면, 가심비는 ‘주관적인 마음의 만족’을 더한 개념이다. 개성을 추구하는 초개인화 세대인 MZ세대가 소비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감까지 충족시켜야만 잘 팔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오랫동안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해 온 편의점 도시락이 가성비 좋은 제품이라면, 2018년을 강타한 편의점 업계 최고의 히트상품인 프리미엄 디저트는 가심비가 좋은 제품이다. 수제품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브라우니, 부드럽고 달콤한 티라미수 등의 품질 좋은 제품이 편의점 매대에서 불티나게 팔려 나간 것은 가격 대비 품질은 물론이고 심리적 만족까지 고려한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가심비 소비의 또 다른 예는 취향 저격 제품이다. 실용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예뻐서 갖고 싶은 제품, 공연이나 영화 등과 관련된 캐릭터 상품, 굿즈 등이 바로 가심비를 노린 제품들이다.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에서도 가심비를 적용한 사례는 많다.
특히, 코로나19로 위생 안전이 중요해지자 에어샤워 부스 시설. 안면인식 출입 시스템을 적용한 아파트 분양사례는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가실비(가격 대비 실사용 비용)
작년 8월에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플렉스는 끝났다. 갓생시대 소비 트렌드는’이란 자료를 발표하면서 가실비란 용어를 등장시켰다. 꾸준히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실사용 비율이 높다면 소비를 결정하는 현상이 MZ세대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는 것이다.

가실비는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해서 효용 가치를 일상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면 지출을 결정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가성비와 가심비가 적정한 가격과 심리적 만족감에 초점을 둔 반면, 가실비는 이를 실용적으로 조합한 개념이다. 

외출할 때만 주로 사용되었던 향수가 숙면하는 데 도움을 준다거나 집안의 분위기를 전환시켜 마음의 안정과 만족을 준다는 데에 착안하면 그다지 비싼 제품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잠자기 전 베개 등 침구에 뿌려 수면의 질을 높이는 용도로 활용하는 향수를 ‘잠뿌’라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샤워 미스트, 룸 스프레이 등 다양한 용도로 향수가 활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멀티 퍼퓸의 제품까지 개발되고 있다. 

극심한 경쟁 사회에서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MZ세대는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 절약이 커다란 관심사이다. 편의성은 물론이고 여가시간 확보와 심리적 만족감까지 제공해 주는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의류 스타일러 등 이른바 삼신 가전제품에 이어 환경보호의 개념까지 생각한 음식물 처리기, 미용실에 가야 하는 불편함과 시간 절약을 해 주는 고급 헤어 스타일링 기기, 서구형 식생활에 익숙해진 MZ세대에 어울리는 와인셀러 등은 가실비 트렌드가 탄생시킨 새로운 인기 가전제품이다. 

특히, 배달음식 증가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 증가로 환경오염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재활용을 쉽게 하기 위해 용기를 깨끗이 씻어 배출해야 한다는 인식도 식기세척기 수요 증가에 한몫하였다는 분석도 있다.

손세근 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은 ‘트렌드 변화를 주시하며 활기찬 삶을 영위해 가는 베이비부머’를 뜻하는 ‘트렌드부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주)에서 CCO(고객만족 총괄책임자) 등의 임원을 역임했으며, 트렌드 변화 연구와 청년 멘토링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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