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 사건 예방과 실전 대책 35. 행위의 목적이 제품 상태보다 중요하다

김태민 변호사​​​​​​​​​​​​​​식품위생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
식품위생법률연구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사람 마음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의미인데, 우리가 자주 접하는 식품 사건도 이와 다르지 않다. 흔히들 남을 속이는 행위를 사기라고 칭하고 처벌받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형법에서는 단순히 타인을 속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여기에 부당이익을 챙기려는 의도가 처음부터 있을 때만 사기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런 의도가 있었다는 영업자의 마음을 수사기관에서 밝혀내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서 행정법에서는 이런 수사기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 형식적으로 또는 표면적인 결과를 가지고 추정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허위표시나 과대광고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모 축산업협동조합이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른 식육판매업 신고만 한 상태에서 방문한 최종소비자가 아닌 학교 급식에 납품하면서 절단 가공했기 때문에 축산물가공처리업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구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령 제21조에서는 식육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영업(식육가공품 중 포장육을 다시 절단하거나 나누어 판매하는 영업을 포함한다)을 식육판매업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당 조합은 의정부 소재 6개 초등학교로부터 축산물 납품 주문을 받아 절단하는 등 가공한 후 축산물가공처리업을 영위했다는 이유로 무허가 영업에 해당된다는 내용으로 수사가 진행된 것이다. 

법원은 “시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포장육 제조 또는 가공행위에 있어서의 '포장육'이란 이미 절단되어 포장된 상태로 직접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식육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공소사실처럼 포장된 식육의 인도ㆍ인수가 식육판매장 밖에서 이루어지면 가공허가를 요하고, 매장 안에서 이루어지면 가공허가를 요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뒤에서 살펴본 이유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들에 대한 합리적 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 의정부 시내 소재 6개 초등학교에 식육을 절단 포장하여 공급한 행위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이미 주문받은 식육을 조리에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절단한 후 배달의 편의를 위하여 자체에서 제작한 종이박스에 넣어 공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를 축산물 가공처리법에서 시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영업행위인 포장육 제조행위, 즉,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 식육을 사전에 가공 포장하는 행위로 볼 수는 없으며, 달리 위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조합이 학교에 공급한 제품은 가공처리된 것처럼 보이긴 하나 처음부터 가공처리 의도나 목적으로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고객의 주문에 따라 만들어진 제품에 처리를 한 것이니 결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인 셈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판결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무리도 아니다. 원인사실과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것으로 필자가 식품위생감시원이나 특별사법경찰관을 상대로 강의할 때 항상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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