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주)진성에프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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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성에프엠

박근혜 정부가 식품진흥 정책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민행복 시대를 여는 新식품정책’ 추진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새로운 식품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에 추진하는 新식품정책은 지난 2011년에 마련한 ‘식품산업진흥 기본계획’을 전면 수정ㆍ보완하는 것으로 취약계층의 영양 불균형, 비만 인구의 증가, 한류의 세계적 확산 등 최근 상황 변화를 고려하여 국민건강 개선과 식품산업의 세계화, 국내 외식산업의 발전 등 정책 개발 및 대응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새로운 식품진흥 정책 방향에 대해 식품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핵가족화와 여성의 사회 참여 인구 증가 등 생활환경 변화가 우리 국민들의 식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식품소재산업에 종사해 온 사람으로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식품소재 관련 회사에서 첫 직장을 시작한 이래 동종 외국회사에서의 근무 경험과 20년 전 설립한 식품소재 무역회사 및 제조회사의 경영, 원료 구매 비즈니스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식생활과 식문화, 식품산업의 발전과 변화과정을 온몸으로 체험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저의 경험과 생각이 식품산업의 든든한 기초를 다지고 식품산업의 발전과 농림수산식품 100억 달러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일조할 수 있기를 바라며 경험에서 비롯된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식품소재업체는 수입산 및 국내산 원료를 가공하여 공급하는 대형 소재업체와 중소형 소재업체, 외국산 원료를 그대로 수입하여 판매하는 업체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본 제안에서는 국내 농수축산물을 이용한 식품소재산업의 발전방안을 중심으로 언급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 원료, 가공, 그리고 판매 등으로 구분하여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식품소재 원료 작물의 경쟁력 확보 대책 마련 절실

첫째, 원료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급속히 조성된 신토불이 음식과 최근의 푸드마일리지 운동의 영향으로 국산 식품원료와 이를 가공하여 식품으로 이용하려는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단화되지 않은 국내산 식품원료의 가격 불안정과 산업체의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는 생산량, 규격화되지 않은 농수축산물의 품질관리, 충분하지 않은 농수산물에 대한 생산정보, 그리고 천재지변에 상대적으로 취약하여 농수축산물 생산량이 안정적이지 못한 점 등이 국내산 원료를 활용한 식품소재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장흥 유자와 고흥 복분자, 구례 밀처럼 지역단위별로 생산물의 집단화를 유도하여 충분한 정보를 생산자와 소재업체에 제공하고, 지역별로 안정된 재배 및 생산 기술의 공유와 협의 가능한 공급가격으로 원료가격의 안정화를 시도해야합니다. 휴경지에 백태의 2배나 되는 서리태를 재배하고 싶어도 가격의 불안과 영농기술 부족, 판매 불안으로 집단화가 되지 않아 영농기계화와 합리적인 유통과 저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원료의 계통화ㆍ체계화, 효율적인 유통체계 확립과 지원 절실

둘째, 가공입니다.

매우 열악한 환경과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식품소재를 수출하는 이스라엘과 식품소재 수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뉴질랜드, 그리고 분야별로 전문화된 식품소재협회를 잘 발달시키고 있는 미국은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이들 세 나라의 식품소재 가공의 공통점은 원료의 계통화가 잘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역별로 특화된 생산물을 공동 생산하여 유통에 앞서 신선판매, 냉동판매, 가공용소재로 잘 구분하고, 가공용소재와 다양한 원료를 연중 가공ㆍ처리하는 설비를 잘 갖추고 가동 일수를 최대한 높여 설비투자를 극대화하여 소재산업에 투자한 이익을 최대화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가공용 원료의 등급을 명확히 하여 품질 기준을 높이고, 낭비되는 자원을 최소화하며 자원을 순환하는 농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유통 및 가공 거점시설을 갖추고 이를 대형화하여 다양한 식품소재에 적용하게 함으로써 유통저장시설의 이용가치를 최대화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분배가 아닌 아이템별 적합 시설에 대한 투자와 규모의 대형화로 효율적인 유통체계를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식품 소재업체는 일 년에 단 한 번 수확한 원료를 구매하여 저장하고 연중 판매함으로써 높은 금리와 저장시설에 대한 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하며 가공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타 산업에 비해 식품 소재산업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고, 투자 대비 위험부담이 높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또한 식품 소재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인 식품제조 및 유통회사와의 연결고리가 부실해지고 모두의 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재산업은 일정치 않은 생산물의 조건을 소비자인 제조사와 유통회사의 요구에 맞춰 생산하는 품질의 조절자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다른 산업에 비해 생물을 취급하는 특성에 비추어 품질관리의 변수가 매우 많음에 비해 이를 위한 기술의 개발은 아주 취약한 게 사실입니다.

전문 기술이 많이 부족하고 열악한 작업 여건으로 인해 숙련가나 전문가가 많지 않고, 전문화 고도화되어 있는 시설보다는 수작업이나 단순 가공에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가공을 겸한 식품소재산업체의 발전을 위해선 구매유통자금의 효과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예컨대, 유통센터가 일괄구매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안정된 가격으로 계약을 통해서 소재업체가 필요시에 계약 구매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가공공정별로 설비의 공용화가 필요하고, 운영상 다소 어렵더라도 소재 가공업체에 장기 계약 임대케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설비와 관련해서도 한 가지 설비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응용 생산하여 생산설비의 가동시간을 최대화해야 합니다. 병역특례와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 지원조건을 완화, 지원하여 인력 수급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지원도 필요합니다. 기술의 발전을 위해선 산학 협동이 절실하며, 특히 고객인 식품산업체 및 유통업체와의 연계를 통해 맞춤식품소재의 생산 시 기술의 공유와 이를 위한 협력사간의 공동개발 지원에 더 많은 관심과 외부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철저한 원산지 관리와 국산 소재 우수성 과학적 연구 뒷받침돼야

셋째, 소비입니다.

식품소재에 관한한 고객은 식품제조업체와 식품유통업체입니다. 고객이 국산식품소재를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국내산 식품소재는 무엇보다 수입소재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없습니다. 대량의 원료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안정된 소재의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생산경험과 설비의 부족 등으로 인해 안정된 품질 유지가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며, 사용하고자 하는 소재 선택에 있어 이에 대한 규격과 정보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식품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가격의 폭등 혹은 원료의 폭락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몇몇 국내산 식품 소재업을 하는 업체들은 국산 원료를 단지 수입식품소재의 대량판매를 위한 마케팅용 정도로만 활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토불이로 대변되는 소비시장의 분위기와 원산지 관리 강화 및 세밀한 수입식품 소재의 검역관리, 푸드마일지운동 등으로 인해 국내산식품 소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높아진 사회적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며 식품소재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보다 더 철저한 원산지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 농어민들에 의한 소재별 생산자협회를 지역이 아닌 전국화하고 단체별로 생산물의 우수성을 과학화, 수치화하여 수입소재와 차별화해야 하며, 이를 적극 홍보해야 합니다. 또한 이를 산업체나 유통업체가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식품소재산업이 발달하면 식품산업이 발달하고, 나아가 기호식문화 및 식생활을 통해서 국민의 식생활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이를 통해 더욱 즐겁고 행복한 나라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끝으로 길지 않은 35년간의 저의 식품소재산업에 대한 경험이 미력하나마 우리 식품소재산업의 발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진수 (주)진성에프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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