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의 가격결정 요인이 다른 것이 핵심

어글리 컴퍼니는 캘리포니아에서 못난이 과일로 만든 건조과일과 과일 스낵을 판매하는 업사이클링 회사다. 어글리 컴퍼니의 창립자인 벤 무어는 4대째 과일 농사를 지어온 농업인으로, 농장의 못난이 과일을 다양한 폐기장소(매립지, 들판, 낙농업 농장, 퇴비 야적장)로 운반하는 일을 했다. 벤 무어는 버려지는 못난이 과일에 대해 고민하던 중, 2017년 여름 허리케인으로 인해 발생한 푸에르토리코의 식량부족 사태를 목격하고, 버려지는 못난이 과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글리 컴퍼니를 설립했다. 어글리 컴퍼니는 기존에 판매되지 못하고 버려지던 캘리포니아 지역의 못난이 과일을 업사이클링 했다. 

어글리 컴퍼니의 건조 복숭아는 다른 업체들의 건조 복숭아 제품과 가격 면에서 비슷하다. 그림 2에서 왼쪽은 어글리 컴퍼니의 건조 복숭아로, 4oz(약 113.4g)에 5.99달러(약 7800원), 오른쪽은 다른 업체의 건조 복숭아로, 4oz에 5.99달러다. 어글리 컴퍼니의 제품은 원래 버려지거나 비료, 가축의 먹이로 쓰이던 못난이 농산물로 만들었는데, 소비자들은 제값 주고 사는 과일로 만든 제품과 같은 가격에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과연 어떤 연유로 못난이 과일 업사이클링 제품의 가치를 일반 과일로 만든 제품과 동일하게 인식하는 것일까? 

농산물과 가공식품의 가격
가공되지 않은 농산물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맛, 등급, 크기, 모양이다. 특히, 과일의 등급은 맛(당도)에 따라, 과일의 크기는 무게에 따라 결정된다. 만일 특별한 기준이 없다면 소비자나 유통업자 모두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농산물 표준규격> 행정규칙을 통해 권장 표시사항으로 등급을 판단할 기준을 제시했다. 표 1은 과일의 등급이 당도에 따라 관리되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몇 가지 과일의 등급을 표시했다. 

농산물의 크기도 중요한 요인이므로 <농산물 표준규격> 행정규칙에서는 작물마다 무게, 길이 지름 같은 기준을 마련해 표기하도록 권장한다. 예를 들면 개별 사과의 무게에 따른 크기 표시와 상자당 단위 무게로 산출한 개수 표시 방식이 있다.

과일이나 채소의 외형 역시 중요한 가격 결정 요인이기에, 농가와 유통업체는 예컨대 모양이 이상하거나 색이 다르거나 마른 흠집이 있는 농산물을 솎아낸다. 등급과 크기, 모양에서 기준에 미달한 농작물은 등급 외 농산물(못난이 농산물)로 분류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7개 품목의 농산물을 전국 128개 산지농협을 대상으로 알아본 결과, 못난이 농산물 발생률은 평균 11.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별된 과일과 채소를 소비자들이 보았을 때 매력적이고 판매를 위해 진열할 때도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인큐베이터 애호박의 경우 모든 애호박의 모양이 동일하므로 소비자가 상품을 고를 때 고민할 시간을 줄여주고 일정한 크기와 모양은 박스에 넣거나 진열하기도 용이하다.

반면, 못난이 농산물은 모양이나 크기가 균일하지 않아서 상품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선별 과정에서 제외된 못난이 과일ㆍ채소나 작은 과일도 규격을 벗어났을 뿐 먹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못난이 농산물은 판매되는 농산물과 같은 곳에서 재배되고 같은 과정을 거쳤지만, 모양과 크기 때문에 소비자를 만날 기회를 잃은 것이다. 규격 외 농식품은 버려지거나 주스, 잼과 같은 저렴한 가격의 가공식품으로 만들어진다.

가공되지 않은 농산물은 농산물 산지 가격에 유통, 판매에 따른 마진이 더해진다. 일반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농산물은 수요와 공급을 바탕으로 경매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등급과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반면, 가공식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가공되지 않은 농산물과는 다르다. 가공식품의 가격은 비용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식품 원재료의 가격인 원부재료비, 식품을 가공하는데 드는 제조경비(노무비 포함), 공장이나 회사를 유지하는데 드는 일반관리비, 상품을 광고와 마케팅하기 위한 프로모션 비용, 제조업체와 유통, 판매업체가 남기는 마진 등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된다. 

