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상을 의미하는 유니버스 (Universe: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현실의 공간)의 합성어로, 실제 세상을 초월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세상을 초월했기 때문에 실제 세상이 아닌 가상의 것이 섞여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가상의 것과 현실의 것의 연결성에 다양한 특징과 의미가 부여된다. 

미국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는 메타버스가 2025년에 약 315조까지 시장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고, 독일 스태티스타는 2024년에 약 329조8559억원까지, 영국의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는 2030년에 약 1765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메타버스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예측하는 기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메타버스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장미빛 전망은 관련 기술의 발전을 견인하고, 많은 기업은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반면, 식품산업에서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손에 꼽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올해 5월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식품안전나라 제페토 월드’를 개설하여 식품안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고무적이다. 청소년들은 제페토에서 재미있게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한 식생활 정보를 얻는다. 

한편, 기존에 잘 이뤄지지 않았던 VR(가상현실) 및 AR(증강현실)을 식품 분야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들 역시 발견되기 시작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은 적용할 때 불확실성을 동반하기 마련이므로, 실패 확률이 매우 높으며, 실패가 아닌 경우에도 기술을 그냥 맛보기식으로 적용하여 이목을 끌고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호에서는 대중의 기대감에 편승한 단순 기술 적용 사례가 아닌, 해당 기술로 식품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식품 분야의 VR
VR(Virtual Reality)이란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VR은 특정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감각(오감)을 속인다. 우리가 감각을 느끼고, 이를 뇌에 전달하고 처리하는 방식을 분석해 유사하게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VR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분야이다. 그림 2와 같이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는 것은 HMD가 인간의 뇌를 속여 가상의 세상을 더 진짜처럼 느끼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도쿄대학 사이버 인터페이스 연구소 VR 시스템인 증강 포만감(Augmented Satiety)은 VR 기술을 이용해 다이어트를 하는 사용자를 돕는다. 증강 포만감 시스템은 VR 헤드셋을 쓴 사용자에게 식품의 크기를 가상으로 늘려 보여준다. 이 기술은 식품의 크기를 변경하고, 식품을 잡고 있는 손가락 각도를 바꾸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감각을 속여 자신이 집은 음식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든다. 그 결과, 사용자가 더 많은 양을 먹는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포만감을 줘서 실제로 먹는 양을 10% 줄일 수 있다. 

현실에서 HMD를 착용하고 식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VR 기술은 계속 발달하고 있으며, 전술했듯 뇌에 전달되는 감각 신호 조절은 침습형 BCI(Brain Computer Interface) 연구가 진행 중인 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포만감을 VR 개념을 활용해 조절하는 것이 가능한가이다. 비정상적 식품 섭취는 심리적 문제로 발생하는 섭식장애인 거식증(신경성 식욕 부진증)부터 폭식증(신경성 대식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VR 기술은 사용자의 다이어트뿐 아니라, 거식증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거식증은 살이 찌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으로 인해 먹는 것을 거부하거나 두려워하는 섭식장애로, 환자의 3분의 1이 5년 이내에 재발하기에 치료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behavior therapy)는 환자가 지닌 음식에 대한 불안을 줄여주지만, 뿌리 깊은 두려움으로 인해 정상 체중을 위한 식사량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 런던 남동부에 위치한 모즐리(Maudsley) 병원에서는 거식증 환자들이 음식에 익숙해지는 새로운 치료방법으로 VR을 시험하고 있다.

식품 분야의 AR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이나 환경에 가상의 사물이나 환경을 덧입혀서 보여주는 기술로, 스마트폰의 높은 보급률로 인해 아직 실험단계에 있는 VR보다 더 우리에게 밀접하게 다가와 있다. 이에 식품 분야에서는 마케팅 용도 외에도 우리가 접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메뉴 혹은 광고에서 보여준 모습과 실제 내가 받은 음식의 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주문하려는 소비자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특히, 주문 제작하는 웨딩케이크는 고객 요구에 따라 케이크 표면을 장식할 크림, 초콜릿과 같은 아이싱(Icing)과 아이싱 위에 넣을 패턴이 만들어지므로, 실제 제작된 케이크가 본인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거나, 주문자가 요청한 아이싱과 패턴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웨딩케이크는 다른 구매자를 찾을 수 없고, 따라서 주문을 취소하거나 환불 받을 수 없다. 

