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영양분이 풍부한 양질의 음식을 천천히 적당량 즐기는 ‘소식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방송, 유튜브 등을 통해 식욕을 자극하는 ‘먹방’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이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소식’을 통한 건강한 식생활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한국인의 식습관 및 대식 vs 소식’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53.1%가 단순히 많이 먹기만 하는 대식 먹방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끼며, 47.5%는 소식 콘텐츠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대식가에 대한 인식으로는 건강이 염려된다는 반응이 64.2%로, 많이 먹는 것에 대리 만족감이나 대단하다는 감정을 느끼기보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반응이 높았다. 

왜 ‘소식’이 관심받는 걸까?
이처럼 ‘소식 트렌드’가 크게 관심받는 이유는 아래와 같이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과도한 먹방에 대한 피로감과 부작용 사례가 많아졌고,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므로 예방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으로 표현되는 MZ세대 중심의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겹쳐져 작년부터 ‘소식 먹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식하는 연예인이 출연하는 유튜브 콘텐츠인 ‘밥맛없는 언니들’의 조회수는 회당 150만~400만에 이르고 있는데, 소식하는 사람들에 대한 별칭으로 ‘소식(小食)’과 지위를 뜻하는 ‘좌(座)’의 합성어인 ‘소식좌’라고 부르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두 번째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이 지속되는 ‘퍼펙트 스톰(경제 복합위기)’의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절약 트렌드의 하나이다. 1만원을 훌쩍 넘어버린 점심값이 부담스런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 시대에서는 당연한 현상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환경 영향을 고려한 ‘가치 소비’의 관점이다. 즉, 음식 낭비나 과도한 포장재가 초래할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함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소식 트렌드를 실천하는 소비자들은 제품의 ‘스토리’에 주목한다. 동물 윤리, 친환경 재료와 포장재 유통, 그리고 경영의 사회적 책무 등을 보며 상품과 서비스가 담은 가치를 보고 소비하는 것이다. 조금 먹더라도 임팩트 있는 식사를 즐길 줄 아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0.5인분을 판매하는 음식점의 등장
경기도 시흥에 있는 중국음식점 ‘쩜오각’은 짜장면 한 그릇을 2900원, 짬뽕, 간짜장, 볶음밥은 각각 3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공기밥 역시 500원이다. 메뉴는 모두 0.5인분으로 용량과 가격이 다른 곳보다 절반 수준이다. 이 음식점은 좋지않은 상권 내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서 0.5인분 판매의 아이디어를 시도한 것인데, 의외로 혼자 식사하거나 소식하는 분들이 많아서 객단가가 높지는 않지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서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소용량 제품 출시 열풍
이마트24가 2022년 8월 선보인 ‘껍질 없는 간편한 조각사과’ 등 3개월간 조각과일 매출은 직전 동기 보다 46% 상승했고, 이처럼 소포장ㆍ소용량 제품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작으면 작을수록 좋은 음식을 의미하는 신조어인 ‘소소익선푸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GS25가 선보인 소식자를 위한 도시락 ‘쁘띠 컵밥’은 기존 도시락 메뉴의 절반 이하의 중량으로, 출시 한 달 만에 3만 개 이상이 판매되며 인기를 얻었다. 또한, 작년 9월 CU는 혼술족을 위한 1인용 데일리 와인인 ‘와인 반병 까쇼’를 출시해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0만병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는 2022년 10월에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 ‘하이트제로0.00’의 소용량 버전인 240㎖ 캔 제품을 출시하며 용량 다변화에 나섰고, 팔도는 적은 양으로 라면을 즐기고 싶은 소비자를 위해 기존 왕뚜껑 110g을 80g으로 줄여 소컵 라면 카테고리를 확대한 개념의 ‘mini 곰탕 왕뚜껑’을 출시했다. 오리온은 미니 젤리를 10g씩 소포장해 담은 ‘과즙팡 꼬물탱 미니’ 젤리를 온라인 전용으로 선보였는데, 이는 박스형 타입으로 어디에나 쉽게 비치 가능한 패키지 안에 10g씩 소포장한 미니 젤리를 55개 담았으며 하나씩 쉽게 꺼내 먹을 수 있도록 반원 형태의 입구를 만들었다. 

또한, CJ제일제당의 고메는 지난해 9월 제주항공과 협업해 제주도 콘셉트의 간편식 3종을 출시했다. 이 중 거멍 화산섬 피자는 1인용 사각 피자로 크기가 작아 1인 가구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과도한 소식은 역효과
과도한 소식은 충분한 영양소 섭취가 불가능하므로 건강을 해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극단적 소식’은 소화장애나 거식증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단순히 적게 먹는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영양소를 골고루 가지고 있고 환경오염 우려가 없는 음식을 여유 있게 즐기는 습관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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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근 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은 ‘트렌드 변화를 주시하며 활기찬 삶을 영위해 가는 베이비부머’를 뜻하는 ‘트렌드부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에서 CCO(고객만족 총괄책임자) 등의 임원을 역임했으며, 트렌드 변화 연구와 청년 멘토링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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