못난이 농산물로 가공식품을 만들면, 등급 외 농산물이기에 피할 수 없었던 가격적 불이익이 사라진다. 가공 후에는 상품성이 높은 농산물도 규격 외로 제외됐던 못난이 농산물도 모두 차이가 없어진다. 가공된 못난이 농산물은 모양이 이상했던 것도 크기가 작은 것도 더 이상 흠이 되지 않는다. 못난이 농산물의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다.
 

가공 후 가치 변화
건조과일은 대표적인 농산물 가공식품이다. 대부분 과일은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보관 기간이 짧은 편이다. 여러 가지 건조 공법을 이용해 과일의 수분을 낮춘 건조과일은 수분이 줄어들어 보관 기간을 늘릴 수 있고 운송도 쉬워진다. 또한, 건조과일은 적은 양으로도 풍부한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지만, 당도와 칼로리도 높아진다. 

원재료인 생과일에서 가공 후 건조과일로 가공되는 전후의 가치 변화를 비교해 보려고 한다. 표 5에서 생과일이 가진 수분 함량과 가공 후 건조과일의 수분 함량을 정리하였고, 수분 함량을 기준으로 건조과일 100g을 만드는 데 필요한 생과일의 무게를 산출했다. 예를 들어, 사과 100g에서 건조사과 36g이 만들어지며, 건조사과 100g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과 278g이 필요하다.

표 6에서는 표 5의 값을 바탕으로 생과일과 건조과일의 소매가격을 비교해 가공함으로써 가치가 얼마나 변화하는지 확인했다.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기 위해 소매가격은 네이버쇼핑 최저가격을 기준으로 국산 중 최저가격을, 미국은 월마트의 미국산 중 최저가격을 기준으로 했다(미국의 과일 판매 단위와 맞추기 위해 국산 과일도 5㎏ 혹은 10㎏ 상자가 아닌 소단위 포장을 기준으로 했다).

표 6에서 사과를 살펴보면, 국산 사과 100g 가격은 1200원이며, 건조사과 100g을 만드는 데 필요한 국산 사과 278g은 3336원이다. 국산 건조사과 100g의 가격은 1만2000원이다. 278g의 국산 사과에서 100g의 국산 건조사과로 변했을 때 359%의 가격(가치)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 사과 100g 가격은 433원이며, 건조사과 100g을 만드는데 드는 미국 사과 278g은 1204원이다. 미국산 사과로 만든 건조사과 100g의 가격은 월마트에서 1만1876원이다. 278g의 미국산 사과에서 100g의 미국산 건조사과로 변했을 때 986.3%의 가격(가치) 변화가 일어났다.

건조과일의 경우 기존 생과일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트랜스폼 될 수 있다. 그 재료가 되는 과일이 소비자가 소매로 구입하는 상품성이 높은 과일이든 기존에 버려지던 못난이 과일이든 가공된 후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못난이 과일로 만든 건조과일 제품임에도 규격 과일로 만든 제품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받아들일 수가 있다.

두 번째로 포장을 통해 가공식품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 포장은 식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운송을 수월하게 만들고, 식품이 가진 본래 가치를 유지한다. 그 외에도 식품의 포장은 디자인과 기능을 통해 소비자에게 상품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내부 제품의 차이가 적은 경우 눈에 띄고 소비자가 상품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포장은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제품의 가치를 다른 제품과 같거나 그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가공식품에는 사회적인 가치가 더해지기에 다른 제품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소비자 자신의 신념을 반영한 소비를 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는 최신 트렌드로 인해 일부 소비자는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가공식품에서 다른 제품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식하기도 한다. 그런 소비자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환경 보호와 식량 낭비를 줄인다는 사회적 가치를 충족한 못난이 농산물 가공제품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다른 제품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한다.

이철 아주대 경영대학 e 비즈니스학과 교수는 UI 및 UX 관점의 농심품 판매 전략, 스마트 패키징과 로지스틱스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온라인 전략, HCI 등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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