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가치가 하락하여 물가가 상승하는 경제 현상을 말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에 접두어를 붙여 특정 현상의 인플레화를 의미하는 용어들이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다. 런치플레이션, 애그플레이션, 슈링크플레이션, 그리드플레이션 등등.

런치플레이션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란 점심(Lunch)과 가격 급등(Inflation)을 결합한 용어로, 2022년 미국에서 생겨난 신조어이다. 

세계 곡물 수급의 불균형 현상은 식물성 단백질, 바이오 디젤, 반려동물 사료 등 새로운 곡물 수요 증가의 영향이 컸는데, 2022년 2월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를 결정적으로 심화시킨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역대급 식량 난과 고물가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되었고, 우리나라도 점심값 1만원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런치플레이션 현상의 최대 피해자는 아직 소득이 적은 사회 초년생, 즉 MZ세대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로 인한 긍정적 효과도 있는데, 이는 MZ세대가 가진 정보력, 소통능력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만들어 낸 산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무지출 챌린지, 짠테크, 중고거래 활성화, 정기구독 서비스, 초저가 상품 찾기 등은 런치플레이션을 능동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뉴 트렌드로 정착된 창의적 도전이다. 

애그플레이션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란 농업(Agriculture)과 가격 급등(Inflation)을 결합한 신조어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유엔(UN) 세계기상기구의 발표에 의하면, 2023년 1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엘니뇨(해수 고온화 현상)의 영향으로 한반도에서는 따뜻한 겨울과 빈번한 강수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2024년 여름이 전년보다 더 더울 가능성도 있고, 통상적으로 슈퍼 엘니뇨 이후 라니냐(해수 저온화 현상)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2024년 겨울께는 남미지역의 기상이변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이 크게 인상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어 정부와 기업들은 이에 충분한 사전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슈링크플레이션·그리드플레이션
이는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전반적·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이다.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이라고도 불린다. 기업들이 제품의 가격은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대신 제품의 크기 및 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추어 생산하여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의 효과를 거두려는 비도덕적 전략이다.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제품의 양이 달라지는 것보다 가격이 변하는 데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 1867~1947)는 ‘화폐 환상(money illus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인플레이션으로 임금이 오르면 사람들은 실질소득이 증가한 것이 아님에도 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 잘못 생각한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이러한 소비자의 성향에 착안하여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기보다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저항을 낮추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가격을 유지한 채 제품 용량을 줄이는 행위에 대해 ‘소비자 기만’, ‘꼼수’라고 지적한 데 이어 주요 생필품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슈링크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단위가격표시 정보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즉, 꼼수 가격 인상에 대응해 소비자가 제품 용량 등 변경 사항을 더욱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 같은 물가 상승기에 효과가 없다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인플레이션이 촉발되자 실제로 가격 인상 요인이 뚜렷하지 않은 기업까지 가세해 가격을 올리려는 기업들에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고 더 큰 물가상승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꼼수 가격 인상 행태는 슈링크플레이션 외에도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재료를 값싼 원료로 대체하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묶음판매인데도 낱개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판매하는 번들플레이션(Bundleflation) 등도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탐욕(Greed)을 가지고 품질 대비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물가상승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통칭하여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이라고도 칭한다. 이제 기업들은 꼼수로 일시적인 이득을 추구하기보다는 정공법을 택해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전략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손세근 명예총장<br>​​​​​​​식품안전상생재단
손세근 명예총장
식품안전상생재단

 

손세근 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은 ‘트렌드 변화를 주시하며 활기찬 삶을 영위해 가는 베이비부머’를 뜻하는 ‘트렌드부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주)에서 CCO(고객만족 총괄책임자) 등의 임원을 역임했으며, 트렌드 변화 연구와 청년 멘토링 등에서 꾸준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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