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38)
내 아침 일과는 조간신문 읽기로 시작한다. 펼쳐진 신문 몇 면이 눈에 든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다양한 중요정보를 빽빽이 담고 내가 필요한 일상의 소중한 소식을 가득 전달한다. 첫 면에는 해당되는 날의 가장 뜨거운 화두가 큼지막한 활자로 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종이에 인쇄되어 활자가 튀어나오는 종이신문은 그 자체로서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전자통신시대에 뒤처지고 한물간 생각일는지 모르지만, 기원전 500년경에 기록된 중국의 논어, 시경 등 사서삼경은 종이에 기록된 대로 지금도 세계 많은 사람의 최고 교양서로 읽히고 있으며 기독교와 천주교도들은 인쇄되어 책으로 엮어진 성경을 귀히 모시고 시시때때로 펼쳐 자기 생활의 지혜로 익히며, 삶의 지침으로 한다. 모두 종이 인쇄물이다.
우리 국보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은 목판으로, 인쇄물을 만드는 기본을 갖췄다. 신문을 포함하여 모든 인쇄된 책은 각각의 저자가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자기의 혼과 정신을 불어넣어 응축한 결과를 글자화 했고 그 글자를 받아 영원한 기록으로 남기게 한 매체는 종이다. 종이를 이용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인간이 자기의 생각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류 출현할 때부터 나타났다고 여겨진다. 그 생생한 증거가 각국에 남아있는 암각화이다. 언어나 글자의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시기에도 형태나 독특한 문양으로 자기의 생각을 바위에 새겨 다음 세대에게 알리려는 본능을 발휘하였다.
종이가 사용되기 전 가죽이나 나무껍질이 당시 기록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료로 선택되었고, 종이가 출현하면서 지식의 전달 체제는 획기적인 전환기를 맞았다. 학문을 배우고 익히기 위하여 만들어진 많은 책은 인간의 지식과 지혜를 전달하며 후손을 교육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그 이후 실로 수많은 지식 정보의 전달 수단으로 사용된 종이책들은 문화의 확산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들 책의 역할이 없었다면 인류의 문화, 문명의 발달은 크게 뒤처졌을 것이다. 특히 종이신문은 세계 각국에서, 그리고 국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사건과 시대 조류에 맞는 소식 등을 전달하고 대중의 의사를 축약, 알림으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민의 뜻을 필요 처에 전달하는 순기능을 오랫동안 해왔다. 신문의 역사는 정보를 전달하는 인쇄매체로 그 기원은 고대 로마(기원전 59년)에서 Quta Diuyna라는 이름으로 공공 게시판에 게시된 뉴스 형태의 문서라고 알려져 있다. 이 홍보물은 주로 정치, 군사 소식과 법률문제를 다루었고 로마가 근 1천 년을 이어갈 수 있는 저력도 이런 공고물을 통하여 소속 국민의 마음을 지도자와 쉽게 소통하고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 한 이유라고 여겨진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시대(7세기경)에 관영매체가 등장하였고 정부 병영과 대중 간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다. 신문이 획기적으로 확대된 계기는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성서 인쇄술이 발명(1455년대)된 이후 급격히 보급이 확대되었다. 물론 우리나라 직지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보다 78년 앞선 것이 서서히 증명되고 있으며 이 매체는 우리 조상의 창의성이 인정되는 매체가 되고 있다. 종이 인쇄물은 주로 종교 교리의 전파수단으로 적극 활용되었다.
근세 신문은 17~18세기에 출현했는데, 독일(1605), 영국(1621), 프랑스(1631) 등에서 먼저 나타났고 미국은 1690에 최초의 신문이 발행되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높은 평판을 받는 “The Times”는 1785년 영국에서 보수 성향의 신문으로 출간하여 지금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The New York Times”는 1851년 창간, 객관적인 보도로 세계인의 신뢰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독립신문을 1896년 4월 7일에 창간되어 1899년 12월 4일까지 발행되어 민족의식의 고취, 한글 사용 확대 등 대중 개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언론 자유를 외치는 시초가 되었고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여 근대 언론의 출발점이 되었다(독립신문 연구, 서울대 출판부, 2003). 이후 경제난 등 여러 이유로 아쉽게 폐간되었으나 이룬 업적은 지금도 기억되고 있다. 아무리 전자 매체에 의해서 종이신문의 역할이 위축된다 해도 종이신문이나 책을 선호하고 그 고유한 기능에 공감하는 독자는 꾸준히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요사이 다시 종이로 된 책이나 신문 등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어 반가운 마음이나 이런 추세가 이어질수록 인쇄매체에 우리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이제 인쇄에 사용하는 독특한 잉크의 냄새(솔벤트)는 거의 사라졌으나 종이에서 오는 따뜻한 촉감, 그리고 한눈에 전체 내용을 일별할 수 있는 장점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신문을 통하여 한글을 깨우쳤고 논설이나 사설, 특정한 칼럼 등은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생각의 지평을 넓이는 지침이 되고 있다. 또한, 기사를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고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는 동료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신문을 읽는 또 하나의 큰 혜택이다.
종이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여러 책임자와 글을 싣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항상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애독자를 위하여 계속 분발할 것을 응원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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