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으로 청룡(靑龍)의 해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에서 매년 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는 2024년의 Key words를 ‘DRAGON EYES’로 발표하였다.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 자원난, 무역장벽, 국지 전쟁 등의 악재를 이겨내고 ‘청룡을 타고 비상하라’는 의미로 화룡점정(DRAGON EYES)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필자는 10개 글자의 키워드 중에서 사회 전반의 메가 트렌드를 잘 표현한 ‘분초사회’와 ‘디토소비’의 2가지를 중점 리뷰해 보고자 한다.

분초사회(Don’t Waste a Single Second : Time-Efficient Society) 
2022년의 트렌드코리아 첫 번째 키워드는 ‘나노사회’였다. 3년간 유행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공동체가 개인으로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고립되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며 트렌드의 미세화, 초단기 1인근로자의 확산, 편의점과 배달산업의 급성장 등 사회구조와 인프라가 크게 변화했다. 

MZ세대가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고 하는 아래 두 가지 말은 ‘나노사회’의 단면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상당히 인상적이다.
- “가게 주인이 저를 알아보는 것 같아요. 이제 다른 데로 가야겠어요.” 
-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이다.”

2년 후 엔데믹 시대가 된 2024년의 트렌드코리아 첫 번째 키워드는 ‘분초사회’이다. 소유경제에서 경험경제로 이행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볼 것, 할 것, 즐길 것이 너무 많아졌다. 이제 소득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반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 가성비’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1분 1초를 아껴야 하는 현대인의 일상은 취준생, 직장인, 주부 할 것 없이 모두 긴박하고 필사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첫 번째 키워드를 ‘분초사회’로 한 것에 대해 공감이 간다. 

예전엔 비싼 소유물을 과시했다면, 이제는 여행지, 맛집, 핫플레이스에서 인증샷을 SNS에 올려 자랑하는 시대이다. TV에서 방영되는 주말의 영화를 즐겼던 시절이 그리 먼 옛날은 아닌데, 지금은 넷플릭스 등 OTT서비스를 통해 하루에도 몇 시간씩 컨텐츠를 즐길 수 있고 그것도 모자라 틱톡, 유튜브를 통해 ‘숏폼(Short form) 컨텐츠’나 요약편을 즐긴다. 동영상을 볼 때도 배속으로 빨리감기가 보편화된 것이 요즘 MZ세대의 모습이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자사 VOD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중 39%가 표준 속도보다 빠른 배속으로 영상을 시청한다고 한다. 이처럼 돈보다 더 시간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시성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올라오는 이색 알바 자리 중에는 고객의 시간을 아껴주는 아이템들이 많다. ‘유명 맛집 줄서기’, ‘자녀 등하교 라이딩’, ‘강아지 산책시키기’ 등이다.

재택근무를 주로 하다가 정상 출퇴근을 하게 된 직장인들은 스스로 자기 시간을 지키고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갓생살기’, ‘사이드 프로젝트‘ 등에 전력을 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시간의 초개인화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 반나절 휴가를 내던 ‘반차’에서 더 세밀하게 조각낸 ‘반반차’, ‘반반반차’가 도입되고, ‘월급’도 ‘시급’으로 점차 개념이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시간을 줄이는 것에 더하여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정시’를 약속해 주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빠른 배송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객이 원하는 시간을 준수하는 정시배송이고, 배달이 언제 완료되는 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는 K-배달앱의 진화는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감동적인 디지털 혁신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디토소비(You Choose, I’ll follow : Ditto Consumption) 
상품의 종류와 유통채널이 다양화되면서 고객들은 선택의 어려움과 실패의 두려움이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분초사회의 환경 속에서 시성비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보 탐색과 대안 평가 등 제대로 된 구매 의사결정 단계를 생략하고, 특정 사람, 컨텐츠나 커머스를 추종하는 소비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를 ‘디토소비’라고 한다.

‘디토(ditto)’란 ‘나도’라는 뜻을 가진 말인데, 인기 걸그룹인 뉴진스의 ‘Ditto’라는 노래와 1990년대에 큰 인기를 끈 영화 ‘사랑과 영혼’의 사랑 고백에서도 나오는 말이다. 디토 소비자가 추종하는 사람은 주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인 경우가 많지만, 해당 상품을 잘 아는 기업 내부직원을 뜻하는 ‘임플로이언서(emploee + influencer)’나 분야별 고수로 정평이 있는 일반인도 대상으로 삼고 이들의 구매패턴을 따라 하고 있다.

디토소비의 두 번째 추종대상은 콘텐츠인데, 미드나 영화를 보다가 여행을 가게 되고, 넷플릭스에서 영화 ‘오징어게임’을 보고 한국여행에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들이 많아진 현상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추종 대상은 커머스(유통채널)이다. 온라인, 모바일 쇼핑에서도 대형 종합몰 대신 특정한 카테고리와 상품만을 취급하는 전문몰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 지고 있는데, 편집샵, 셀렉트샵, 큐레이션샵 등 고유한 커머스만의 기준과 색깔을 가지고 운영하는 이른바 ‘버티컬 커머스’에서 제안하는 상품을 추종해 구매하는 방식이다.

디토소비가 시간을 절약해 주고 효율적인 선택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너무 무분별한 디토소비는 비합리적인 소비를 할 우려가 있다. 특히, 추종의 대상이 사람일 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추종 대상의 소비 패턴을 참고하되,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고 자기 주도적인 결정과 실행을 해 나가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손세근 명예총장식품안전상생재단

 

손세근 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은 ‘트렌드 변화를 주시하며 활기찬 삶을 영위해 가는 베이비부머’를 뜻하는 ‘트렌드부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에서 CCO(고객만족 총괄책임자) 등의 임원을 역임했으며, 트렌드 변화 연구와 청년 멘토링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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