뉴욕의 매그놀리아 베이커리는 이 문제를 AR 기술을 이용해 해결했다. 매그놀리아 베이커리는 식품 전문 AR 서비스 기업인 카바크(Kabaq)와 제휴해 증강현실 케이터링 메뉴를 선보였다. 주문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앱으로 앞의 테이블에 3D로 시각화한 가상의 웨딩케이크를 구현했다. 주문자는 원하는 아이싱과 패턴을 골라 구현한 케이크를 확대 또는 축소하고, 360도 회전시키면서 자신이 원하는 케이크인지 확인할 수 있다.

푸드와 메타버스
메타버스에서 불확실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가치를 갖는 어떤 것이라도 그 존재를 보장해 줄 수 있다면, 그 가치를 더 높여줄 수 있다.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는 좋은 예다. 

원 레어(One Rare)의 푸드버스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기반으로, 식품ㆍNFT 및 게임용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원 레어는 작물을 생산하고 거래하며, 요리법을 수집하여 누구나 토큰을 얻을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푸드 블록체인 게임이다. 이 게임은 Farm, Farmer’s Market, Kitchen & Playground의 4개 영역으로 나눠진다. Farm에서는 농장에서 사용자가 식품의 재료가 되는 작물을 재배한다. Farmer’s Market에서는 작물과 식재료를 판매할 수 있고, Kitchen에서는 조리법을 구매할 수 있으며, 자신의 조리법을 등록해 NFT를 청구할 수 있다. 

Playground에서는 미니게임이 제공된다. 원 레어 토큰을 사용해 셰프의 시그니처 요리 방법을 NFT 토큰으로 구매할 수 있다. 원 레어의 푸드버스는 유명 셰프의 요리 레시피를 구매할 수 있고, 자신만의 레시피를 NFT로 등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LA에 위치한 식물성 버거 전문점인 허니비 버거(Honeybee Burger)는 원 레어의 푸드버스를 이용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 허니비 버거에서 취급하는 채식 메뉴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메뉴의 레시피는 푸드버스에서 NFT로 판매된다. 

이러한 원 레어의 푸드버스는 유명 셰프나 레스토랑, 식품기업뿐 아니라, 자국의 음식과 음료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모르던 국가의 음식을 NFT로 구매하거나 무료로 제공받았다면, 원 레어의 푸드버스 게임에서 조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현실에서 직접 NFT 레시피를 따라 조리해보고, 해당 국가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메타버스의 특성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가상공간에서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과 함께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와인 NFT 업체인 위브(Wiv)는 유럽의 포도농장과 협력해 특정 빈지티(생산년도)에 해당하는 와인의 NFT를 판매한다. 와인을 생산할 때, 포도 재배부터 와인 병입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지 않다. 와인 제조사들은 위브를 통해 NFT를 발행해 와인 출시 전 필요한 자금 혹은 와인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와인 생산과정은 NFT를 통해 추적할 수도 있다. 또, NFT의 특성을 이용하기에 전문가가 아니면 하기 힘들었던 와인 거래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했다. 가상의 와이너리를 구현하고 투어해 소비자가 와인 제조과정을 자세히 알 수도 있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도, NFT 기술을 이용해 양측 모두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결론
F&B 및 IT와 관련된 강의 시간에 VRㆍARㆍ메타버스 등의 이야기를 하면, 현재 기술은 어디쯤 와 있는지, 식품 분야에 적용은 가능한지 그리고 그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은 일관적이다. “기술이 아니라 전략의 문제이다. 효율성(시간, 노력, 비용 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 이나 효과성(같은 인풋을 투입했을 때 아웃풋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가?)을 높일 수 있는 기획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사례를 꾸준히 스크랩해둬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Sperry 박사에 따르면, 과학은 인간 업무 혹은 행동의 성과(performance)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만 발전한다고 했다. 식품 분야에서 IT 활용도는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으나, 무분별한 활용은 지양돼야 한다. <끝>

 

이철 아주대 경영대학 e-비즈니스학과 교수는 UI 및 UX 관점의 농심품 판매 전략, 스마트 패키징과 로지스틱스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온라인 전략, HCI 등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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