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해야 더 많은 성과 얻을 수 있다는 것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의식 전환 운동 필요한 시점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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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도록 운명 지워진 인간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협력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의 연속이다. 아무리 우수한 사람도 혼자 이룬 성과는 없다. 선배가 이루어 놓은 터전에 자기가 씨 뿌리고 가꾸면서 성장시킨 결과를 자기 것이라 여길 뿐이다. 같이 살아야 할 인간은 심리적으로 가장 외로움을 타는 동물이다. 맹수는 자기 영역을 정해 놓고 혼자 살면서 침입자를 모두 적으로 돌린다. 이런 동물에게는 혼자가 가장 편안한 상태이고, 외로움이 자기 정신영역에는 없다.
 
인간관계는 상대에게서 관심을 끌어야 하고, 관심에서 멀어지는 순간 둘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심지어 천륜의 관계인 부모 자식 간에도 소통하고 만나면서 관계를 유지해야 더욱 돈독한 정이 쌓인다. 많은 손자 손녀를 기른 조부모님도 한집에서 키웠던 손자, 손녀를 더 귀여워하고 관심을 두면서 편애의 관심을 보인다. 서로 접촉할 기회가 많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물리적 접촉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등동물로 여기는 오리나 닭 같은 조류도 알에서 깨어날 때 처음 관계를 맺는 대상을 자기 부모라고 여긴다고 들었다. 애완동물로 집에서 부화시킨 오리 새끼들이 처음 돌봤던 주인을 자기 부모로 알고 커가면서 계속 따라다니는 것을 경험한다. 처음의 관계 정립이 커가면서 변하지 않고 뇌에 각인되는 모양이다. 

우리 어머니도 결국 같은 현상이 아닐까 여겨진다. 그래서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더 깊다는 얘기가 통용된다. 즉, 처음 인지능력이 생기면서 관계를 맺은 대상에 애착을 갖고 평생 잊지 못하는 인연을 맺는다. 그래서 이런 관계는 인간사회나 동물 속에서도 통용되는 사회 일반 현상인 모양이다.
 
관계의 관리와 유지는 집에서 키우는 화분과도 닮았다. 적당한 시간 차이를 두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어야, 나에게 꽃을 보여주고 싱싱한 잎으로 보답을 한다. 움직이지 못하는 반려식물도 그럴진대 애완동물은 어떤가. 밥을 챙겨 주고 운동시키면서 대소변을 관리하는 수고를 해야 식물이나 동물이 나에게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고 외로움을 덜어주는 관계를 지속한다. 관계가 허술할 때는 그 결과가 바로 나타난다. 인지능력이 월등한 인간의 관계에서는 훨씬 더한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아끼는 40년 된 태엽 감는 괘종시계는 잊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태엽을 감아줘야 나에게 째깍거리는 소리와 늦은 밤 두 손으로 시간을 알려주면서 위안을 주는 관계를 맺는다. 이 무생물과도 나는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관계의 결과를 얻고 있다. 

우리 인간은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관심을 통한 교류로 정을 생산하며, 그 정으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다. 부모님이나 친구, 직장 동료도 서로 이어지는 관계의 결과로 맺어진 인연이다. 이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관계하느냐에 따라 성공한 인생이나 실패한 삶이냐가 결정될 것이다. 경제이론에서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결과를 얻는 것이 원칙이나 인간관계에서는 이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 상대에게 투자한 내 관심은 더도 아니고 투자한 것만큼 얻고 있다.
 
근래 사회가 삭막해지고 함께하는 인간의 본성이 변하면서 나홀로족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인간 사회 발전에 온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모두 인간 본성, 함께 같이하는 사회로 가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우리의 속담은 인간의 속성을 꿰뚫어 보는 철학이 담겨있다. 혼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사회 변화의 한 현상이나, 결코 정상적인 인간 행동과 삶의 방법이 아니다. 교육을 통해서, 각종 사회활동을 통해 같이 해야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의식 전환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간관계는 보시에서 시작된다. 내 것을 기쁜 마음으로 상대에게 내주고, 주었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마음의 자세 말이다. 무의식의 베풂은 그 행동 자체로 여러 사람과 보상 없는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고, 여기서 힘이 합쳐져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다. 집단지성의 바탕이다. 서로의 관계 설정은 인간 발전의 시발점이었고, 인간다움의 기반이 되었다. 우리 함께 정신을 교육에서 시작해야 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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