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번성하는 힘을 과시하다가 
일정 수준에 달하면 더 증식을 멈추고
생존만을 위한 버티기 형태로 자기를 낮춰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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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는 햇빛의 밝음이 있어 모든 생물이 생명을 유지하고 어둠을 물리치고 있다. 더불어 살고 있는 생태계에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은 동식물에서 생존의 기본인 햇빛과 밝음을 크게 반기지 않는다. 특히 곰팡이는 어둡고 음습한 곳에서만 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번식의 속도는 얼마나 빠른가. 온도, 습도, 영양이 갖춰지면 세균의 경우 10분만에 자식을 낳고 20분이면 손자를 볼 수 있다. 이들 미생물을 시조로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출현한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하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서로 도움을 주거나 해를 끼쳐 생명까지 위협하는 예도 있지만, 대부분의 미생물은 인간에게 뚜렷한 영향을 주지 않고 남남으로 각자 생존한다.

지구상에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다른 생명체도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유는 모든 생명체가 생산해 내는 각종 유기물이 계속 쌓여 지구가 수용할 한계를 넘으면 스스로 자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기체의 분해는 자연 순환의 가장 큰 역할이고, 이를 통하여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하는 바탕을 제공하며, 자연 순환의 확실한 교훈을 전하고 있다. 유기체를 분해하여 자연으로 되돌리는 역할은 다양한 미생물이 맡고 있다.
 
미생물이 생명체의 유한함과 성하면 쇠한다는 자연의 법칙은 아주 쉽고 명확하게 보여준다. 미생물의 생활 고리를 보면, 처음 적응기를 거쳐 왕성한 성장을 한 다음, 시간이 지나면 불어나는 수와 사멸하는 속도가 일정해지고, 다음은 그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사멸기에 접어든다. 

증식하다가 쇠퇴하는 이유는 자기가 사용한 영양분의 부족도 원인이나, 스스로 생존하면서 만들어낸 찌꺼기가 거꾸로 자기 생명을 위협하는 물질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생존에는 필연적으로 생물자원을 필요로 하나, 이들 유기물의 이용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은 결코 자기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결국, 자기가 만든 부산물에 의해서 성장을 저지당하고, 결국은 사멸의 과정을 거친다. 

지금의 지구도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탄산가스며 메탄,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그런 각종 화학물질로 구성된 오염물질들, 지구가 이들을 수용하여 제자리로 돌려놓기에는 그 한계를 지난지 오래다. 미생물의 생활환경에서 보면, 자기 스스로 만든 부산물에 의해서 증식을 억제당하는 정지기나, 더 나아가면 사멸기에 접어든다. 

근세까지 지구의 인구는 많이 증가하지 않았고, 석기시대 인간의 평균수명은 20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때 10~50%에 달하는 유아 사망률이 영향을 미쳤으나, 미생물과 같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단계에서 숫자는 많이 증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800년대만 하더라도 지구에서 사는 인구가 20억에 불과하였고. 2000년에 이르러 60억에 달하였는데 2025년 80억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연합(UN) 자료에 의하면, 2200년 110억을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인구는 100억 정도로 인류학자들은 추정하는데, 그 이유인즉 미생물과 같이 계속 증식하다가 자기 스스로 증식속도가 느려지고, 역으로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구 감소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서서히 중진국으로도 퍼져나갈 것이라 예상된다. 여기에도 성하면 쇠한다는 이론이 성립되고 있다. 

잘 알려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격언을 통하여 세상의 이치를 알리고 있다. 보통 이 격언을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고하기 위하여 사용하는데, 불행하게도 자신의 능력 범위를 벗어나게 권력을 과도하게 줬을 때 자기 처신을 조심하는 사람을 쉽게 보기 어렵다. 이 권력과 부가 영원히 갈 것이라 착각하고, 정도를 벗어나는 행동을 양심의 가책 없이 행하는 것을 본다. 

세계 역사에서 이런 사례를 수없이 보고 있으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나는 예외다”라는 착각에 빠진 것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 생명의 근원이며 불손하게 하등생물로 분류하는 미생물의 세계에서도 자기의 번성하는 힘을 과시하다가 일정 수준에 달하면 더 증식을 멈추고 생존만을 위한 버티기 형태로 자기를 낮춘다. 

존재하면 시간의 요술에 따라 스러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이 대자연 순리이며, 절대불변의 진리다. 하물며 인간의 운명이야 말하여 무엇 하리오. 우리의 선조, 미생물이 후배를 위하여 교훈을 주고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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