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36)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br>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걸음의 기적을 김영미 대장이 보여주었다. 남극 대륙을 홀로 걸어서 횡단하였다. 총거리 1786km를 219일 만에 이룬 성과다. 평균 보폭 70cm로 계산하면 대략 26조 걸음을 걸어 대장정을 마무리하였다. 인간 끈기의 결정판이다. 사람은 살아 있는 한 출생부터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계속 움직이고 활동한다. 그 움직임의 주체는 발이고 발 움직임의 단위는 한걸음이다. 한걸음이 불가능한 경우 자기 삶의 99%는 자유롭지 못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보통의 삶에서 한 걸음은 우리에게 가장 위대한 동작이다. 아침 눈을 뜨고 일어나는 행동의 이어짐은 한걸음에서 시작한다. 그 한걸음이 하루를 시작하는 걸음이고 그 한걸음이 이어져 내 움직임의 생활이 시작된다. 아침 출근하는 길은 대략 편도 2800보, 왕복 5600보이고 점심 먹고 산책 겸, 책방을 들리고 은행 일을 하고, 사무실에 돌아오면 2000보가 추가된다.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는 것까지 만보기가 친절하게 계산해주어 거의 2000보를 보탠다. 그러면 하루 8000보, 조금 더 움직이면 만보를 채운다. 이 정도면 아마도 관련 전문가들도 내 나이에 더 이상 운동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할 것이다.

걷는 모습, 한발, 또 한 발 내딛는 행동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신비하다. 거의 모든 동물은 4발로 움직인다. 가장 안정한 자세다. 우리가 쓰고 있는 가구들, 특히 의자나 책상, 침대 등 안정이 필요한 경우 대부분 4발을 두었다. 드물게 3발도 있으나 예외이고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4발이 되어야 한다.

이런 4발의 안정성을 밀치고 어찌하여 인간은 2발을 사용하게 진화되었을까. 그렇다. 4발보다는 2발의 경우 나머지 2개의 발이 손으로 진화하여 이 손으로 인간들은 별난 짓을 다 하고 있다. 쥐고 펴게 발전한 근육은 모든 기구와 움직일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며 더욱 기상천외의 기능은 손으로 글을 쓰게 진화한 것이다. 지금 나에게 손이 없다면 과연 이 글을 쓸 수 있을까. 과학이 발달하여 생각만으로도 컴퓨터를 움직이고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고는 하나 어찌 내가 지금 놀리고 있는 손동작만 하기는 할 것인가. 

그러나 이 손동작도 발의 도움 없이는 그 움직임의 폭은 넓힐 수는 없다. 물론 책상에 앉아 글을 쓸 수는 있으나 움직임이 없이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겠는가. 발로 움직여 먹고 마시며 산책해야 재충전할 수 있는 것이 기본이 되고, 그래 우리 다리로 걷는 것은 우리 생활, 모든 것의 기본이 되고 있다. 그 움직임의 시작은 한걸음이다. 한발 한발 떼어 놓으면서 그 움직임을 관찰하다 보면 참으로 신비함을 느낀다. 아무렇지도 않게 걷는 것에서 조금 신경을 써서 내가 지금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경이롭지 아니한가. 네발로 평범한 동물처럼 움직였던 먼 우리 조상들이 진화하여 두 발을 걷게 된 것은 인간의 필요성이 만들어 낸 결과이나 2발로 걷는 것은 인간의 경이로운 발전의 시초였다는 것을 지나온 자취에서 느낄 수 있다.

세계의 최고봉, 히말라야산맥의 정상까지도 처음 한 걸음으로 시작하여 오를 수 있으며 41.195km의 올림픽 마라톤의 전체 주행은 결국 한걸음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한걸음으로 마무리를 한다. 한걸음은 모든 일의 시작이고 또 마무리도 그 한걸음으로 정리된다. 천 리 길도 한걸음이란 말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나 그 한걸음이 큰 이룸의 첫 단계라는 것을 가끔은 잊고 산다. 한걸음의 의미는 진정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는지. 한 번쯤 나를 추스르는 경구로 삼고 싶다. 

살아보니 첫걸음, 시작이 가장 어렵기는 하나 그 분수령은 절반에 이르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시작하여 중간에 이를 때까지가 나머지 반을 지날 때 보다는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아침 산책길에서 느끼고 있다. 계산된 중간 길까지가 조금 더 힘들고 나머지 반을 가는 길은 훨씬 쉽다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다. 산을 오를 때도 정상까지가 더 어렵고 하산 길은 좀 더 쉽지 않은가. 정상이 정확히 전체 움직인 거리의 반일 수도 아닐 경우도 있으나, 오름과 내림에 따른 느낌의 강도는 크게 차이 난다. 첫걸음, 시작이 반이라는 얘기보다는 반에 이를 때까지 더 노력하자는 얘기가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반이 지나면 더 짧아지는 앞선 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긴 삶의 여정에서 처음 첫발, 한걸음에서 시작하여 지금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 한 걸음을 더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김영미 대장이 한걸음의 중요성을 우리 모두에게 경구로 알려주고 있다. 한국인의 끈기를 세계에 알리는 쾌거에 경의를 표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관련기사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