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증상, 제품 섭취에 따른 호전반응이라 주지시키고
진료 불필요한 것처럼 글 보내며 제품 계속 판매 
사회통념상 용인 어려워, 고객 보호의무 위반에 해당

식품안전과 바른 대응法 40. 

김미연ㆍ최승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김미연ㆍ최승환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한) 바른 식품의약팀 김미연, 최승환 변호사입니다. 최근 식품판매업자의 보호의무에 대해 눈길을 끄는 대법원 판례가 선고돼 소개하고자 합니다.

식품판매업에 종사하는 A는 고객에게 핵산을 가공해 만든 소위 건강보조식품(식품유형상 기타가공품)을 판매하면서, ‘핵산을 먹고 면역력이 올라가면 반드시 호전반응(명현반응)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고객이 제품을 섭취한 후 한기와 서혜부 통증 등이 발생해 문의하자, A는 오한과 몸살이 호전반응이라고 설명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후 고객이 혼자서 대소변을 해결하지 못하고 다리에 수포가 생긴 후 커지다가 터져 진물이 흘러나오는 상황에 처해 문의하자, A는 ‘반드시 아파야 낫는다. 내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통증을 반가워하라’는 등의 글을 보내 제품이 몸에 잘 듣고 있다는 뜻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습니다. 고객은 병원에 가지 않고 제품을 더 구매해 섭취했고, 며칠 후 119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괴사성근막염, 급성신우신염으로 인한 패혈증, 장기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사인에 관한 감정 결과에 따르면, 제품 과량 복용 자체가 사망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은 작고 불분명한 반면, 괴사성근막염이 의심되는 증상을 제품 복용에 따른 반응으로 보고 의료진의 검진을 받지 않은 진단ㆍ치료의 지연이 고객 사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됐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과연 A가 고객의 이상증상에 대해 ‘제품 섭취로 인한 호전반응이니, 병원에서 진단ㆍ치료받는 대신 제품을 더 섭취하라’고 계속해서 말한 것과 고객의 병원 진단ㆍ치료 지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1심에서는 의료인도 아닌 A의 언사가 고객에게 심리적 지지는 될지언정 의학적 지식에 기초한 조언이라고 보기 어려워 이를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려우며, 위와 같은 문자메시지로 인해 고객이 병원 진료를 받는 데 장애가 초래됐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항소심은 당사자는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 결과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을 스스로 감수해야 할 뿐 상대방 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일반적인 의무는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신의성실이나 사회질서 등을 위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법리를 들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고객과 A 사이에 상당한 신뢰관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A가 고객에게 ‘제품 섭취로 인한 호전반응이니, 병원에서 진단ㆍ치료받는 대신 제품을 더 섭취하라’고 계속해서 말한 것과 고객의 병원 진단ㆍ치료 지연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 A의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해 고객이 사망에 이르게 됐음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제품 섭취 자체가 사망 원인이 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고객이 식품판매자에 불과한 A의 말을 그대로 신뢰해 손해확대방지를 위한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등에 비춰 A의 책임비율을 50%로 제한했습니다.

대법원도 최근 위와 같은 항소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A가 고객에게 발생한 위험한 증상을 제품 섭취에 따른 호전반응이라고 계속해서 주지시키고, 그에 대한 진료가 불필요한 것처럼 글을 보내면서 고객에게 계속 제품을 판매한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행위로서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의 법률관계에 대해서 ‘자기책임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원칙인 이상, 상대방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는 제한적으로만 인정됩니다. 이때 개별 사안에서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가 인정될 것이냐는 그 사안에서 구체적인 여러 사정을 모두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되는데, 재판에서도 심급에 따라 결론이 바뀔 정도로 판단이 쉽지 않으므로, 면밀한 논리 구성과 근거자료 제시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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